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신분이던 2007년 9월경 각 분야 인사들과 타운미팅을 통해 많은 공약들을 발표했다. 타운미팅 장면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 뒤 1년여가 흘렀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던 사람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이 그들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말] |
"이명박 정권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0점, 아니 마이너스 100점, 200점이다."인터넷 상에서 포럼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6)씨의 MB 정권 1년 평가는 냉혹했다. 그는 지난 2007년 9월 27일 이명박 대선 후보의 타운미팅 자리에 합석한 적이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샐러리맨의 삶과 희망에 대하여'란 주제를 가지고 신촌의 아트레온 토즈 문화 카페에서 타운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는 샐러리맨 중 웹상의 카페나 동호회를 운영하는 시숍들이 20명 남짓 모였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그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샐러리맨들은 현 정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타운 미팅에 참석했던 사람 중 6명을 어렵사리 추적해 그들의 MB정권 1년을 평가하도록 해봤다.
"존경하는 인물이 '도산 안창호씨'라고 답변했을 때부터 불안"우선 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1년 전 타운 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씨는 경제, 경영 등 각 분야의 온라인 모임을 운영하는 시숍들이 연합해서 만든 '온라인 경영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한나라당에서 김씨가 속한 모임을 알고 초청 연락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했던 회사에서 있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을 들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라길래 기대하는 마음에 갔었다. 당시 우리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에게 관심이 많았던 20명 정도가 참석을 했다." 타운 미팅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냐는 물음에는 김씨는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이 후보가 '도산 안창호씨'라고 해서 내 기억으로는 언론에서도 떠들썩하게 다뤄진 걸로 안다. 솔직히 그때부터 좀 불안하긴 했다"라며 쓴웃음을 터트렸다.
타운 미팅이 끝난 후 김씨는 뒷풀이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따로 10명 정도 남아서 저녁을 먹었다. 참석자들이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정책에 대해 논한 것은 없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의 정권에 대해 묻자 김씨는 우스개 소리를 섞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력당의 후보라서 (대통령이 되면) 잘하길 바랐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너무 많이 실망했다. 정부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했다고 내일부터 안기부(국가정보원)가 나를 따라다니지나 않을까." 샐러리맨들의 요청들은 지켜졌을까?
2009년 9월 27일 타운미팅은 이 대통령과 샐러리맨들과의 편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많은 공약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자리는 아니었고 두 가지 정도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하나는 중산층 이하 가정 보육비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2007년 10월부터 정부에서 중산층 보육비 3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공약은 젊은 부부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 마련을 위한 장기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고, 인터뷰에 응했던 샐러리맨들은 대부분 대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프리링크' 포럼의 시숍인 송승한씨는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나라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을 창업하고 그 기업들을 세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송씨는 "중소기업들이 자금 유치를 할 때 예전에 비해서 좋아지긴 했지만 투자받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제3 시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아래에 있는 기업들부터 투자해서 유치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피력했다.
이날 샐러리맨 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한 사람도 있었다.
'성공실천회'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조기선(43)씨도 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이 후보는 당시 조씨의 회사를 방문해서 현재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었다.
"당시 소상공인에 대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분화된 지원 요청을 했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자체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공약이 있지도 않았었고, 현재도 소상공인들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조씨는 "미국 자본주의는 이제 망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것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소상공인들의 고도의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사업들에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씨는 "자금의 지원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전문화, 세분화되려면 교육이 필요하고 정보에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하려는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당시 타운 미팅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이었지만 '1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는 의견은 비슷했다. 즉, 현 정권에 대한 생각이 대부분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20세 사장 만들기' 클럽의 시숍인 심현수(29)씨도 그 중 하나다.
