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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이 다 돼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유난히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법과 원칙이다. 촛불 집회에 나온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쏟아 부을 때도, 용산참사로 무고한 생명이 6명이나 명을 달리했을 때도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며 정당화했다.

법치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유난히 잘하는 행동이 있다. 절차무시·밀어붙이기·사과하지 않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에 대한 고시를 할 때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할 때도 절차를 무시했다. 그러곤 사과나 해명도 없이 밀어붙였다.

절차무시·밀어붙이기의 관행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2월 말 제정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법 집행이 아니라 법 제정 과정이라는 점이다. MB 정부는 또다시 입법예고주체·입법기간 등 입법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2월 19일부터 27일까지 녹색성장기본법 입법 반대 국회앞 1인시위
2월 19일부터 27일까지 녹색성장기본법 입법 반대 국회앞 1인시위 ⓒ 녹색연합
녹색성장기본법은 지난 1월 15일 녹색성장위원회 이름으로 입법예고되었다. 행정절차법 제41조에 의하면 입법예고의 주체가 ‘행정청’이라고 정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본법의 제정으로 설립되는 기관이며, 대통령 소속의 심의기관이다. 아직 발족하지도 않은 위원회가 법을 입법예고하는 행정청을 자임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입법예고 주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국무총리실 공고로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재입법 예고를 했다. 지난 1월 녹색성장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법안은 폐기가 된 것인지, 입법주체가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무총리실로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명이나 언급도 없이.

국민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한 입법예고기간도 임의로 축소했다. 지난 1월 입법예고 때는 14일로 기간을 정하더니, 2월 재입법 때는 3일로 축소했다. 행정절차법 제43조는 “입법예고기간은 예고할 때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함태성 교수(강원대 법학과)는 "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20일 미만으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절차법에서 입법예고기간을 20일 이상으로 정한 것은 법 제정이 국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입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입법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입법예고기간의 의미를 언급했다. "국민의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입법의 민주성 확보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국민권익구제 수단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저탄소 녹색성장’ 이념 발표 이후, 정부 모든 부처가 녹색성장으로 정책을 이미지화했다. 지금은 1월 15일 입법예고, 28일 공청회, 29일 의견수렴 완료, 2월16일 재입법예고, 2월 말 입법을 목표로 절차무시·밀어붙이기식 법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말하듯 ‘저탄소 녹색성장’은 상당기간 우리 사회의 비전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비전을 하루아침에 삽질하듯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더군다나 ‘법과 원칙’을 때마다 유난히 강조한 정부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입니다.



#녹색성장기본법#4대강정비사업#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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