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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건모

며칠 전 아침에 나오는데 문에 이게 붙어 있었다. 어젯밤 9시 들어갈 때도 없었는데 아마 그 이후에 붙였나 보다. 황당했다. 혹시 도둑놈이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는 도둑질을 하려고 하는 수작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봤더니 통장 전화가 맞단다.

쪽지를 붙여 놓은 통장인지 확인을 하고 항의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들이요? 어젯밤에도 없었던 쪽지를, 늦은 밤에 슬그머니 와서 붙여놓고, 게다가 연락 안 되면 주민등록 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요? 아니, 요즘은 통장이 이렇게 끗발이 좋아요? 언제 집에 찾아 왔어요?"

"네,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낮에 사람이 늘 없기에 어젯밤에 갖다 붙인 거예요."

"아니, 낮에 당연히 집에 사람이 없지요. 아, 요즘 맞벌이하는 집만 있지 누가 요즘 집에 있어요? 그리고 그 집에 사람이 사는가 안 사는가 알아보려면 아파트 관리실이나 경비실에 물어보면 금방 알 걸 낮에 몇 번 왔다가 사람 없으면 주민등록 말소해요? 그리고 낮에 없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한번 돌면 될텐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요?"

그랬더니 통장은, 동사무소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실제 거주를 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을 하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가서 꼭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는 동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다. 동장이 없다면서 누구라고 말하는데 이름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지금 주민등록 일제 정리 기간인데요. 저희가 통장한테 날짜 안에 아파트 주민들이 살고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해서 그런 일이 생겼나 봅니다. 요즘 주민들이 위장 전입을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요. 실제 사람이 사는지 확인해 봐야거든요."

"여보시오. 내 50년 넘게 살았는데 여태껏 주민등록 정리 기간이라고 해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요즘 웬만한 집에는 낮에 사람이 없어요. 거의 맞벌이 하는 어려운 시대 아니오. 평일에 사람이 없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오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요. 아니 그렇게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관리실이나 경비실에 알아보면 사람이 사는지 그걸 몰라요?"

"저희야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어요. 전에는 혹시 부인이 확인해 줬는지도 모르죠."

"여보세요, 내 아내는 나보다 바빠서 집에 있을 때가 별로 없어요."

죄없는 공무원들하고 싸워봐야 무엇하리. 일단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기에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궁금하다. 여전히 우리는 평일에 집에 없을 텐데 과연 그 사람들은 기어이 찾아와서 확인을 할까? 그리고 전에도 서명사인해 준 적이 없다.

세상 참 거꾸로 돌아간다. 이렇게 협박 비슷한 쪽지까지 문에다 붙이고 다니는 시대가 오다니. 휴, 한숨만 나온다.


#꼴보수#통장#주민등록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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