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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열매 따먹는 텃새 직박구리
 마른 열매 따먹는 텃새 직박구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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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텃새라면 어떤 새를 꼽을 수 있을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다. 바로 참새이기 때문이다. 농촌의 들녘에서 벼이삭이 누르스름 익어갈 때면 농부들이 벼를 지키기 위해 애를 먹어야 했던 새가 바로 참새였으니까.

그런데 기후와 환경이 변화하면서 생태계도 많이 변하고 있다, 달라진 생태계의 변화 가운데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가 대표적인 텃새 참새와 직박구리의 개체수가 달라져가는 모습이다. 요즘 도시와 농촌, 산간지방을 막론하고 개체수가 눈이 띄게 늘어난 텃새가 직박구리다.

서울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새가 비둘기, 까치에 이어 직박구리다. 예전에는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새가 참새였는데 그 참새들의 자리를 직박구리가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직박구리는 몸길이 27.5cm 정도로 참새보다는 훨씬 크고 까치보다는 조금 작은 체구를 가졌다. 몸 전체가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이지만 머리는 약간의 파란빛이 도는 회색이고 귀 근처의 밤색 얼룩무늬가 예쁜 새다.

대부분 다른 새들은 짝짓기를 하는 봄철이 되어야 지저귀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직박구리는 추운 겨울철에도 삐! 삐! 삐! 삐! 지저귀는 것이 다른 새들과는 아주 다르다. 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살며 새끼를 치고 이동할 때는 떼를 지어 이동한다.

특히 날아가는 모습이 아주 유연하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날개를 퍼덕여 날아오른 뒤 날개를 몸 옆에 착 붙이고 멋진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때문이다.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새끼를 칠 때는 모성본능이 강하여 까치와 맞서 싸울 정도로 강인한 새가 직박구리다. 실제로 지난봄에는 뒷동산 숲에서 알을 품은 직박구리가 까치 세 마리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른 열매를 따먹고 있는 직박구리 두 마리
 마른 열매를 따먹고 있는 직박구리 두 마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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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뒷동산에 올라갔을 때 직박구리 무리들은 산책로 옆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서있는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무슨 열매인가 살펴보니 꽃사과라고 불리는 작은 열매들이다. 길가에는 십여 그루의 열매 나무들이 서있었는데 직박구리들은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딱딱하게 말라버린 열매들을 여유 있게 따먹고 있었다.

동네 노인들은 직박구리의 이름을 몰라 "저 새들 저거, 참 대단한 새야. 다른 새들은 저런 열매 따먹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저 새들만 저렇게 잘 따먹는다니까" 하면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직박구리들이 도시에서도 텃새로 자리 잡고 개체수가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겨울철 먹이가 귀할 때 작은 열매들을 주식으로 따먹는 왕성한 식성과 생명력 때문이라고 한다.

"직박구리라는 새 이름은 시끄럽게 우는 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옛날 시골에선 역시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고 '떠들이 새'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지요. 대만 등지에서도 서식하는 직박구리는 28종류나 되지만 우리나라에는 오직 한 종류만 서식하고 있지요."

2월 26일 오후 참새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직박구리 개체수가 늘어난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 조류학계 최고의 권위자인 새 박사 윤무부 교수에게 전화인터뷰를 했을 때 윤 교수가 한 말이다. 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생물학 교수로 재임 중이던 3년 전 탐조활동을 하다가 쓰러져 은퇴하고 2006년 8월부터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로 투병생활 중이다.

작고 마른 열매가 촘촘히 붙어있는 나뭇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먹고 있는 직박구리
 작고 마른 열매가 촘촘히 붙어있는 나뭇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먹고 있는 직박구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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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이나 기와집 처마 밑, 그리고 덤불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는 참새는 이런 환경이 감소함에 따라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직박구리는 상대적으로 숲속의 나무는 물론 정원수나 가로수에도 은밀하게 작은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기 때문에 도시환경에서도 아주 잘 적응하여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흔하지 않았던 텃새 직박구리가 강인한 생명력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여 참새가 누렸던 가장 흔한 텃새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참새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서식환경이 그만큼 나빠졌기 때문이지요. 시골의 농가도 많이 줄었고 도시에서도 참새들이 번식하고 살아가기에는 환경이 너무 나빠졌기 때문이지요, 상대적으로 직박구리에겐 오히려 좋아졌어요. 특히 도시지역에 많이 심는 작은 과일나무가 직박구리에겐 아주 좋은 먹이가 되거든요. 직박구리는 과일뿐만 아니라 꿀도 아주 좋아하는 새입니다."

꿀병을 매달아 놓고 꿀이 조금씩 흘러내리게 해 놓으면 직박구리 들이 쉬지 않고 날아든다는 것이었다. 꿀과 과일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에게 과일나무가 많아진 도시환경이 개체수가 많아지는 원인 중의 하나로 꼽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데도 탐조활동을 하기 위해 강릉으로 가고 있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은 윤 교수는 새 이야기가 나오자 힘이 솟는지 목소리에 활기가 넘쳐났다. 우리나라 조류학계의 거두이며 누구보다 새를 사랑하는 윤무부 교수의 건강이 하루 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직박구리, #참새, #윤무부교수, #이승철, #생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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