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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방위비분담금협정(이하 제8차협정)이 지난 1월 15일 타결됐다. 이제는 국회 비준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했다. 하지만 협상결과는 형편없다.

 

이번 협정의 국회 비준동의과정은 분담금의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전용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8차협정의 합의기간은 2013년까지다. 2012년이면 미군기지이전은 완료된다. 협정 발효 후 정부로서는 더이상 분담금의 LPP 전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없다. 물론 국회는 혈맹을 고려(?)하여 선비준한 후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 요구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회나 시민단체의 자료 요구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외교상 '비공개'자료임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못해 공개되는 한두 개의 자료들은 오로지 정부의 입맛에 맞는, 그야마로 '보여주고 싶은 자료'들일 것이다. 결국 분담금의 LPP 전용에 대한 진실은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말 것이다. 최소 1조1193억원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겨진다. 그래서 제8차 협정 비준동의과정이 중요하고, 진실을 밝힐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방위비분담금으로 LPP 보전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모멸감을 느낀다?

 

2004년 개정된 LPP에 따르면 미군기지 23곳의 대체시설 건설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초까지만 해도 분담금이 LPP에 전용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관계자는 "방위비분담금으로 (LPP 비용을) 보전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모멸감을 느끼는데 그건 정말 우리 외교안보팀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거죠"라고까지 했었다(<신동아> 2004년 9월 22일).

 

거짓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진실의 시작점은 정부 보고가 아닌 2007년 4월 <신동아>의 보도였다. 주된 내용은 주한미군이 금융권에 8000억을 예치․운용 중이며, 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보도 후 2달 뒤인 2007년 6월 분담금의 LPP로의 전용을 시인한다. 당시 김장수 국방부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의 역사적 발언이다.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미) 이해하고 있다.(2007년 6월 2일)"

 

<신동아>에 보도된 비축된 분담금의 내역은 보도 이후 1년 4개월 뒤에야 비로소 국민에게 공개된다. '금번 SCM 시 제공'받은 자료라며 밝힌 분담금 미집행액 현황은 집행중인 예산 905억원, 집행 예정 예산 1조288억원(LPP사업 7483억원, Non-LPP사업 1446억원, 설계/심의중인 사업 1359억원) 등 총 1조 1193억원이다.(2008년 10월 23일, 국방부 <국회 국정감사 현안업무자료>) 제8차방위비분담금협상에서 유일하게 확보된 투명성은 이것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분담금의 LPP 전용은 유동적

 

또다른 진실의 시작점은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미국 측의 일관된 입장은 기사 하단에 별도로 정리한다.) 분담금의 LPP전용을 말하는 미측의 일관된 입장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3월 미군기지 이전비용 중 한국 측 부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미국 쪽이 용산기지 이전 및 2사단, LPP의 비용 50억~55억 달러에다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중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금액 16억8000만 달러(2004~2008년)를 포함시켜 계산한 것으로, 이는 미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2007년 김장수 당시 국방부장관의 시인 이후 정부의 입장은 180도로 뒤바뀐다. "2000년 LPP 협상 초기부터 방위비 분담금(SMA)의 LPP 사용에 한미간 공감"이 있었으며, "미측은 2002년부터 SMA를 LPP에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국방부, 2008년 10월 23일). 국민은 물론 국회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2002년부터 비축된 1조 1193억원은 드디어 LPP로의 전용이 합법(?)화 되어버린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3월 16일 LPP와 관련하여 벨 사령관이 '50 대 50 배분원칙'에 따라 한미가 분담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한미간 합의된 바가 없는 것이라고 언론해명자료를 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2008년 3월 당시에도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을 2사단 이전비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입장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협상 추이를 봐가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문제"(2008년 3월 24일 연합뉴스)라는 것이다. 분담금의 LPP 전용과 관련해 뭔가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야흐로 외교안보팀의 애국심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2009년 2월 드디어 분담금의 LPP 전용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정리된다. 제8차 협정의 국회비준동의를 앞둔 2009년 2월 협상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의 경과보고다. ▲ 미국은 "2000년 LPP 사업 협의 시점부터 미측은 방위비분담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설명하였고 실제 이러한 용도의 분담금 지출을 지금까지 계속하여 왔으며 우리 측은 이를 관행적으로 양해"해 왔고, ▲"2005년 초 한미국방당국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였으며 그 결과 '분담금의 LPP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으며, ▲"2007년 국회 부대의견에 따라 정부는 미 측과 이 문제를 진지하게 재검토한 결과 '분담금의 LPP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고 했다.(외교통상부, <제8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국회 외통위 소속 보좌관 설명자료>)

 

제8차 협정의 협상과정에서도 "지금까지 LPP에 방위비분담금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바, 지금에 와서 방위비를 못쓰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있음"이라며 앞으로의 방위비분담금 역시 LPP로 전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분담금의 LPP 전용과 관련한 '최초의 공개적 합의'라는 점에 박수를 쳐야 할까?

 

외교부의 보고를 통해 드디어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비축된 1조 1193억원의 방위비분담금은 LPP 비용으로 전용되고, 제8차 협정이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게 되면 추가적으로 수천억원 이상의 분담금이 추가로 전용될 것이다. 위의 NSC 고위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바야흐로 외교안보팀의 애국심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00년 '최초 공감' 당시의 회의록을 밝히는 것이 첫번째 열쇠

 

'애국심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처한 외교협상팀이 억울함을 풀 방법은 없을까? 두 가지 자료만 공개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최소한 이전의 협상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개할 것은 2000년 최초 '공감'이 이루어진 당시의 회의록이다. 지난 2008년 11월 21일 '2000년 LPP 협상 초기 방위비분담금의 LPP 전용에 대한 한미간 공감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까?'라는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의 질의에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양측 회의록에 아마 기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고, 이 의원은 그 회의록을 자료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아직까지도 그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애국심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에서 분담금을 LPP에 전용(사용)하겠다는 입장은 어느 회의에서 몇 차례나 우리 측에 설명되었으며, 우리 정부는 누가, 언제, 어느 회의에서 양해를 했는지, 그 회의에서의 미측 주장의 법적 근거나 우리 측 '양해'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회의록의 서명은 존재하는지, 회의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와 같은 회의결과를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 열쇠다.

