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진국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진국 김진국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영주

관련사진보기

아내의 갑작스런 사고, 정신이 멍해졌다. 하던 사업도 접었다. 가만히 바닥에 누워 뭘 해야 하나, 뭘 할까, 머리를 굴렸다.

그때 라디오에서 진행자 강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길로 카메라 한 대를 사들고 다음날 방송국을 찾아갔다.

"제가 연예인 축구단인 '회오리축구단'의 전속사진을 찍겠습니다"
"사진이요? 경력이 얼마나 됐는데요?"
"오늘부터입니다."

그렇게 회오리축구단의 사진을 찍은 게 2001년 경이다. 다소 엉뚱하게 사진작가로서의 길로 들어선 김진국씨(46).

그가 사진얘기를 할 때면, 회오리축구단과 방송인 강석씨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무턱대고 찾아온 그를 강석씨가 보듬어 안아주었다.

아마도 그의 절실한 눈빛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김진국 사진작가는 설명한다.

내가 물었다. 왜 사진작가였냐고? 아내는 사고로 떠나고, 사업은 접었고, 당장 코흘리개 두 남자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자유로운 일을 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고, 마침 강석씨가 연예인 회오리축구단 설명을 하기에, '그래, 연예인을 찍어보자'는  당돌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단순함과 당돌한 생각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인생의 첫 장을 열게 된 것이다.

"지금에 와서 얘기하지만 강석씨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내가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면 실망스러워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1년 반 정도 나를 트레이닝 시켜주듯이 '이렇게 찍으면 안돼', 하며 카메라 위치를 가르쳐주었고 몇몇 연예인들의 전속 사진도 찍게 연결시켜주었지요. 참 지금 생각해도 고맙습니다."

그렇게 배우는 기간은 힘들기도 하고, 가정사 슬프기도 했지만, 그를 훨씬 성숙시켜 주는 기회가 되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여 동안 연예인 회오리축구단의 전속 사진작가이자, 연예인을 찍으며 지내왔다.

닿는 손의 기쁨을 빛으로 담는 김진국 사진작가.
▲ 빛으로 사랑을 담다 닿는 손의 기쁨을 빛으로 담는 김진국 사진작가.
ⓒ 김영주

관련사진보기

그러다가 그가 자원봉사자들의 전속 사진을 담당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회오리축구단이 안산에서 진행되는 교통사고유자녀돕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전속사진작가인 김진국씨도 함께 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후 안산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봉사'를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시흥예총 국악협회의 전속 사진을 찍었다. 시흥과 인연의 시작이다.

점차 시흥 안산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자원봉사자로 소문이 났고, 활동의 폭도 넓혀 나갔다. 시흥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자원봉사 활동은 다 찍어본 그다. 시흥시 자원봉사센터에 정식 가입해 봉사시간을 헤아려보니 한 해 얼추 600여 시간이 넘었다.

지금은 한국자원봉사센터, 경기자원봉사센터, 시흥.안산.고양 자원봉사센터에서 벌어지는 단체들의 자원봉사 사진을 주로 촬영하고 있다.

그런데 김진국 사진작가의 사진에는 특징이 있다. 주로 자원봉사자의 손을 찍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싶지 않다. 그 손 사진 속에 본인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또 보통 다른 사람들이 얼굴이나 봉사활동 사진을 찍기 때문에 손 사진을 통해 특화하고자 하는 목적이란다.

물고기를 꼭 잡아안고 싶은, 사람의 마음.
▲ 하늘을 나는 물고기 물고기를 꼭 잡아안고 싶은, 사람의 마음.
ⓒ 김영주

관련사진보기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제목을 가진 사진인데, 물고기를 잡을 수 없지만 어렵더라도 움켜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비록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찍어 전시회를 하는 게 목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자원봉사의 활동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갖기 위해 경기도 순회전시회를 준비중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세계 자원봉사자의 손을 찍어 전시회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김진국 작가는 설명했다.

그동안 찍은 사진만 해도 10만장 이상이 넘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디카가 나오기 전에 찍은 필름사진들이다. 그 사진들을 일일이 디지털 작업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분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작가 9년째. 지금의 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사진봉사를 시작했을 때 다른 봉사자들처럼 몸을 씻기고, 운전하는 등의 일만이 봉사라고 생각하는 등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점차 사진홍보의 필요성을 실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금전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보람과 행복 측면에서는 과거 나의 선택은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신문 컬쳐인시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진작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