심씨는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했었다. 심씨는 이 대통령이 CEO출신이라서 리더십 강화에 대한 지원 정책 등에 기대를 갖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 후 샐러리맨이 리더십을 기르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냐는 질문에는 "회사 자체에서 자기 계발에 대한 세미나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것들이 딱히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잘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4년의 임기가 남았고, 인터뷰에 응했던 샐러리맨들은 공통적으로 남은 4년에 대해서 별다른 희망이나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샐러리맨들은 공통적으로 "오바마는 희망을 주는 리더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진심이 느껴지고 정직하다는 이미지였다. 또한 모든 소외 계층들을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부족한 부분인 소통에 대해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다.
타운 미팅 이후 진짜 과장이 된 '강대리 강과장 만들기' 블로그를 운영했던 강씨는 "한쪽의 말만 듣지 않고 소통을 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남은 임기 4년에 희망을 걸었다.
"MB에 바라는 것? 온 국민 모두가 외친다, 소통!" [이메일 인터뷰] '병아리 강사 닭이 되는 그날까지' 카페 시숍 박욱현씨
|
- 이명박 대통령은 CEO출신으로서 기업에서 리더십을 중요시 하던 사람이었다. 정권 교체 이후 정권 차원에서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아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프로그램을 직접 전해주기 보다는 직접 리더십을 발휘해서 국민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국민 또는 우리들도 그간의 기업에서 보여주었던 성공적인 리더십(추진력&성과 등)을 재현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기업 CEO에서 시장으로 있을 때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이명박 표 특유의 리더십으로 우리의 워킹모델(롤모델)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 샐러리맨이 자기 계발과 이직이 자유롭게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는가? "자기 계발이라 함은 개인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샐러리맨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열악하다. 자기 계발의 여건이란 말은 어울리진 않지만 샐러리맨의 대부분은 일찍 퇴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학원을 다니기에도 취미생활로 활력을 불어넣기도 헬스로 건강을 유지하기에도 쉽지 않다. 칼퇴근은 아니라 하더라도 일찍 퇴근한다는 행동을 실행하기에는 개인 스스로 감수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작업 환경과 분위기는 한국의 병폐라고 여긴다. 휴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샐러리맨들도 몰입의 근무 분위기를 만들어서 야근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몰입과 중독의 오묘한 차이를 알아야 한다. 퇴근 후의 여유로움이 자기 계발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회사 및 업무 만족도로 이어지며, 이직률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자기 계발 및 이직이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환경이 어느 정도는 구축되어 있기에, 준비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기회가 열려있는 사회라고 본다."
- 이 대통령이 타운 미팅 때 '맞벌이는 꼭 필요하다'며 젊은 부부들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장기 저리 대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이러한 제도로 도움이 되었는가? "저리 대출과 보육비 지원, 결론은 대상의 확대와 지원에 대한 규모가 관건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더 이전 사람들은 지원받지 못한 것이 조금은 배 아플 정도인 사람도 현재 많다. 보육비 지원 대상도 점차 확대(현재 가구당 월 소득이 247만원 이하)하면 되고, 월 지원비도 점차적으로 향상하면 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좋은 나라인지 아닌지는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약자들인 그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주는것. 그런 기회를 보여줘야 남은 임기로도 경제 대통령 이미지는 확실히 각인될 수 있다고 본다."
-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시숍, 블로거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 상에서 목소리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과거에 활동할 때와는 어떤 다른점이 있는가? "직접적으로 재갈 물리려는 것을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전반적 사회 분위기는 노무현 정권보다 심한 것 같다. 즉 나는 못 느끼지만 남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 같은 분위기이다. 허나 커뮤니티 시숍들은 사이버 모욕죄에 회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해달라며 성숙한 사이버 문화를 지향하고자 하고 있다."
- 앞으로 현 정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떠한 것에서인가? 또한 앞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바라는 것은? "온 국민 모두가 외친다. 소통! 서점가에서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오면 잘 나간다. 그만큼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것이 바로 소통이 아닐까. 모든 세상사가 '소통'에서 결국 차이가 벌어진다. 국민들이 향후 잘 할 것이라고 믿기 보다는 제발 잘해주세요라는 절박한 호소를 하고 있다. 잘해 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 잘 안되면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
덧붙이는 글 | 김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 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