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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소설가 이문열(한국외대 석좌교수)씨가 19일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한나라당도 정치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강연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에) 보낸 이메일에 대해 청와대는 개인행동이라고 해명했다"며 "어쨌든 개인이 했다면 멍청한 짓, 실패한 보필일 것이고, 청와대 차원에서 기획됐다면 그것도 무능의 일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의 여당(한나라당)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야당이)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능'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용산 참사를 그런 방법으로 덮으려고 했다면 무능한 정권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라고 부연 설명했다.

 

2004년 한나라당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지난 정권에서 어느 한 쪽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해 걱정했지만, 특별히 어느 정파에 도움을 준 것은 없다"며 "내가 보수정권 탄생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사양하고 싶다"며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말도 했다.

 

"MB정부 1년, 너무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다"

 

한편으로, 이 교수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느낌은 들지만, 1년만에 이 정권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고 하면서도 "누구의 말처럼 촛불에 혼비백산한 것인지, 너무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것은 비판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무총리가 어제(18일) '4대강 정비가 대운하가 아니냐'는 (야당의원의) 추궁에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진땀을 빼더라"며 "만약 대운하 공약을 폐기했다면 그 공약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에) 투표한 사람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예시했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대의민주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은밀하게 대의민주정의 지반을 잠식해 온 직접참여의 유혹과 대의제 다수결에 대한 의심이 이제 불복의 구조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복이 상시적인 구조로 자리잡은 것은 지금 정권이 들어선 후이다. 오랫동안 불복의 경력을 가진 '그때 그 사람들', 10년 동안 신기득권층으로서 단맛을 즐긴 사람들, 지난 정권이 정성들여 기른 일부 시민단체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의회를 뛰쳐나온 야당의원들이 앞장을 섬으로써 불복은 정교하면서도 견고한 구조로 자리잡게 됐다.

 

쇠고기 파동 때보니 지난 시절의 단맛을 지키려고 결사항전을 외치는 일부 방송은 낯간지러울 만큼 촛불을 격려하고 부추기고, 촛불은 촛불대로 방송을 지켜주려고 시청광장과 방송사 주위를 분주하게 오락가락했다."

 

"구조화된 불복... 정권 자폭이 유일한 길 될 수도"

 

이 교수는 이어 "그러나 불복 대상은 정권이 아니라 헌법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라며 "구조화된 불복으로 대선을 통해 뽑힌 대통령의 통치권은 백일도 안 돼 퇴진 요구에 부딪히며 불구가 되고, 그가 내건 공약들은 촛불에 그을려 거의 잿더미만 남길 판이 됐다. 다수 여당의 입법권이 무력화됐고 검찰 기소권과 법원 판결권까지 '촛불'의 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에 이른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불복의 구조화로 지친 대의민주정은 종종 독일 나치스나 일본 군국주의 등의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는 역사적 경험이 마음에 걸린다"며 "국민통합도 안 되고 불복세력의 자제도 어렵다면 정권의 '자폭'이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자조했다.

 

"뭔가 해보려다가도 '와'하고 반대가 심하면 쏙 들어가곤 하는" 정권의 행태에 변화가 없다면 차라리 "헌법을 고치고 새로운 정권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는 것도 해볼 만한 결단"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교수는 "큰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사학법 입법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의원들을 대거 데리고 시위대를 앞장섰다"며 "지금 여당이 된 당시 야당이 의회 입법권에 정면으로 불복한 선례를 남겼는데, 몇 년 뒤에 자신들도 집권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고 한나라당의 책임도 슬쩍 꼬집었다.

 

한편, 이 교수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성 풍토가 정말 한심하다. 전 언론이 달라붙어 '경제대통령'이라며 떠들 일은 아니었다. 그때의 과민반응이나 이상한 열광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그에 대해) 말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찰 수사가 미네르바의 행동 전체에 대한 것이라면 모르지만, 실정법상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였다면 반드시 못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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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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