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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떠 있는 배는 인간이나 화물을 실은 공간적 이동수단이었다. 하지만 하염없이 육지에 묶이고, 강위에 떠서 정박해 항해를 시작하지 않는 배의 의미는 뭘까.

 

24일 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일본 동경도 세타가야구 시모기타자와(下北沢) '시모기타 아트 스페이스(Shimokita Art Space)'에서 열리고 있는 오세철 사진작가의 < Another Ship >전이 답을 말해 주고 있다. 식당, 호텔, 레스토랑 등 육지의 이색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들의 만남과 휴식의 안식처가 되어준 배, 이제 이마져도 하나 둘씩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작가는 우리나라 서울, 성남, 대전, 대구, 인천, 파주 등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배'가 정착돼 있는 피사체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동경으로 건너가 일본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현재 시모기타 아트 스페이스 전시장에는 그의 작품 14점이 전시되고 있다.

 

오 작가는 "배는 항해를 위한 도구이고, 승객과 화물들의 공간적 이동수단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바다에 떠 있지 않고, 있어도 운항하지 않는 배들을 작품의 피사체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식당, 레스토랑, 호텔 등 서비스업이 행해지는 장소로 변모해, 우리의 환상만이 아득한 미지의 공간으로 항해하는, 또 그렇게 착각하고픈 장소"라면서 "10년 전부터 하나의 붐이 돼 전국 각지에 이러한 'Another Ship'이 만들어졌다. 이색공간에서 만남과 휴식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해방감과 일탈감,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하나 둘 씩 사라져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새롭지도 자유롭지도 않는, 시대의 유행이라는 인간 제 정신의 산물은 다시 우리의 감각적, 향유적 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는 것을 간파하고, 마지막이 될 이색공간의 화려한 꿈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HDR(High Dynamic Range)이미지 기술을 활용한 32비트의 초광역 휘도의 화상으로 작품을 실현했다.

 

오 작가는 "우리의 눈과 달리, 필름이나 CCD(메모리 카드)가 인지할 수 있는 휘도의 영역은 절대적 차이가 있기에 HDR화상을 통해, 우리의 환상과 동경이 교차했던 그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표현해보고자 했다"면서 "이제 'Another Ship'은 한 시대의 추억을 회상하는, 그러한 향수를 느끼고 싶은 노스탤지어의 상징으로서의 공간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수 사진평론가는 "도심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묶어 있는 배는 처음부터 항해를 생각하지 않았다. 항해가 가능한 물위의 배도 영업장으로 활용되면서 기관실이 멈춰버렸다. 산에 오르는 배는 사공이 아무리 많아도 바다로 가지 않는다"면서 "심장박동과 같은 우렁찬 기관실에서 쇳소리 가득한 불기운과 요리냄새로 요동친다. 바로 과거의 흔적을 이해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꿈과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작품집을 통해 김주일 사진작가는 "작품은 배를 통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를 기록한 것"이라면서 "강변이나 길가, 도시 한복판, 산 등 여러 장소에 정박해 본래기능과 달리 레스토랑이나 연회장 등으로 사용되는 배들을 보면서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동경 시모기타자와(下北沢)라는 마을은 동경에서도 예술(특히 연극)과 젊음의 마을로 알려졌다. 작가도 이곳에서 10여 년간을 머물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고 작품 활동을 했다.

 

오세철 작가는 1994년 Tokyo Visual Art와 1998년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일본대학 대학원 예술학연구과 영상예술전공 석사 졸업과 2004년 동대학원 예술전공 박사 후기과정을 수료했다. 2005年 일본에서 귀국해 서경대 대학원, 경기대학교, 진주산업대학교, 경상대학교 대학원, 을지대학교 등을 출강했다.

 

현재 배재대학교, 충남대학교, 공주대학교, 한성대학교 등에서 사진학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998년 6월 일본 도쿄 신주쿠 니콘 살롱에서 < 궤적(軌跡) >전을, 2001년 5월 긴자 니콘 살롱에서 < EHIND VIEW >전을, 2005년 4월 일본 도쿄 신주쿠 니콘 살롱에서 < CROSS CROSS >전을, 2008년 4월 서울 인사동 드림갤러리에서 < City-Locus-Tokyo >전 등을 열었고, 이번 < Another Ship >전은 그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국제사진영상기획전, 한국기초조형학회 이탈리아 작품전, ASIA NETWORK BEYOND DESIGN전(서울, 중국 일본, 대만 등 순회 전), EKO 국제사진전 등 그룹전에 많은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94년과 96년 Konika 화상진흥재단 장학금 받았고, 97년 제2회 동경국제사진비엔날레 '사무라이 초상'으로 입상했다. 98년 IPPF(International Professional PhotoFair)에서 모노크롬 부문에서 수상했고, 동년 < 궤적 >으로 일본대학 예술학부장상을 수상했다.


태그:# ' ANOTHER SHIP'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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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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