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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조기 건설 추진을 주장한 서울·경기·인천시 등 3개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청와대에서 만찬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공청회장에서 크게 충돌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문화회관에서 '경인운하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수자원 공사는 경인운하 개발을 찬성하는 교수 등 전문가 일색으로 토론자를 구성, 시민과 시민단체로부터 형식적이며, 편파적인 공청회란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인운하 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발언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10시에 시작한 경인운하사업 공청회는 경인운하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및 사전환경성검토(김포·인천터미널 및 항만시설)를 위한 공청회로 3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에 이어 진행됐다. 

 

환경영향평가법 17조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주민 설명회를 개최해야 함에도 불구, 수자원 공사 측은 설명회를 찬성하는 일부 주민만을 대상으로 진행해 절차와 방식에 '부적절'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이날 공청회 토론자로 참가한 토론자로는 사업시행자(수자원공사), 환경영향평가대행자, 전문가 4인, 주민, 시민단체 등 총 8인으로 구성됐다. 이 중 전문가 4인과 주민 1명은 모두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경인운하 건설 자문단 소속 인사라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토론자 8명 중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토론자로 참석한 조강희 집행위원장을 제외한 전원이 경인운하 찬성 측 인사로 구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 조 집행위원장은 “이번 주민 공청회가 공사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개정된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으로 운하의 3월 착공을 목표로 염두에 둔 편법 행정행위”라며,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을 기본으로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진 후 초안이 나오는 것이 관례임을 볼 때 이번 평가보고서는 착공발표도 하기 전에 환경 영향조사를 실시한 불법적인 조사와 예측 지출이 분명한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속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법이 정한 공청회의 절차와 방식이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란 법적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박탈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공청회를 사실상 개최하지 않는 것과 같이 평가되어야 한다"면서,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무시한 독재식 개발 정책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공정하지 못한 공청회는 수용할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며 토론자에서 빠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계양, 검단, 김포 주민들과 경인운하를 반대해온 시민단체와 김포, 계양 주민 등이 참석해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해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특히 조 집행위원장이 공청회 토론자의 일방적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운하 찬성 주민들이 “시끄럽다. 내려와라. 빠져라”는 등으로 고함을 친 반면, 시민단체 회원들은 “7대1은 요식절차, 공청회 무효” 등을 외쳐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운하 찬성 일부 주민들이 시민단체 회원들의 멱살을 잡는 과정이 몇 차례 연출되자, 수십 명의 취재진까지 몰려들어 아비규환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수자원공사는 사전환경성검토 내용을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김포에서 참석한 50대 후반의 한 주민은 “김포 주민들은 운하 찬반을 떠나 해사부두 설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운하 건설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렇게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계양지부 조현재 사무국장은 "미국의 경우 대안적 분쟁해결을 위해 법원의 재판 이외에 조정이나 중재가 이용되고 있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합리적 조정과 중재 등을 통해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며, 사회통합을 해야하는 정부가 갈등을 야기하고 증폭시키는 것은 정부의 올바른 처사는 아니다"고 이날 공청회에 대해 평가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수자원공사 대외협력팀 관계자들은 토론자 구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공청회 토론자가 이렇게 구성된 지는 우리도 몰랐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한편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12시 경 공청회 무효를 선언하고 공청회장을 빠져나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운하 공청회, #수자원공사, #사전환경성검토, #경인운하백지화공대위, #조강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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