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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재판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기, 사법부가 할 일인가?
'비슷한 사건이라 몰아주기했다'는 해명은 더 납득안돼

 

어제 M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형사 사건들이 일반적인 기계적 순서에 따른 배당방식을 벗어나 특정 판사에게 몰아서 배당되고, 같은 법원의 여러 판사들이 이를 문제 삼자, 그 후에는 기계적으로 배당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기 할 합당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가지며, 만약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었다면 이는 사건을 배당할 권한을 가진 고위 법관들 스스로, 정치에 종속되어있던 과거 군사독재시절처럼 사법부를 정치화 의혹에 빠뜨린 중대 사건이라 본다. 같은 법원의 여러 판사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도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고, 국민들로부터 사법부마저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경위가 명백하게 해명되어야 한다.     

 신영철 현 대법관과 허만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신영철 현 대법관과 허만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 참여연대


대체 왜 일반적인 배당방식을 벗어났는지,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예외적으로 특정 판사에게 사건을 몰아서 배당했다고 하더라도 왜 외국인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에 배당했는지를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인 신영철 현 대법관과 당시 사건배당자였던 허만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먼저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몰아주기 사건배당 의혹은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심각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며, 게다가 일주일 전부터 대법관이 된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논란의 당사자인 만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관례를 깬 몰아주기 배당, 같은 법원 판사들부터 납득못할 정도

 

M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6월 19일 촛불집회 참가자 관련 사건이 처음으로 기소된 뒤부터 7월 11일까지 5건의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되었다.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대법관)으로부터 사건배당 권한을 위임받은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들 다섯 건의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에게 모두 배당하였다. 

 

이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은 피고인이 외국인인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로, '외국인 사건'을 제외한 사건은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무작위로 배당받아 재판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재판부에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첫 번째 기소사건부터 다섯 번째 사건까지 연속해서 배당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단독재판부 평판사 10여 명은 이 같은 몰아주기 사건배당은 일반적인 관례를 깬 것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국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기 한 것이 매우 부당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다섯 번째 사건이 배당된 지 이틀 째 되던 날인 7월 13일경, 사건을 인위적으로 배당한 허만 수석부장판사에게 해명과 함께 시정을 요구하려 했다. 그러나 그 같은 문제제기 움직임을 파악한 신영철 당시 법원장이 이들 판사들에게 배당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시정하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그 후, 서울중앙지법은 접수된 촛불집회 참가자 기소사건을 평소처럼 무작위 방식으로 각 재판부에 배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작위로 사건이 배당된 첫 번째 사건이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의 사건을 배당받은 박재영 판사는 피고인 측이 제기한 집시법의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의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인위적으로 여러 사건을 배당받은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는 동일한 집시법 규정에 대한 윤 모 피고인의 선고판결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판단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재판부들은 집시법 규정의 위헌성여부가 핵심쟁점인만큼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에 대한 헌재의 판단 이후로 재판을 연기해 두었는데, 조한창 부장판사의 형사13단독는 1심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이런 정황과 맞물려, 인위적으로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 것이 특별한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은 아닌지 의혹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만 당시 수석부장판사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양형 편차가 우려되어 한 곳에 배당했다고 MBC취재기자에게 해명하고, 또 신영철 당시 법원장은 평판사들의 문제제기를 시인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한다.

 

대법원 예규 등에 의해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무작위 시스템이 아닌 인위적 배당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촛불집회 참가자와 관련한 여러 사건들이 인위적으로 특정 재판부에 몰아서 배당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실제로 집회와 관련해 기소된 사건은 통상 일반사건으로 분류해 무작위 방식에 의해 여러 재판부에 자동 분산되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고 한다. 양형편차는 상급법원에서 시정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관련 사건을 인위적으로 특정한 재판부에 배당한 이유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사건배당권자는 알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허만 수석부장판사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비슷한 종류 사건이라지만, 실제 사건내용은 제각각 달라

 

더욱이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니까 형량에 차이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형사13단독 재판부에게 몰아주기 된 5건의 사건은 촛불집회 참가자가 기소된 사건이기는 하지만 사건내용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건은 경찰 기물을 파손한 사건이고, 또 다른 사건은 전의경을 폭행한 사건이며, 또 다른 사건은 코리아나호텔 앞에 쓰레기 등을 투척해 코리아나 호텔 측의 업무를 방해하고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잡혔지만 거짓말을 퍼뜨려 다른 시위대가 그 경찰을 억류한 틈을 타 도주한 사건이고, 또 다른 사건은 촛불집회행사 사회자가 허가되지 않은 행진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등이다. 즉 기소된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위반 법률이 제각각이다. 

 

게다가 이 다섯 사건들의 선고형량도 제각각이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있는반면 집행유예형이 선고된 사건도 있고, 보호관찰형이 선고된 사건도 있으며, 사회봉사명령이 선고된 사건도 있는 등 모두 제각각이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이어서 형량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

 

현직 대법관이 연루된 의혹인만큼,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조사해야


이번 사건은 몰아주기 배당을 받은 판사의 이념적 성향을 떠나서, 관례에 어긋나게 사건을 인위적으로 배당했다는 점, 외국인 사건 전담재판부와 관련 없는 사건을 몰아주었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흐지부지 넘길 일이 아니다. 

만약 MBC가 보도한 것처럼, 다소 보수적 성향으로 알려진 조한창 판사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사건을 몰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법원이 '법치'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것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특히 법원 내부의 고위 법관에 의한 정치적 독립성 훼손행위는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일이다.

 

몰아주기 배당이라는 논란을 일으킨 허만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신영철 대법관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 전체의 명예와 신뢰에 관한 매우 중대한 문제인 만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논란의 당사자인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지난 2월 18일부터 대법관이 된만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판사들이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 넘길 가벼운 사건이 아님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촛불재판#신영철#허만#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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