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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판란드 일간지 일타레흐티 지(紙)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세계적인 통신기업인 노키아의 직원식당 풍경을 그린 내용이었다. 최근 극심한 불황으로 25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노키아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직원식당 메뉴에서 팬케이크의 휘핑크림을 빼버렸다. 굳이 한국으로 따지자면, 식탁 위에 대개 놓여 있는 간장 등을 없애 버린 것.

 

이를 두고, 노키아 직원들이 "세계적인 기업인 노키아가 식탁에서 휘핑크림을 없애는 방식으로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반발했다는 것이 핀란드 신문의 내용이었다.

 

식탁에서 휘핑크림까지 치워버린 노키아식 비용절감의 명암

 

노키아의 이 같은 방식의 비용절감을 두고, 물론 평가는 엇갈린다.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불황기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 효과만을 위한 비용 절감에 집착하거나 전시성 캠페인에 그칠 경우 기업의 체질 개선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려 기업 생산성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5일 낸 '불황기 기업의 전략적 비용절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불황기에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들이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바뀔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한수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최근 빠르게 악화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은 위기 극복과정에서 미래를 희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은 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무차별적으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비용 절감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률적 감원-획일적 휴직은 위험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우선 보고서는 기업 차원의 사업 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전한다. 같은 종류의 다른 기업과 적극적인 제휴를 모색해서 역량과 자원을 함께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수기 업체인 웅진코웨이가 '페이프리(Pay free)'라는 제도를 통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카드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좋은 예로 꼽힌다.

 

또 폐설비나 제품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거나, 불황기 고객 만족 극대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두 번째는 직원을 해고하는 등의 감원보다는 고용 유지 노력으로 회사와 직원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미국 인사컨설팅 기업인 리더스IQ사(社)가 2008년 감원을 단행한 기업에서 살아남은 직원 4172명을 상대로 업무생산성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대답했고, 실수가 많아지거나 고객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이 무려 80%가 넘었다.

 

이는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이 회사 처지에선 오히려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앞으로 해당 역량을 다시 얻기 위해선 더 큰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중장기적인 인력활용계획을 고려해 신중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스트만 코닥회사의 경우 1995년 장기숙련 기술자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대량 해고했지만, 1년 후 다시 해당 기술자들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였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기업 비용절감이 정말 효과를 거두려면

 

이밖에 보고서는 복잡한 업무 과정 등을 제거하고 단순화하는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공장이나 건물 내부의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거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기업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각종 세제 혜택 등도 적극 활용하라고 보고서는 적었다. 사무실 기기 등 각종 고정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는 리스(임대) 제도를 이용해 세금을 절약하거나, 자발적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액 공제 등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수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비용 절감 때문에 기업의 핵심 가치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 가치가 훼손되면 결국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비용 절감이 무엇보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내부 조직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비용과 관련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직원의 호응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비용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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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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