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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철새도래지에 각종 시설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람사르총회(10월 27일~11월 4일)를 앞두고 탐조대(건물 3층 높이)와 람사르문화관이 들어선데 이어 비슷한 성격의 생태습지문화관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습지문화관은 국·도·시비 186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인데, 우선 올해 국비 10억원이 배정되어 경남도에 내려와 있는 상태다.

 

창원시는 지난해 3월 한국습지학회에 습지문화관 타당성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에 따라 지난 13일 창원시의원과 창원의제21, 녹색경남21, 람사르환경재단,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람사르문화관과 탐조대가 들어설 때 환경단체에서는 철새 서식에 방해가 된다며 반발했다. 창원시는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탐조대·람사르문화관의 규모 등을 일부 조정하기도 했다.

 

환경단체 "또 건물이냐... 중복투자로 예산 반납해야"

 

습지문화관 건립 계획이 세워지자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마창진환경연합은 23일 "세계적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는 국회의원이 망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습지문화관 관련 예산 확보에는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창원갑)이 앞장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습지문화관이 람사르문화관과 내용도 같고, 이름도 비슷한 사업에 중복과잉투자라며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주남저수지는 돈 잘 끌어오는 능력있는 국회의원이 다 망친다?"며 "이 예산이 확보되기까지 권경석 의원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최근 주남저수지 인근에 람사르총회 직전에 지어진 람사르문화관과 유사한 습지문화관이라는 건물이 또 추진 중이다. 솔직히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며 "람사르문화관도 아직 관리가 안정되지 못하였고 전시내용도 완벽하지 못한데, 또다시 똑같은 내용과 비슷한 이름으로 불과 3개월여 만에 예산이 확보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창원시는 예산을 올린 적이 없다 하고 환경부도 예산을 올린 적이 없다 하고 해당지역구인 권경석 의원실에서는 집행부에서 올려서 했다고 한다"면서 "따져 보면 창원시와 환경부에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예산인데 국회에서 갑자기 만들어서 툭 던져준 예산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남저수지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교란의 원인은 단적으로 말하면 '중복 과잉투자'이다. 별다른 소용이 없는 예산이 내려와 이것을 받아든 쪽에서는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하는 상황이다. 결국은 이 말도 안 되는 예산은 가장 쓰기 편한 방식으로 쓰이게 된다. 건물이나 짓게 되는 작금의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웃음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래서 주남저수지는 돈 잘 끌어오는 능력 있는 국회의원이 다 망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타당성 용역결과에 따라 지난 13일 이루어진 간담회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졸속행정'이라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습지문화관 위치로 4개 안이 제시되었고, 타당성 조사 결과 창원시 동읍 다호리 일대가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마창진환경연합은 "그런데 다호리 일대의 땅값이 너무 비싸 도무지 사업을 할 수 없으니 용역결과는 무시하고 습지문화관의 위치를 다른 곳에 선정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이 지역의 땅값이 비싸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을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면 언제든 알 수 있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타당성조사를 수십 년 전에 한 것도 아니고 2008년 상반기에 하면서 땅값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위치를 잡았다는 것은 바로 '부실용역'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용역결과를 창원시가 승인한 것도 의문이고, 국비, 도비, 시비가 층층이 확보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무리 국가예산이 눈먼 돈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습지문화관 186억 예산은 타당성조차 상실한 과잉중복낭비예산이다. 국고로 반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현재 계획대로 습지문화관이라는 이름으로 186억을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 예산낭비이고, 주남저수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주남저수지는 습지로서는 매우 적은 규모이고, 이런 곳에 람사르문화관과 비슷한 덩치의 건물이 한 개 더 들어서는 것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갑자기 10억원 배정됐다"

 

이에 대해 창원시청 관계자는 "습지문화관의 위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타당성 조사는 한국습지학회 윤성윤 소장이 했는데, 람사르총회 개최 도시로서 생태습지 관광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람사르문화관은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기념관의 의미이고, 습지문화관은 생태습지 체험을 비롯한 포괄적인 의미다"며 "습지문화관 건립과 관련해 중앙정부에 2007년부터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말 갑자기 10억원이 배정되었다"고 덧붙였다.

 

권경석 의원실 비서관은 "환경단체의 성명서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습지문화관 관련 예산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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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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