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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예능 프로가 있다. ‘리얼’을 표방하고 ‘여행’이 주테마인, 방영 시간대도 같은 라이벌 예능 프로, 바로 KBS <해피선데이 - 1박2일>(이하 <1박2일>)과 SBS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밀리가 떴다>)가 그 둘이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 하룻밤 머물다 온다는 포맷은 똑같지만 이 두 프로 사이에는 여러 차이점이 존재한다. <1박2일>은 멤버 6명 전원이 남성으로 이뤄져 있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남성 멤버들 외에도 이효리, 박예진 두 명의 여성 멤버가 있다.

 

 <1박2일>은 우리나라 방방곡곡 숨겨진 여행지를 찾아 떠나고 그곳에서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누가 야외취침에 당첨되는지 누가 아침밥을 못 먹는지가 재미를 주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여행을 가는 동안 그 집 살림을 대신 도맡아 하여 그 ‘노동’속에서 재미를 찾는다. <1박2일>이 출발에서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선착순과 복불복 게임으로 ‘긴장감’을 곳곳에 깔아둔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멤버들이 익숙지 않은 시골 일을 경험하며 그것에서 오는 신선함과 매 끼니를 직접 요리해먹는 소소한 재미에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해서 <패밀리가 떴다>에 긴장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잠자리 위치 선정을 위한 인기투표,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 당번에서 제외되기 위한 퀴즈 대결은 <1박2일>에서의 복불복 게임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물론 혹한의 추위 속에서 야외 취침을 걸고 사생결단하듯 하는 <1박2일> 특유의 ‘살벌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소소한 재미만큼이나 소소한 긴장감, 게다가 높은 순위에 들기 위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행태는 <패밀리가 떴다>만이 가진 장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두 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게스트’의 유무일 것이다. 남성 6인조에 게스트 없이 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인 <1박2일>(그래서 방송 초반 <무한도전>의 아류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과 남녀 혼성 8인조에 매회 1~2명의 게스트가 함께 하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게스트의 유무는 각각 서로 다른 색깔을 내뿜는 동시에 여러 장단점을 파생한다.

 

 

게스트 없이 매회 고정 멤버들로만 꾸려지는 <1박2일>이 갖는 장점은 ‘익숙함’이다. 매회 보던 얼굴,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은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낳는다. 더구나 여기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이 덧씌워지면 이제 더 이상 그들은 화면 속 연예인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인물같이 느껴지는 ‘친숙함’과 ‘동질감’을 빚어낸다. 반면 게스트가 존재하는 <패밀리가 떴다>의 장점은 ‘활기참’과 ‘의외성’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쉽게 질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바로 <1박2일>의 단점이 된다. 자주 비교되는 MBC <무한도전>의 경우 정해진 포맷이 없어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하다. 바로 그 점이 고정 멤버들로만 꾸며지는 데에도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고 3년 넘게 꾸준히 높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비록 포맷은 ‘여행’으로 한정지어져 있지만 게스트의 존재가 프로 자체에 활력을 넣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니 포맷도 한정지어져 있고, 게스트도 없이 고정 멤버들로만 꾸며지는 <1박2일>은 어쩌면 방송 3사 대표 예능 프로 가운데 가장 큰 취약점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에서 내놓았던 해결책이 바로 ‘감동’ 코드였다. 여타의 예능 프로와는 뭔가 차원이 다른 감동을 주겠다는 제작진의 일념이 돋보였던 ‘백두산 특집’을 필두로 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멤버들의 지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의 감동을 짜내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억지 감동’ 코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제작진이 궁리 끝에 내놓은 개선책이 바로 ‘게스트’의 투입이었다. 그러나 게스트의 투입이라고는 하나 <패밀리가 떴다>처럼 매회 고정적으로 출연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딱 한 차례, 공주 여행에서 공주 출신인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을 뿐, 작품이나 앨범 홍보를 위한 연예인들의 ‘홍보성’ 출연은 없을 것이라고 제작진이 언론에서도 밝힌 바 있다. 게스트는 가끔씩, 해당 여행지 출신의 ‘명사’의 경우에 한해서만 출연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1박2일>만의 특별한 게스트 출연이 있었으니, 바로 최근 2주 동안 방영된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총 9천여 팀, 15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그 중에서 단 6개 팀만이 선발되어 <1박2일>을 체험하는 이 특별한 여행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방송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과 비슷하지만, 작위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국체대 여자 유도부 학생들, 대학병원 남자 간호사들, 여덟 딸 여덟 사위와 노부부, 늦깎이 여고생들, 싱글맘들, 그리고 국립국악고 무용과 학생들까지…. 선정된 여섯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참여 층과 각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시청자가 함께 하는 <1박2일>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또한 방송을 처음 경험해보는 이들이 함께 함으로써 <1박2일>은 보통의 연예인 게스트가 낼 수 없는, 작위적이지 않은 순도 100%의 ‘리얼’ 버라이어티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가수 백지영이나 개그콘서트팀의 특별 무대도 활기찼지만, 한체대 유도부 학생들의 이효리 ‘U go girl'공연과 국악고 무용과 학생들의 소녀시대 ’Gee'공연 역시 못지 않은 재미를 안겨줬다. 무엇보다 이 날의 백미는 잠자리 선정 복불복 게임과 아침식사를 건 선착순 게임이었다. 여섯 멤버들은 각자가 책임지고 있는 팀원들이 한데로 내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먹게 하기 위해 여느 때와는 다른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게임에 임했다.

 

 이런 멤버들의 모습에 방송에서만 접하던 복불복과 선착순 게임을 직접 겪어보는 일반인 게스트들의 모습이 더해 <1박2일>에 신선함을 가져다주었고, 이는 곧바로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처음엔 서먹했지만 헤어질 때에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아쉬워하던 이들, 짧은 하룻밤이었지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예능 프로로써의 ‘재미’와 공영방송으로의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1박2일>의 성공은 시청률 위주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기만 한 요즘 예능의 세태에 귀감이 될 만하다.


태그:#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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