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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의 보리밭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청보리밭 너머로 펼쳐지는 여자만의 풍경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저 바라만보고 있어도 가슴에 번지는 물결은 순수하고 풋풋한 봄 햇살을 닮았습니다. 달천의 풍경은 아늑한 꿈결같이 잔잔한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달천의 푸른 보리밭과 주황빛 황토 구릉이 나그네를 동심의 소박한 꿈에 잠기게 합니다.

 

여수 화양면방향으로 길을 잡아가다 죽림저수지를 지나 소라면 지방도를 달리다보면 달천에 다다릅니다. 아기자기한 섬들과 아름다운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곳입니다. 그중에 으뜸은 청보리 밭입니다. 그곳을 지날 때면 자신도 모른 채 그만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청보리 밭에는 봄이 일렁이네!

 

 

달천마을 안길을 지나 뒷산언덕배기에 보리밭 물결도 그만이지만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구릉에 펼쳐지는 청보리밭 물결이 더더욱 좋습니다. 들에서 밭일을 하는 아낙네의 모습도 풍경이 됩니다. 황토밭에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 물결에 봄이 일렁입니다. 보리밭길 끝자락에는 물이 난 바다가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복산4구 달천마을 회관 앞에는 붉은 깃발의 부표가 놓여있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마을 안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합니다. 농부가 경운기에 아낙네를 싣고 마을고샅길을 지나갑니다. 경운기의 굉음이 정적을 깨트리며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녹색지붕너머의 청보리밭은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장독대 곁 남새밭의 봄동은 푸른 기운이 넘쳐납니다. 산밭 가장자리 매화나무 고목에 올망졸망 수없이 매달린 꽃망울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금방이라도 톡톡 터져버릴 듯 봉긋봉긋합니다.

 

새소리 가득한 숲에는 봄바람이 살랑대고...

 

산기슭으로 이어진 오솔길 따라 순간순간 바뀌는 마을 풍경이 신선합니다. 산새소리 가득한 숲에는 봄바람이입니다. 마을 뒷산의 언덕에서면 툭 트인 바다가 양쪽에서 시원스럽게 다가옵니다. 산자락의 마늘밭은 신이대숲이 울타리를 대신합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멧비둘기 소리에 마음이 달뜹니다. 달천에 봄이 왔습니다. 봄입니다.

 

한때 멋진 보리밭 풍경으로 이름을 날렸던 S라인 길은 시멘트로 포장이 된 채 그 형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보리농사를 짓지 않아 해마다 보리밭이 자꾸만 사라져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며칠 전 옥수수 씨앗을 파종했다며 궁여지책으로 농부가 산밭에 그물울타리를 칩니다. 산짐승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랍니다. 들에는 농부들의 일손이 분주합니다. 청보리밭을 찾아 나선 밭두렁 길에는 쑥의 여린 새싹이 삐죽삐죽 돋아납니다. 

 

따스한 봄날 가족과 함께 나물바구니를 챙겨 파릇파릇한 풋보리를 캐러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풋보리로 보리된장국을 끓여먹으면 봄이 가슴에서 출렁일 것입니다. 풋보리를 넣은 홍어보리애국의 맛도 아주 그만이죠. 그 애간장 녹이는 텁텁하고 구수한 맛이 문득 그립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보리밭, #풋보리, #봄, #보리된장국, #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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