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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처음으로 전국에서 본 일제고사 때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몇 시도교육청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준 교사들을 징계한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일제고사를 본 지 넉 달이 지난 2월 16일 교육부가 일제고사 결과 발표를 하면서 앞으로 성적 향상이 높으면 교사들에게 승진 인센티브를 주고 성적 향상이 낮으면 인사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교육부가 한 일은 교사들 징계뿐

교육부가 우수사례로 발표한 임실교육청 학업성취수준 결과가 성적조작과 거짓보고로 밝혀지자 전북교육청은 바로 임실교육청 담당 장학사를 징계했습니다. 이어서 교육부는 일제고사 실시과정과 성적 보고 과정에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자, 학업성취수준평가를 '전면 재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넉 달이 지난 지금, 과연 제대로 조사가 될지 두고볼 일입니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작년에 전국에서 초6학년 65만명, 중3학년 66만명, 고1학년 65만명이 평가를 치른 만큼 임실교육청과 같은 일이 또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 분명 다시 조사를 해 보면 성적조작과 거짓 보고와 관련되어 여러 명이 징계될 것입니다.

갑작스런 성적 조작과 관련한 구설수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하지만, 한 쪽에서 징계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우수 교육청과 우수학교와 우수교사상을 마련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때 받은 상(인센티브)은 교사들이 승진할 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고요.

이쯤 되고 보니, 문득 일제고사로 치러진 학업성취수준평가의 목적이 새삼스레 궁금해집니다. 교육부가 여러 사람의 반대에도 굳세게 밀고 나가고 있는 국가 수준의 학력평가의 목적이 교사를 징계하거나 승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었나 하고요. 왜냐하면,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4개월 동안 교육부가 한 일이 교사들 징계한 것밖에는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교육부가 제시한 학업성취수준 평가의 목적을 살펴보겠습니다.

일제고사, 교사들 승진시키기 위한 수단인가

 교육과학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밝혀놓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목적입니다.
▲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계획 자료 교육과학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밝혀놓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목적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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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목적>
-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진단하여 학업 성취도의 변화 추이 파악
- 교육과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목표에 비추어 학생이 목표를 어느 정도 도달하였는지 분석하고,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정착 정도를 파악하여 교육과정 개선 기초 자료로 활용
- 문항 분석, 성취도와 배경변인과의 관련성 분석을 통해 교수·학습 방법 개선 및 장학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산출
-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수준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제공
- 교과별 부진 학생을 파악하고 지도함으로써 학습부진 학생 최소화
- 참신하고 타당한 평가도구를 개발·활용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평가 방법 선도

교육부는 학업성취수준평가의 목적을 여섯 가지로 밝혀놓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 여섯 가지에서 현재 교육부가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는 것은 네 번째 항목인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수준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제공'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평가를 실시하고 나서 바로 알려준 것이 아니라, 평가 뒤 2개월이 지난 12월 중순 방학 직전에서야 알려주었습니다.

평가가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결과 통지는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해 주어야 제대로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평가한 지 두 달 뒤에 알려주게 되면 아이들도 이미 자신이 무엇을 썼는지 알 수가 없어서 피드백 효과가 없게 되지요. 두 달이란 기간은 어쩌면 그 당시 기초학력 미달이었던 것이 충분히 면했을 수도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두 달 뒤에 한 통지는 좋지 않은 기억만 되살려줬을 뿐 하나마나한 통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학업성취수준평가와 관련한 일을 한 것을 지켜보며, 제가 보기에 여섯 가지 목표를 늘어놓지 않고 다음과 같은 오직 한 가지 목표만 정해 놓으면 교육부가 생각하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학생 성적이 높은 학교와 교사는 승진과 성과금 혜택을 주고, 학생 성적이 낮은 학교와 교사는 징계한다.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뒤 두 달이 훨씬 지난 지난 12월 방학전에야 평가 결과인 '성적 통지표'를 나누어 주었다.
▲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통지표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뒤 두 달이 훨씬 지난 지난 12월 방학전에야 평가 결과인 '성적 통지표'를 나누어 주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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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에 아이들은 빠져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보급한 프로그램으로 뽑은 아이들의 개인 '성적통지표'를 보니 수준만 '통지'해 얘기해주고 있지 그 다음에 이 아이 수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 수준에 따라 지도를 하려 해도 아이들은 성적이 통지되자마자 바로 방학을 했고, 그 아이들은 지금 모두 졸업하고 없습니다.

학업성취수준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평가 당사자인 아이들이고, 아이들의 학업을 을 위한 것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학업성취수준 평가 계획 단계부터 결과발표과정을 지켜보면 정작 아이들은 쏙 빠져 있습니다. 학업성취수준 평가에 아이들은 단지 평가 실험대상이 되어 통계 숫자를 채워주고, 우수 성적을 올린 교육청과 학교와 교사의 업적과 실적을 채우는 데 이용되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 업적과 실적을 채우는 데 이용되는 것은 물론 이번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교육정책수립과 정책 시행과정을 보면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은 늘 빠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행사를 보면 아이들의 화려한 그림과 글이 업적과 실적 세우는 데 꼭 필요하지만 정작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말과 연초가 되면 학교 정문 앞에는 어김없이 상을 받았다는 경축 현수막들이 내걸린다.
▲ 지난 1월, ㄷ시 한 초등학교 정문 모습 연말과 연초가 되면 학교 정문 앞에는 어김없이 상을 받았다는 경축 현수막들이 내걸린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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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말이 되면 학교마다 정문에 상 받은 것을 경축하는 현수막 내건 모습을 보면서,  '저 학교 아이들이 1년 동안 참 잘 배웠겠다'는 생각보다는 '저 학교에서 저 상을 받으려고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하는 생각부터 들게 되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동안 저는 우리나라 교육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보다는 교사들의 실적과 업적 쌓아 승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하고, 학교 예산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보다는 눈에 띄어서 연혁 한 줄 보탤 수 있는 사업에 더 많이 쓰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학업성취도 평가는 분명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요즘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아이들은 쏙 빠져있습니다. 교육정책 또한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 중심입니다. 중심을 아이들에 두지 않고 어른들에 두는 한 문제는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태그:#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 #초등교육, #교육의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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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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