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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이 발전하기 위한 요체는 평가다. 환자의 환부를 정확히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듯 전수평가 방식은 그를 위한 것이다."

 

전북 임실교육청의 성적조작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일제고사)의 신뢰도와 효과에 대한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현재의 전수조사 방식과 지역별 정보공개 방침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야말로 정부가 작년에 도입한 학교정보공시제와 더불어 우리 공교육을 내실화하게 될 가장 근본이 되는 정책이라 확신하고 있다"며 몇 차례에 걸쳐 일제고사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것이었지만 임실교육청 사태로 인해 패널들의 주된 관심은 일제고사로 확연히 쏠렸다. 안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기조발표에 앞서 "(임실교육청 성적조작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의 채점과 집계방식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표집방식으로 평가하는 시대 지나갔다"

 

그러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기자들이 질문하고 장관이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안 장관은 일제고사 시행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채점 및 집계방식', '전수조사 방식', '지역별 학교정보 공개 방침' 등과 관련해 계속 이어지는 질의에 진땀을 빼야 했다.

 

유원중 KBS 기자는 지난 16일 안 장관이 일제고사 결과에 대해 "하향 평준화 정책의 결과"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이번 시험이 어떤 선행 조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전수조사로 바뀌어 진행되는 바람에 첫 전수조사라는 점 말고 크게 부여할 만한 의미가 없다"며 "장관의 평가에는 정치적인 잣대가 들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정태웅 기자는 "임실교육청의 사례도 그렇지만 서울시교육청도 일선 교장들에게 운동선수, 백지답안, 다문화가정 자녀 등의 성적을 제외하라고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며 "이런 부작용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차라리 모집단 비율을 늘리고 예전의 표집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안 장관의 답변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개개인에 대한 발견'의 중요성으로 요약됐다.

 

안 장관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만큼 이런 학생들을 발견하고 처방해야 하는데 그동안 그런 학생들을 발견하지 못해 처방이 불가능했다"며 "이제 표집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 기자가 말한 서울시교육청의 문제가 사실이라면 교육청의 모든 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선 학교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보고 있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집중된 학교를 지원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수조사 방식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안 장관은 또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같은 지역 내 성적 격차가 해당 학교 교사의 관여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학생들의 학업성취 향상도를 교장, 교사에 대한 평가와도 연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2의 임실교육청 없을까 지적에 "제보 들어오는 곳은 실사할 것"

 

이번 임실교육청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의 이종규 기자는 "정보공개로 인해 해당 지역이 꼴지로 낙인찍히거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즉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됐기 때문에 임실교육청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교과부가 이번 평가와 관련해 전국 교육청을 실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중앙일보>의 강홍준 기자 역시 "예전의 표집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평가원에서 채점 및 집계가 가능했지만 전수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평가가 평가원의 능력을 벗어난다고 해 채점 및 집계를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 맡긴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 장관은 일단 채점 및 집계방식에 대한 오판은 인정했다. 그러나 임실교육청 사태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학교정보공시제'에 대해선 "(각 교육청이) 사활을 걸었다면 다 좋게 제출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채점 및 집계방식과 관련해 "자율성을 최대한 살린다는 측면에서 관리했는데 이런 현상이 생겼다"며 "시·도 교육청에 교과부가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순 없지만 반칙을 범한 담당자 등을 철저히 규명해 거기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안 장관은 이어, "일단 제보가 들어오는 학교에 대해서 실사를 펼쳐 이번 사태가 앞으로 시금석이 되도록 하겠다"며 "원래 이 시험의 목적이 학업성적이 미진한 학생에 대해 지원을 하자는 것이던 만큼 이번에 선정된 학교 1200곳을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 실제로 미달학생이 많은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태그:#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일제고사, #임실교육청, #성적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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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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