 

2005년 왜 다시 한미 국방당국간의 합의를 했을까?

 

다음으로는 2005년 초 '한미 국방당국간의 합의'와 관련해서다. 2009년 2월 외교통상부의 국회 외통위 소속 보좌관 설명자료에 의하면 "2005년 초 한미 국방당국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였으며, 그 결과 '분담금의 LPP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음"이라고 했다.

 

2000년 LPP 협상 초기부터의 합의였고, 그동안 쭉 '양해'가 되어왔던 사안이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작스럽게 '2005년 초 합의'가 필요했을까? 더구나 2007년 국회의 부대의견 이후의 한미간 협의에서도 2005년의 결론은 그대로 유지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2005년 합의의 주체와 내용, 법적 근거가 더욱 궁금해진다. 2005년의 한미국방당국간의 합의를 기록한 회의록 역시 공개되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열쇠다.

 

이에 더해 2007년 국회 부대의견 이후의 한미간 협의과정과 당시 회의록을 공개한다면 '애국심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처한 외교협상팀이 억울함을 풀 세 번째 열쇠를 쥐게 됨은 물론이다.

 

분담금의 LPP 전용 합의근거협정은 LPP 개정협정?

 

 

필자의 관심은 두 번째 열쇠를 더욱 주목한다. 2005년은 방위비분담금협상에 있어 한국 측 협상단이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뀐 해다. 2000년부터 '양해'가 되어왔던 사안에 대해 '2005년 합의'가 왜 추가로 필요했을까? 그간의 '양해'를 쭉 해 주면 되는데도 말이다. 혹시 '공감' 차원이 아닌 '합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새로 마련된 건 아닐까? 한미간에 추가로 또는 이면으로 체결된 협정이 있거나, 혹은 알려진 협정이지만 국민에게 그 조항의 의미가 숨겨진 협정이 있지는 않았을까? '2005년 초'에서 거슬러 올라가 한미간의 협정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멀지 않은 시점인 2004년 12월 9일 LPP 1차 개정협정(이하 2004년 LPP협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다. 당시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이 협정은 무려 ' 7141억원을 절감'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2002년 LPP협정 당시 '미측 기준에 의한 시설기준'이라는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7천여억원을 절감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대대적이었고, 2004년 LPP협정은 매우 '성공적인 협상'으로 평가되었었다.

 

하지만 '유리한 건 크게, 불리한 건 작게' 홍보하는 그간 외교안보팀의 속성을 감안하여 2004년 LPP 협정에서 그 파장이 축소된 조항이 있지는 않을지 협정문을 다시금 꼼꼼이 뜯어봤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조항이 제2조 제1항이다.

 

"제 2 조 제 1항  양당사국은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 제7조에 따라 기지이전에 관한 사항을 상호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

 

협정 당시에는 일반적인 '사정변경의 원칙'을 정한 조항 정도로 평가받았을 내용이다. 하지만 이 조항만을 놓고 문언해석하면 '현저한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협의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조항이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의 표현에 의하면 2000년 초에 이미 '이해'가 된 사항에 대해 2005년 새로운 합의를 해도 되는 근거조항이 되지는 않았을까?

 

분담금의 LPP 전용, 진실은 정부와 협상팀만이 알고 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본질이 밝혀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로 임하기보다는,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은밀한 방식을 취하는 쪽을 종종 택하곤 하는 행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스콧 매클렐런, <거짓말정부> 22-23P)

 

부시 행정부의 대변인을 지냈던 스콧 매클렐런의 말이다. LPP 개정협정 제2조 제1항이 2005년 '합의'의 근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물론 개인적 추측이다. '애국심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처한 외교협상팀의 입장에서 보면 '억측'이고, 일고의 가치가 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분담금의 LPP 전용에 대한 진실에 대해 국회나 국민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직 2000년 당시 협상팀과 2005년 당시 협상팀이 알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사안의 전말을 보고받은 정부만이 알고 있다. 최소한 2000년의 회의록과 2005년의 회의록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 다음이 국회 차원의 논의이며,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이후 국회의 비준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를 기대한다.

 

방위비분담금의 LPP 사업으로의 전용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입장

 

2003년 7월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LPP)을 통해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50%까지 (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2005년 3월 리언 러포트(Leon J. LaPorte)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기지이전비용 80억 달러 가운데 미국 부담은 6%(4억 8,000만달러)'라고 했다.

 

2006년 3월 팰런(William Joseph Fallon) 미 태평양사령관은 미 하원세출위원회 보고에서 '한국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주둔비 부담금 16억 8,000만달러를 포함해 68억달러를 부담한다'고 했다.

 

2007년 1월 10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외신기자클럽 연설에서 "방위비분담금(가운데 군사건설 건설비)의 50% 이상을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 2008년 3월 12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 출석, 미 2사단 이전비용도 50대 50 배분 원칙에 따라 50%는 미국이, 50%는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미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재원 마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하나는 미국의 비용에서 다른 하나는 주둔국의 비용분담금에서 나오도록 대체로 협의해왔다"며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으로 합의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방위비분담금, #LPP 전용, #미군기지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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