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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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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지난 18일 1969년 미국에서 제작된 안테나 설비로 1970년 충남 금산에 설치돼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통신지구국이자 국제통신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금산위성통신 제1지구국 안테나설비 등 전기통신 및 우정 관련 유물 11건을 등록문화재로 예고했다.

이번에 문화재 등록예고 대상으로 엄선된 전기통신·우정 등 관련 유물은 문화재청이 2007년도에 실시한 '근대문화유산 전기통신분야 목록화 조사' 용역을 통해 발굴한 것으로 현지조사와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결정해 사료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같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되고 통신강국으로 불리는 저변의 밑바탕이 된 전기통신.전파와 관련 역사적 흔적들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을 받고 있으나 주요 자료들이 소멸되어 없어지고, 정부.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통신.전파박물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때마침 경기도와 안양시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방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와 우정사업본부가 타 용도를 계획하고 있는 안양시 호계2동 소재 전파연구소 안양청사에 대해 (가칭)전파.통신박물관 건립 추진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양시에 따르면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일 안양시에 자리한 공공기관들을 방문하던 중 이필운 안양시장으로부터 전파연구소를 국내 최초의 전파박물관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검토에 들어갔다.

전파연구소에 설치된 안테나 시설
 전파연구소에 설치된 안테나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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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은 "전파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처음 쏘아올린 인공위성과 교신을 하는 등 전파통신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소포우편센터로 변경할 계획이나 이곳을 박물관으로 보존했으면 한다"며 "대체부지를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는 43년전인 1966년 우리나라에서 전파의 중요성이 인식돼 전파관리국 산하에 전파연구소 직제를 대통령령(제2397호)으로 만들고 그해 10월에 안양청사를 건립해 우리나라에서 전파연구 업무를 시작한 곳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

이곳에서는 초창기 전파감시 업무를 시작으로 산업발달과 함께 전파자원 개발연구 및 기초연구, 전파환경보호 및 이용안전기준연구, 국가기술기준제정 및 인증제도개선연구, 무선기기 형식검정 등록 적합확인,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및 ITU-R, WRC, EMC, CISPR 등 국제기구 활동과 연구동향분석 등 전파통신에 대한 업무가 진행되어 왔다.

특히 1968년 무선기기 형식검정과 전파예보, 1985년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1990년부터는 정보기기 전자파장해검정업무, 1992년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맞아 우주전파 관측 및 전자파표준시험 등 업무를 수행하고 1993년부터는 전파환경 연구를 실시해 왔다.

현재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부지 내에는 태양의 흑점 폭발 등에 대한 정보를 위해 태양을 추적하는 안테나,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최고 사용주파수를 제공하는 전리츨 관측기 등 각종 대형 안테나 장비들이 우주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안양시 호계2동에 자리한 전파연구소 전경
 안양시 호계2동에 자리한 전파연구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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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과 교신에 이용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대형 파라보라 안테나는 지난 99년 5월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해 향후 전파박물관으로 운영됄 경우 상징물로서 그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되는 무선기기와 통신장비들에 대한 형식승인을 해왔다는 점에서 전파통신장비, 무전기, 삐삐, 핸드폰, 무선통신 등의 우리나라의 IT 통신기기 산업 발달사를 박물관의 테마로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는 2012년 이전하는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는 현재 1만9천296㎡ 규모로 부지 추정가액은 400억에 달한다. 소유권을 갖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이곳에 경기도 서부권 소포우편센터를 건립할 계획으로 기본설계를 마쳐 박물관 유치로 전환될지 관심이다.

이와관련 이필운 안양시장은 "안양전파연구소에 경기 서부권 소포우편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상습정체구간인 인근 도로의 교통문제는 심각할 것이 불보듯 뻔해 만약 인허가 요청이 들어올 경우 법적으로 진다 하더라도 임기중 내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8월 3급 아마추어무선기사(HAM)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 3일에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명예이사장에 추대되는 등 아마추어무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파연구 산실의 보존에 적극 나설지도 관심이다.

전파연구소 내 연구 청사
 전파연구소 내 연구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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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신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 관련 박물관 하나 없어 유물·기록들이 사라지고 있다. 현재 대전에 충남 전기통신박물관, 논산 건양대학교에 아마추어무선 햄 장비들을 주축으로 하는 전파기술발달사관이 있으나 전파관련 기기들과 역사적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보관.관리하는 공공박물관은 없는 상태로 그동안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김부중 회장은 "옛 한국통신(현재 KT)이 20년 전에 전국 전화국에서 수집한 유물들이 인천 변두리의 전화국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통신 기자재들이 용도 폐기되면서 고물로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보통신부가 사라지면서 전파연구소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됐고 한국 정보통신의 요람이었던 체신학교 자리도 매각될 처지에 놓이는 등 최근 유비쿼터스 시대의 환경을 열어가는 이면에 전파와 통신기술의 역사적 흔적들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태그:#안양, #전파연구소, #전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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