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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월 25일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앞으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또 무슨 황당한 일이 일어날까, 그것 때문에 또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불안하다.

선택한 것은 국민, 국민이 책임져야

일 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일들 모두가 이명박 정권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지만 굵직굵직한 일들이 터질 때마다 대처하는 방식이나 내어놓는 처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그 실망이 하나둘 쌓이면서 불신의 장벽이 생겼고, 불신의 장벽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별 기대할 것조차도 없게 했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대형사고치지 말고, 임기를 잘 마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어찌되었든 그를 선택한 것은 국민이니, 그 책임도 국민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나는 불신임 운동, 탄핵, 퇴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런 대통령을 선택했을 때 어떤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국민은 이번 기회에 충분히 학습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19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광우병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국민대토론회.
 지난 해 6월 19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광우병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국민대토론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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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동안 대형사고 사건들이 이렇게나 많아?

지난 일 년 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2008년 10대 뉴스’를 포털에서 검색해 보니 이런 내용들이 있다.

1. 주가폭락, 환율급등, 부도실업 도미노 2. 미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글로벌 확산 3. 유제품 멜라닌 검출 4. 미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5. 이명박 정부 인사파동(강부자, 고소영) 6. 남북관계 급랭 7. 국보1호 숭례문 소실 8. 베이징올림픽 최고성적 9. 18대 총선 거대여당 탄생 10. 최진실 자살과 악플처벌 관련법

거기에 2009년도 두 달이 지나기도 전에 2009년 10대 뉴스에 포함 될 만한 굵직한 일들이 일어났다.

1.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2.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사건관련(신동아의 거짓보도) 3. 강호순 살인사건과 용산철거민 사건 호도를 위한 청와대 이메일 사건 4. 기초학력 반대교사 제명과 성적 부풀리기 사건 5. 김수환 추기경 선종소식

이 중에서 현 정부와 관련이 없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 등 넉넉잡아 세 건, 기쁜 소식은 베이징 올림픽 관련 소식 정도이며, 개인적인 사건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숭례문 소실, 최진실 자살과 강호순 살인사건, 김수환 추기경 선종소식 정도다. 게다가 강호순 사건은 용산참사를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니 거의 대부분 현 정부의 미숙한 국정운영과 관련이 있다.

'용산 철거민 참사'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이메일이 폭로된 가운데,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는 13일 오전 청와대 부근에서 '청와대 여론조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죄, 전면 재수사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찰이 회견장을 둘러싸자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용산범대위, 여론조작 앞장 선 청와대 규탄 '용산 철거민 참사'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이메일이 폭로된 가운데,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는 13일 오전 청와대 부근에서 '청와대 여론조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죄, 전면 재수사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찰이 회견장을 둘러싸자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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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 좌빨이라서 그렇다고?

국회에서의 의원들의 난투극을 제외하고도 위의 열거된 수많은 사건들이 취임 1년 동안 있었던 일이었으니 국민은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왔겠는가? 더군다나 2009년 들어서는 이런 사건들이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취임 1주년을 축하해야 할 순간에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이런 비참한 국민의 심정을 아는가? 정녕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이런 감정이 그대들이 말하는 ‘좌빨’이기 때문에 가지는 지극히 편향적인 시각인가? 아니, 나는 좌빨도 아니고 정치적인 것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다. 조용히 내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기도 벅찬 사람이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일련의 일들과 그로 인해 파생된 일들이 내 생활까지 좀먹어 들어오기에 더는 침묵할 수 없는 것이다.

강호순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해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호도하라는 청와대 행정관의 이메일 사건이 보도되기 전날, 가족과 함께 뉴스를 보다 강호순 사건 20여분, 용산관련 소식 3분여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저거 80년대처럼 보도지침 내린 거 아냐?”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너무 허탈했다. 물론 대처하는 방식은 더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정권의 부도덕한 일들이 국민들에게는 어떤 불신으로 작용을 할까?

이젠 언론 스스로 알아서 기는 거 아냐?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소식을 듣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분의 하신 일들을 뒤돌아보며 참으로 위대한 분이 돌아가셨구나 했다. 그런데 선종시부터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뉴스에는 온통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뉴스만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지어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소식(예/ 전직 모 대통령이 뒷짐 지고 있었다는 보도)까지도 전한다.

용산사태로 인해 사망한 분들의 장례는 치르지도 못했는데, <신동아>는 1월과 2월 가짜 미네르바를 내세워 책장사 기가 막히게 했는데, 기초학력고사와 관련한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수많은 일들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김수환 추기경 선종소식에 집중을 하는 언론을 보면서 나는 또 의심을 한다. ‘이젠 언론이 알아서 기는 거 아냐?’라고 말이다. 개인적인 불신이길 바라면서도, 여전히 그렇다.

이명박 정부 1년을 맞는 25일 ‘용산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MB악법 저지를 위한 부산시국회의’를 알리는 포스터.
 이명박 정부 1년을 맞는 25일 ‘용산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MB악법 저지를 위한 부산시국회의’를 알리는 포스터.
ⓒ 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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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민심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심하라

취임 1주년, 청와대와 여당은 잔치할 생각하지 말고 지난 일 년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왜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 ‘퇴진!’ 구호가 나왔는지, 그 이후 지금까지 촛불이 꺼지지 않는지, 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지금 국민들은 어떤 고통을 감내하고 사는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민심을 사는 일은 천심을 사는 일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얻으려면 소통해야 한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지난 일 년 동안 우리 국민은 무식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도대체 자신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반대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지도 못하는 것이 무식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취임 1주년, 자화자찬하거나 자신들의 무능을 발목잡기 운운하며 변명하는 자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남은 임기 내내 당신들만의 잔치를 하려거든 그리 해도 좋겠지만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고 브레이크 없는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다면 스스로 길의 끝에서 떨어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태그:#이명박 취임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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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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