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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원장 ⓒ 남소연

“개인적 인연에 얽매이거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구애되어서는 의로움을 얻을 수 없는 만큼 사람을 사귀거나 취미를 즐기는 것도 법관의 도리에 조금이나마 어긋날 여지가 있으면 자제해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3일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92명(사법연수원 38기)에 대한 임명식에서 “시비곡직을 재는 잣대이자 저울추가 되는 의로움은 맑고 깨끗한 법관만이 추구할 수 있는 덕목”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먼저 “여러분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었다”며 “이제 여러분은 좋은 법관은 어떠한 법관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좋은 법관이란 재판을 잘하는 법관을 뜻하는데 권리관계를 둘러싼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재판의 일차적 기능”이라며 “좋은 재판이 계속 이어져야만 사회적 안정과 번영의 필요조건인 법의 지배가 뿌리내릴 수 있고, 법관이라면 누구나 재판을 통해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이어갔다.

 

그는 “법의 지배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고, 사법에 대한 신뢰는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국민의 믿음 속에서만 뿌리내릴 수 있다”며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 개개인의 직무상 독립과 다르지 않고, 사법권의 핵심은 재판권이며, 그 재판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바로 법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관들이 외부의 압력과 회유에 취약하다면 그 재판을 국민이 믿을 리 없고, 그러한 법관들로 구성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받는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조성된 여론은 물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압력단체의 활동 등 일체의 부적절한 외부적 압력에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해다.

 

이어 “사법권의 독립은 헌법의 규정과 제도만으로 당연히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스스로의 노력과 희생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최종 책임은 법관 개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법관이 공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수단은 오로지 재판뿐”이라며 “법관은 외부의 압력이나 사회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재판은 사법권의 독립을 외부적 압력으로부터 지켜내는 방패”라며 “그런 재판은 법관들이 사법권 독립을 훌륭하게 지켜냈다는 증거로서 길이 남을 것인 만큼 신임 법관들은 이 점을 항상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재판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은 실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었을 때 비로소 좋은 재판을 할 수 있고, 국민으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며 “법관의 직분에 걸맞은 실력과 인품은 부단한 수양과 엄격한 자기 관리 없이는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실력과 인품 수양을 적극 권장했다.

 

이어 “재야 법조계와 법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 순간에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날로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여러분이 법관의 신분과 독립성을 방패삼아 실력을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여러분은 어느새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관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마음이 흐리고 처신이 깨끗하지 못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시비곡직(是非曲直-옳고 그리고, 굽고 곧음)을 재는 잣대이자 저울추가 되는 의로움은 맑고 깨끗한 법관만이 추구할 수 있는 덕목이다”고 추상같은 처신을 강조했다.

 

특히 “개인적 인연에 얽매이거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구애되어서는 의로움을 얻을 수 없다”며 “사람을 사귀거나 취미를 즐기는 것도 법관의 도리에 조금이나마 어긋날 여지가 있으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도 정치나 사회경제적 쟁점에 대해 개인적 입장이나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 법관의 위신을 깎고 사법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는 언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관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시선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고, 행여 방만한 처신이 적당히 양해되리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조그만 허물도 엄히 정죄되리라 생각해 홀로 있을 때조차도 항상 삼가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처신의 신중함을 재차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법관이 꾸준히 실력과 인품을 닦아 나가는 것은 재판을 좋아하고 거기에서 기쁨을 느낄 때만 가능한 일”이라며 “자기 연마와 수양, 정결한 삶을 통해 더 나은 재판을 추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지 고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여러분이 재판을 그저 고통스럽지만 감내해야 할 의무 정도로 여기거나 스스로 무슨 대단한 희생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재판을 진정 좋아하는 법관만이 사법부를 책임지는 위치에 이를 수 있음은 우리 사법부의 역사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관의 자리는 그저 생계의 수단이 아니고,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방편이 되어서도 안 된다”며 “법관직을 그저 안정적이고 대우가 좋은 직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은 법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의 길은 힘든 길이지만 축복받은 길”이라며 “돈으로 살 수 없고, 권세로도 좌우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은 항상 불편부당함과 공정함을 추구하고 무엇이 정의인지 궁리하는 일을 본분으로 삼는다”며 “이는 법관만이 누릴 수 있는 크나큰 복락이고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미흡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국민이 법원에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며 “그 기대에 응답할 책임이 신임 법관들에게 있는 만큼 진실로 좋은 법관이 되고 좋은 재판을 하게 될 때 사법권의 독립은 더욱 튼튼해질 것이며, 국민도 사법부를 신뢰하고 법의 지배를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로 받아들여 내면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변함없는 긍지와 열정을 가지고, 그러나 항상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법관의 고귀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특이경력 신임 판사

 

한편 이날 임명된 신임 판사들 중 특이경력자로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인적자원부 등에서 근무한 박기주 광주지법 판사, 인천지방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한 박강민 대구지법 판사가 있다.

 

또 공인회계사 출신으로는 박현이 청주지법 판사, 이창은 인천지법 판사, 최정윤 서울중앙지법 판사, 박설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가 있고, 변리사 출신으로는 공성봉 울산지법 판사, 오택원 서울중앙지법 판사, 정희영 서울동부지법 판사, 최환영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있다.

 

이와 함께 법조인 가족으로는 강대석 변호사의 자녀인 강정연 수원지법 판사, 김명수 특허법원 부장판사의 자녀인 김정운 수원지법 판사, 홍성만 변호사의 자녀인 홍은기 대전지법 판사, 그리고 김용 변호사의 조카며느리인 이소민 인천지법 판사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대법원장 #이용훈#사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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