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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국민들에게 '안티MB'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자신의 아들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런 미네르바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 허위사실 유포죄로 감옥에 갇힌 것을 보면 그의 인생유전은 희비극에 가깝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밤 경기도 부천시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는, 미네르바 박OO씨의 부모를 만났다.

미네르바 박씨의 부모 "아들도 잡혀갔는데... 두려울 것 없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가 24일 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역 부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한 여인숙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도중 김춘화씨가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 우리 아들 빨리 좀 꺼내달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가 24일 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역 부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한 여인숙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도중 김춘화씨가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 우리 아들 빨리 좀 꺼내달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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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의 부모는 한동안 아들이 감옥에 간 것이 부끄러워서 자신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피했다. 그러나 아들이 구속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은 "주변에서 '아들은 크게 잘못한 게 없다'고 다들 얘기하더라. 아들까지 잡혀간 마당에 우리가 무엇이 두렵겠냐"며 인터뷰에 응했다.

아버지 박기준(66)씨는 "2007년까지는 장사가 잘 됐다. 객실 13개짜리 여인숙에 장기투숙자가 8명이나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여인숙에 손님이 끊기면서부터 부인 김춘화(55)씨가 신발 밑창을 만드는 공장에서 9시간씩 일하며 생계비를 대고 있다. 아들 박씨도 매주 한 번씩 서울에서 부천으로 찾아와 객실 청소를 하며 집안 일을 도왔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에 말이 없는' 아들을 기억하는 부모는 '미네르바 체포' 소식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지난달 8일에도 TV 뉴스를 보며 "저 녀석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리 크게 나오나 생각했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김춘화씨가 "아들을 데리고 있다"는 검찰의 전화를 받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고 한다.

"네 가족이 모두 이명박 밀기로 했다"

"가족 모두가 이명박 대통령을 밀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
 "가족 모두가 이명박 대통령을 밀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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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씨는 지난달 7일 검찰에 체포될 때까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보통 '미네르바 = 반(反)MB'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게다가 박씨가 작년 11월 29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친일파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린 뒤에는 "미네르바는 진보"라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더 나아가 박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은 그에게 '친노'라는 낙인을 찍었고, 지난달 10일자 <중앙일보> 1면에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씨가 대선 때 MB 퇴진운동단체인 '나라사랑청년회'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기사까지 실렸다(<중앙> 기사는 2주 만에 오보로 밝혀졌다).

기자가 아버지 박기준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혹시 아드님이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 아냐"고 물어봤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내가 전남 강진 출생이고 아내가 경북 안동사람인데, 아들까지 셋이서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얘기한 적이 있다. 내가 먼저 '경제가 어려운데 (나라를) 맡을 사람이 없다. 이번에는 이명박 말고 대통령할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자 아들이 '내 생각도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족 네 사람(미네르바의 여동생 포함) 모두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밀어주기로 했다."


박기준씨는 "2007년까지 장사가 잘 됐는데, 우리는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며 "그런데 작년부터 장사가 안 되더라. 나아진 게 없으니 누구든 불만이 많아지지 않겠냐"고 심경의 변화를 전했다. "가족 모두가 이명박 대통령을 밀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족과 변호인단의 얘기를 종합하면, 박씨가 경제 공부를 일찌감치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 쪽의 이념으로 경도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눈여겨 볼 대목은 박씨가 2006년 7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네이버에 'pds7103' 아이디로 수백 개의 댓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미에 미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이 나라"(2006년 10월 5일), "당장 개성 공단과 금강산을 중단해야 한다"(2006년 10월 7일), "노무현, 국민들을 절망 속에 빠뜨리는 사회로 만든 당사자"(2007년 11월 28일) 등의 댓글을 단 것을 보면 '보수'적이다. 

신동아 진위논란 "컴퓨터에 아들이 쓴 글 남아 있다"

그가 쓴 2007년 8월 17일 댓글에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렇게 적혀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명박이 재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으로 봐서는 지금 이 시기에 경제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정부를 끌고 나가야 하는 건 사실이다. 임기 중에 한 대 여섯 건 정도의 대규모 측근들 비리 사건이 터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지금 이 판국에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경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 최소한 명박이는 지금 대통령인 노무현보다는 경제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더러운 흙탕물에서 뒹굴바에는 그나마 경제를 많이 아는 사람이 낫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대한 그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당선자 시절의 대통령이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에는 "노무현은 주둥이로 망했다. 이제 슬슬 MB도 그런 조짐이 보이는데, 정말 입 조심해라"(2008년 2월 13일)는 경고를 날렸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가 지난 1월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가 지난 1월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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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입에 밥이 넘어가겠냐? 우리 아들 빨리 좀 꺼내달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
 "지금 우리 입에 밥이 넘어가겠냐? 우리 아들 빨리 좀 꺼내달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부모 박기준씨와 김춘화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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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화씨는 "아들이 대선이 끝난 후부터 경제 얘기를 많이 하던데 8~9월경에는 '강만수 장관으로는 안 되겠다'는 말을 하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미네르바의 글을 세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글의 전반적인 뉘앙스가 아들이 평소에 하던 얘기들과 맞아떨어진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박기준씨는 <신동아> 등이 촉발시킨 미네르바 진위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이 압수해간 컴퓨터에 아들이 글 쓴 증거가 다 남아있는데, 그놈이 왜 거짓말을 하겠냐?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 우리 아들의 결백을 얘기해야 믿겠냐"고 반문했다.

"언제 나온다는 기약없어..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가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들의 석방이다.

박씨가 검찰에 기소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식 공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박씨의 1차 공판 준비기일(5일)에 변호인단이 그의 보석을 신청하자 재판부가 "수사기록을 충분히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법원 인사로 인해 재판부가 전격 교체되는 바람에 보석 심리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김춘화씨는 "처음 면회했을 때는 아들이 '며칠 있으면 금방 나가니 걱정말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는데, 두 번째·세 번째 찾아갔을 때는 풀이 죽어서 얼굴이 해쓱해졌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아들이 언제쯤 나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밥이 안 넘어간다.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하다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도망가지도 않을 아이를 수사관 여럿이 달려들어서 포승줄로 묶어서 끌고 갔다는데, 이 나라는 말로만 민주국가다. 나라가 국민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생각은 안 하고…. 세상에! 글 한편으로 (나라에) 무슨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냐? 국민에게 이런 식으로 누명을 씌우는 게 말이 되나? 옛말이 틀린 게 없다. 옛날 임금들이 똑똑한 신하는 다 죽여버리지 않았나? 인재를 기를 생각은 안 하고…."

박기준씨도 "이런 일이 있으면 정부가 남모르게 조사해서 타이르고… 벌을 주려면 벌금이나 물리고 끝내버려야지. 일을 크게 만들어서 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다 알리냐"고 정부와 검찰을 책망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어머니 김춘화씨가 "아들이 언제쯤 나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밥이 안 넘어간다.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며 눈물을 쏟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어머니 김춘화씨가 "아들이 언제쯤 나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밥이 안 넘어간다.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며 눈물을 쏟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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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네르바, #MB,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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