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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철도공사(코레일) 신임사장 공모에 지원했으며 다른 4명과 함께 면접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이들 5명을 심사, 최종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해, 청와대가 최종 낙점하게 된다.

 

"국민 기본 생활을 위한 공기업을 마치 전리품인양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비판하는 것도 지쳤다. TK 출신, K대,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 한나라당 공천 낙마, 인천공항공사 사장 응모.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보은 인사'. 다 좋다. 그런데 정말 최소한 기준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철도노조> 성명서 중

 

코레일 직원들의 좌절감이 큰 이유는 유독 코레일 사장 자리에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가 줄줄이 임명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정치인 출신 이철씨를 사장 자리에 앉혔는데 사실 이것부터가 정상적인 인사였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레일 인사 파행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 이철 사장의 후임인 강경호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그룹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어 'MB맨'이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중에는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으로 일했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열흘 만에 수천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MB측근 구속1호'를 기록하며 불미스럽게 퇴진했다.

 

게다가 코레일 유관단체에도 이미 낙하산 인사가 투하되었다. 철도 관련 유통 전문 기업인 '코레일유통'은 지난 5일 신임 대표이사로 이학봉씨를 선임했는데, 그는 포항 출신으로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 겸 후원회 부회장과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인물이 또다시 사장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코레일 직원들의 분노와 자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허준영...이명박 선거 운동

 

허준영 전 경찰청장(자료사진). 허준영 전 경찰청장(자료사진).
허준영 전 경찰청장(자료사진).허준영 전 경찰청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평생 경찰에 몸담아 왔던 허준영씨가 '윗선'과 아무 교감도 없이 코레일 사장 자리에 도전했다면 그는 지나치게 의욕적이거나 대단히 무모한 인물일 것이다. 철도노조의 성명처럼 그는 최소한의 인사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 인물이다. 따라서 이것이 윗선과의 사전 교감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 분명하다.

 

<조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위로부터의 언질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공모 공고를 보고 가까운 사람들과 상의해 지원을 결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나는 항상 스페셜제너럴리스트(팔방미인?)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구 고향인 허준영씨는 고려대 출신으로 1984년 이래 20년 이상 경찰에서만 일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을 지내다 서울경찰청장을 거쳐 제12대 경찰청 청장으로 올라서는 등 빠른 승진 가도를 달린 인물이다.

 

그는 경찰총수로서는 최초로 4·19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등 참여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행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5년 여의도 농민시위 때 시위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허준영의 폴리스스토리>라는 회고록 비슷한 것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기가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참여정부의 386 참모들을 비난해, 조중동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386 참모들이 처음에는 소주만 마시다가 몇 달도 안 되어 양주만 찾고 고급호텔 드나들더라'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재빨리 이명박 후보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 행정자치위원장을 지내면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이후 총선에서 한나라당 서울 중구 공천이 확정되는 듯했는데, 자유선진당에서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씨를 공천하자 이에 맞서 나경원 의원을 전략 공천하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이런 정황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뭔가 받을 것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 내정?... '실 끊어진 낙하산 인사'

 

자타가 인정하듯이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인사에서 비롯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부자'나 '고소영' 또는 'S라인' 따위의 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정권 출범 이래 YTN과 KBS 등 언론기관 낙하산 인사 파동이 그치지 않았다. 이밖에도 스카이라이프, 아리랑 TV,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자리 등이 이명박 선대위 인사들로 채워졌다. 최근에는 또 OBS가 낙하산 인사 파동에 휘말려들었다. 이런 일들은 국민으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든다.

 

이것에 가려 일반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 이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이미 한국농촌공사, 도로공사, 토지공사, 조폐공사, 주택공사, 연금관리공단 등을 비롯해 30개가 넘는 공기업 임원 자리가 이명박 선대위와 인수위 그리고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로 메워졌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공기업은 국민의 재산이다. 이것은 정권 획득의 전리품도 아니며 논공행상의 부스러기는 더욱 아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인사를 코드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코드인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파당인사'이고 '협잡인사'이다.

 

만약 허준영씨가 코레일 사장에 임용된다면, 이것은 이명박 정부 인사 악덕들의 총체적 결정판이 아닌가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다면 '막장인사'라고도 할 수 있다. 영남 출생이고 고려대 출신이자 철새 경찰이기도 한 허준영씨는 낙하산 인사 축에도 들지 못한다. 굳이 그를 낙하산이라면 '실 끊어진 낙하산'이라고 해야 그나마 어울릴 것이다.


#허준영#낙하산#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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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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