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이라고 간디학교 학생들이 노래했다.
차츰 퍼져 더 많은 이들이 꿈을 꾸는 교육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른다. 학교 교실에서도 부르고, 일제고사를 거부하다가 거리로 쫓겨난 교사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도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대안 교육 현장에서도 이 노래를 '교가'처럼 즐겨 부른다. 배우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혼자 꾸면 망상이지만, 더불어 꾸면 현실이 된다는 진리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확인하는 교육 현실은, 더불어 꾸는 꿈이 아니라 남보다 잘 살겠다는 억지 꿈을 꾸게 만드는 교실과 학생을 양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 입시 위주 교육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두려워서 혹은 자녀가 이 시대에 도태되는 것만큼은 볼 수 없어서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을 그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부모 세대는 그러한 교육을 받았기에 누구보다 그 끔찍한 교육 현실을 잘 알지만, 그만큼 경쟁에서 뒤처지는 비참함도 익혔다. 다음 세대를 더욱 강하게 경쟁의 승리자로 만들려는 의지와 욕망이 강할 수밖에.
그래도 다행이다. 여전히 절대 다수는 경쟁의 길로 가고 있지만, 몇몇 사람들이 다른 교육을 보여주고 있다. 한 줌 밖에 안 된다고 해도,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밝혀주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펼쳐가는 교육 운동도 여러 사람이 꿈을 꾸면서 시작해, 배운 대로 살고 가르치는 '꿈'을 살고 있다.
자기 것 비우고, 같이 쓰는 것은 늘리고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1991년 일상과 역사 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대안적인 삶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이 모여 만든 '구도-사역-생활 공동체'다.
청년 시절 품었던 대안적인 삶에 대한 꿈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교육하면서도 놓치지 않고, 무엇을 먹고 입으며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결론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었고, 그것은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지탱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꾸 자기 집에 뭔가를 쌓아가기보다는 함께 쓰고 나누는 것을 늘려가고, 자기 것은 비워가는 삶을 살아간다. 자동차를 함께 타고 몇몇은 아예 자전거를 이용한다.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자기 책을 내놓고 나눠본다. 저녁에는 마을밥상에 모여 함께 식사와 하루 삶을 나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모임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배우고 실천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공동체의 자녀로 고백하며 함께 키운다.
8년 전부터 마을공동체 교육을 꿈꾸던 이들이 모여 공부하였고, 이듬해에는 인수동에 터를 잡고 주말학교와 계절학교를 열어 소박하게 지역과 공동체 아이들과의 만남을 열어 나갔다. 10명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이 토요일 오후에 만나서 숲에서 뛰놀고, 진달래 화전을 지져 먹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수목원으로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다녔다.
거창하게 홍보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생명과 평화라는 소중한 가치가 우리 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길 바랐다. 그 속에서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달려온 아이도 교사도 행복했고 새로운 '관계 맺기'라는 배움을 이어나갔다.
품앗이 육아에서 학교 설립까지... 함께 아이 키우기
2004년에는 마을공동체교육에 대한 꿈을 '마을공동체교육문화터전 아름다운마을학교'라는 이름에 담아 구체적인 틀을 정비하고, 주말계절학교에 이어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공동육아는 선배들의 품앗이 육아를 이어 받은 것이다. 주말계절학교와 공동육아는 참여해본 부모님이나 지역 주민의 입소문을 타고 좋은 프로그램, 믿음을 주는 학교로 자리를 잡아 갔다.
2005년에는 공동육아에 영아반이 생겼다. 마을로 이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어느덧 청년들도 하나둘씩 결혼하면서 대안교육을 꾸준히 연구하는 모임 가운데 한 사람이 함께 아이를 키우겠다는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2006년에는 방과후배움터도 열었다. 공동육아에 함께 했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만남과 배움을 계속 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봄 아름다운마을 대안초등학교를 개교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산 따라 물 따라'를 주제로 우리가 사는 마을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공부했다. 동국지도와 해자전도, 대동여지도 등 옛 지도와 지금 지도를 펼쳐놓고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어떻게 흘러가다가 우리 마을 뒷산까지 오는지 살펴보고, 우리 마을 냉골과 범골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한강과 만나고 서해로 떠나는지 따라가 보았다. 일반학교에서는 책으로만 공부했지만 인왕산과 삼각산에 올라 산세와 옛궁터와 우리 마을터를 확인하고 물줄기를 추적하는 것을 살아 있는 공부였다.
그동안 해마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가 성장하는 만큼 그 필요에 맞게 자녀교육의 장도 늘려갔다. 물론 그동안 대안교육을 연구하는 모임에서 대안 교과 연구를 꾸준히 해오던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어서 가능했다. 이러한 방법이 외부에서 누군가를 고용하는 방법에 비해 더디고 고지식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빠른 방법이다. 공동체가 지향하는 정신을 공유하며 스스로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자녀들도 교육해야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을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가 선생님
마을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교사들은 걸어서 마실 다닐 정도의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아침마다 동네 골목을 산책하며 어느 집 개가 어떻고, 어느 집 감이 얼마나 열렸고, 어느 골목이 씽씽카를 타기 좋은지 조잘조잘 이야기 나눈다. 이제 막 결혼한 선생님이 사는 전셋집으로 산책을 간다. 숲속이나 골목길에 앉아 계신 동네 할머니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동짓날에는 팥죽을 함께 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동네 주민이며 학부모가 어린이 요가 시간을 진행한다. 택견을 꾸준히 배워 사범이 된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태견을 한다. 중년의 이웃 아주머니는 아이들에게 뜨개질과 도자기 빚기를 가르쳐준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모는 노래를, 총각 삼촌은 운동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은퇴한 탁구 감독님인 동네 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탁구하는 법을 전수한다. 도시에서 텃밭을 꾸준히 가꿔온 이모, 삼촌들도 아이들과 함께 먹을거리를 키우고 나눠먹는다.
일반 초중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을학교 교사들과 함께 대안 교육을 연구할 뿐 아니라 방학도 함께 나누어 쓴다. 마을학교 교사들에게 휴가를 주고 대신 마을학교 교사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안학교 아이들을 만나면서 일반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교육현장을 체험해 좋다고 고백한다.
마을학교를 그려가고 있는 무수한 그림 중 몇 조각이다. 그림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고, 내가 꾸는 꿈과 같다고 맞장구를 칠 수도 있다. 상반된 반응이지만, 그 속에는 같은 꿈이 자리 잡고 있다. 배운 대로 가르치고 살아가는 지극히 소박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