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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탐사 지난 3년의 회고와 전망

문장대의 웅장한 모습
 문장대의 웅장한 모습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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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충북 도계탐사가 시작되었다. 2006년 5월13일 충북 청원군과 충남 연기군을 나누는 36번 국도상의 조천교에서 탐사가 시작되었으니 벌써 4년차다. 그동안 충남, 경기, 강원, 경북과의 경계를 탐사했고, 금년에는 경북과의 경계를 계속해서 탐사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의 도계탐사 구간은 소백산 비로봉에서 속리산 문장대까지였다. 소위 충북의 3대 국립공원을 모두 지나가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백두대간 길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곳곳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왕봉의 수수한 모습
 천왕봉의 수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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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도계탐사는 2008년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속리산 문장대에서 시작한다. 문장대는 높이에서 천왕봉에 뒤지지만 암봉의 웅장한 모습 때문에 속리산을 대표하는 봉우리가 되었다. 2009년 탐사는 금년 12월까지 충북과 경북 그리고 전북의 경계인 삼도봉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산행이 순조로우면 민주지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금년도 첫 탐사를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하기로 했다. 문장대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법주사를 산행기점으로 잡는다. 그러나 우리 탐사팀은 문장대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인 화북 루트를 택한다.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시어동에서 시작해 속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로 문장대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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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동에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 화북분소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30분이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인지 산쪽으로는 아직도 구름과 안개가 남아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해서 아침의 햇살이 이미 산 정상에 비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서쪽 산봉우리 위로 하얀 반달이 선명하게 보인다.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윤석중 선생의 동요가 갑자기 생각난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딸랑딸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짝 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이 노래에서는 해님이 반달을 쓰다 버린 것으로 되어 있다. 첫 연에서 화자는 쓰다 버린 그 쪽박이 할머니의 물 긷는 바가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둘째 연에서는 쓰다 버린 신짝이 아기의 신발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속리산 연봉 위의 하얀 반달은 해에게 이 세상을 넘겨주고 떠나가는 고고한 모습이다. 오랜만에 보는 반달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오송폭포와 성불사

오송폭포
 오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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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속리산 자락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속리산은 백호 임제(林悌)의 시구 ‘산비이속속리산(山非離俗俗離山)’으로 유명하다. ‘산은 속세를 떠나려 하지 않건만 속세가 산을 떠나려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우리 탐사대원들은 산을 가까이 하려 그 안으로 들어간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평탄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길이 너무 잘 나 있어 예전에 비해 걷는 맛이 덜하다고 송태호 대원이 이야기한다. 잠시 후 우리는 오송폭포에 도착한다. 오송폭포는 장각폭포, 은폭동폭포와 함께 속리산의 3대 폭포이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멀리서부터 물떨어지는 소리가 장쾌하게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니 보니 위에서부터 4단 또는 5단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폭포 아래로는 깊은 소(沼)를 이루지 못하고 흘러내려 신비감은 조금 덜한 편이다. 오송폭포라는 이름은 폭포 옆에 있던 오송정이라는 정자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성불사
 성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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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폭포를 지나 문장대로 오르는 길은 산수유 능선을 따라 나 있다. 우리는 산수유능선으로 오르기 전 잠시 성불사로 향한다. 성불사는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절로 소위 관음성지로 알려져 있다. 불노장생문이나 진리문 등을 만들어 불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해놓았다. 그리고 ‘큰 부처님께’ 바치는 시도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속적인 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성불사를 지나 청법대 쪽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등산로가 분명하지 않고 경사가 심해 산수유 능선을 타기로 한다. 건너온 반야해탈교를 되돌아가 오른쪽으로 나 있는 샛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이 능선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 능선은 문장대와 문수봉 사이로 이어진다. 문장대는 우측에 관음봉을 좌측에 문수봉을 거느리고 있으니 부처님으로 말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주능선에서 바라 본 문장대와 청법대

700m 이상 고도에서 나타난 상고대
 700m 이상 고도에서 나타난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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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릿지는 험한 바위능선으로 암릉미는 뛰어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된다. 능선을 40분쯤 오르자 선주벽에 도착한다. 1995년 암벽등반을 하던 김선주 씨가 이곳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그녀를 기려 청심산악회에서 선주벽이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는 선주벽을 우회해 능선을 따라 오른다. 그런데 해발 고도가 700m쯤 되면서 상고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2월에 상고대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어제 내린 비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북쪽 사면이 드러나는 지점에 이르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그런데 그 세찬 바람 때문에 상고대가 더 크고 두텁게 만들어졌다.

문장대 동릉의 암봉들
 문장대 동릉의 암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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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북서쪽을 바라보니 조망이 탁 트이면서 문장대가 나타난다. 우리 대원들은 이곳에서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특히 문장대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내린 세 개의 암릉이 이뤄내는 경치는 가히 일품이다. 그리고 이들 암릉 앞으로 955m봉이 노적봉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시선을 돌려 동남쪽을 바라보니 청법대에서 이어지는 암릉이 하얀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다. 청법대에서 이어지는 암릉군은 속리산에서 가장 크다. 그런데 이들 바위에 가려 청법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다시 5-6분쯤 올라가자 왼쪽으로의 조망이 트이면서 청법대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릉이 보인다.

청법대
 청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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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법대는 법문을 청해 듣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마 이곳이 북서쪽에 있는 문장대, 관음봉, 문수봉의 세 부처님 가르침을 듣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이 지점은 우문장(右文藏) 좌청법(左聽法)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뷰포인트(Viewpoint)이다. 이곳에서 보니 청법대는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상고대가 합쳐져 웅장하면서도 시원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청법대는 아마 속리산에서 문장대에 이어 두 번째로 아름다운 암봉일 것이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의 파노라마

속리산 주릉에서 바라본 산수유릿지 암봉과 그 너머로 보이는 백두대간
 속리산 주릉에서 바라본 산수유릿지 암봉과 그 너머로 보이는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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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시 10여분을 오르면 드디어 백두대간 속리산 주능선이다. 이 능선에서 시선을 돌려 우리가 지나온 산수유능선 쪽을 되돌아본다. 가까이 암릉과 상고대가 만발한 소나무가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바위가 어쩌면 이리도 선명할 수 있을까?

바위 너머로는 청화산에서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파노라마가 아련히 펼쳐진다. 잠시 후 청법대를 우회하면서 암릉을 바라보니 코뿔소 형상의 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할 남쪽의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니 신선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이 하얀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다.

문장대와 상고대
 문장대와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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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려 문장대 쪽을 바라보니 문장대로 오르는 철계단이 선명하다. 요즘 문장대 주변 정화작업을 하면서 철제구조물들을 정리한다고 하는데 저것도 언젠가는 바꿔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문장대 동쪽을 바라보니 네 개의 연봉이 4형제봉을 이루고 있다.

속리산에는 4형제봉뿐 아니라 7형제봉도 있다. 이런 연봉들 때문에 속리산은 산악인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주능선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신선대, 입석대, 비로봉을 지나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 이르게 된다.

신선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릉
 신선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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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수광의『지봉유설』14권 문장부 시예(詩藝) 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林悌入俗離山 讀中庸八百遍 得句曰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用中庸語也.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임제가 속리산에 들어가 『중용』 8백편을 읽고는 시구가 생각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나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려 하지 않건만 속세가 산을 떠나려 한다. 이것은 『중용』의 말을 이용한 것이다.”



태그:#충북 도계탐사, #문장대, #천왕봉, #산수유 릿지,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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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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