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전면 재협상 실시,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등을 위해 수원지역 39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수원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25일 저녁 7시 30분부터 수원역 광장에서 47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촛불문화제는 여느 때와 달랐다. 지난해 5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시민대책위는 이날 촛불문화제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는 날 열리게 된데 착안해 토크쇼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MB블랙데이'에 수원역 광장서 '촛불 토크' 진행 눈길
김용한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가 사회를 맡고 여러 명의 시민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이른바 '촛불 토크'였다. 이 자리에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촛불시민 8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오프닝멘트에서 "오늘이 'MB블랙데이'라서 검은색 윗옷을 입고 나왔다"며 "'박중훈 쇼'보다는 못하겠지만 이명박 정권 1년을 되짚어 보자"고 말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멋지게 장식된 스튜디오는 아니었어도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촛불토크는 시작부터 열기를 내뿜었다. 더욱이 이날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에서 미디어관계법을 직권 상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라 참석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첫 번째 게스트로 나온 이들은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와 인터넷 필명으로 '봉태규', '깊은 연못'을 사용하는 시민 등 3명. 먼저 박 활동가가 "오늘 한나라당이 야당과 합의 없이 소위 MB악법인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 상정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이 외에도 불법행동 집단소송제와 집시법 등 수 십 개의 각종 MB악법들을 통과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면서 "만약 이 악법들이 통과되면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므로 국민들이 힘을 모아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악법 통과 땐 서민 삶 벼랑 끝... 국민 힘 모아 저지해야"
'봉태규'란 시민은 "이명박 정권 1년을 지켜보며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사건은 공안탄압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이 정권은 진실을 말하면 잡아가둬 국민의 입을 막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깊은 연못'이란 시민은 "레드컴플렉스에 걸린 이명박 정권의 1년은 한마디로 말해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쁜X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두 번째 게스트로는 박효진 전교조 경기지부장과 오는 4월 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권오일(전 에바다학교 교감) 예비후보가 나왔다. 사회자의 질문은 최근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일제고사 등 교육문제에 집중됐다.
박 지부장은 일제고사와 관련해 "시험은 필요하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데 불과한 상식을 벗어난 제도"라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이어 "시·도 교육감의 재량인 일제고사는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폐지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경기도교육청에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문제가 있는 시험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성적순으로 교육을 통치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성적순으로 교육통치? 대단히 잘못된 발상" 비판
권오일 예비후보도 일제고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친일파가 많아서 그런지 '일제고사'를 실시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인권의 문제이고, 차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는데, 우리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현재 학교에서 치르는 각종 시험에 학생들은 등골이 빠질 지경이며, 이런 막무가내 식 교육정책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게스트로 나온 박진영 민주노총 경기본부 보건부장은 노동문제에 대해 짚었다. 박 부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는 7월 대량 해고사태에 대비해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또 "이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숙박비 등을 임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을 수 없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과 함께 나온 서수경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은 "지난해 8월, 40명에 이어 이달 말까지 95명의 비정규직 일반 조교들이 무더기로 해고위기에 놓여있다"면서 "지난 17일부터 사학재단의 부당해고에 맞서 총파업 투쟁 중에 있다"고 전했다.
용인·군포·안양 촛불시민들도 참석... 고1 학생 "민주주의 위해 투쟁"
이날 '촛불 토크쇼'에는 인근 용인·군포·안양 등지에서 온 촛불시민들도 초대됐다. 이들 가운데 고교 1년생이라고 밝힌 한 10대 촛불시민은 "요즘 뉴스를 보면 연쇄살인범 강아무개 씨 관련 뉴스는 많은데, 용산참사나 촛불집회 뉴스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 학생은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비판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일부 언론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당찬 소신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또 용인 죽전역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촛불을 밝히고 있다는 30대 후반의 용인촛불시민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살리겠다던 경제는 살리지 못한 채 광우병 위험 쇠고기나 수입하고, 가난한 철거민들을 살인진압으로 죽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권 1년은 1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피곤했다"고 평가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파탄내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촛불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한쪽에서는 '김석기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과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시민들의 서명이 이어졌다. 또 토크쇼 중간마다 노래패 공연과 용산철거민 참사와 일제고사 문제점 등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기기도 했다.
마지막 '이명-박 터트리기'... 시민들도 함께 웃었다
또한 이날 촛불문화제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이명박'이라고 쓴 '박 터트리기'는 행사 참석자들과 지나는 시민들 모두에게 한바탕 웃음을 안겨줬다.
주최 측은 초등학교 운동회에 등장하는 박통을 만들어 긴 대나무에 매달아 세우고 참석자들이 오재미를 던져 터트리도록 했다. 수십 개의 오재미가 박통을 향해 집중되자 곧이어 박통이 벌어지면서 흰색 천이 펼쳐졌다. 거기엔 '이명박 OUT'이라고 적혀있었다.
참석자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국민 목숨은 파리 목숨이 아니다, 살인정권 퇴진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앞세우고 수원역 지하상가~수원역우체국 앞~농협수원역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밤 9시 30분쯤 마무리 집회를 갖고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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