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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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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명 서울대 교수 등 환경전문가들이 경남 마산시에서 제출한 '수정일반산업단지 계획승인 환경영향평가서(최종)"를 분석한 결과 "주요 평가항목이 빠져 있다"거나 "이곳에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강기갑·권선택·김상희·김재윤·유원일·홍희덕 의원 주최로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열렸다.

마산 구산면 수정지구 연안매립사업은 1990년 마산시가 택지조성 목적으로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여건 변화로 매립공사가 중단된 뒤, 2006년 마산시는 택지가 아닌 일반산업단지로 매립목적 변경을 추진했다. 그곳에 SXT중공업 조선공장을 유치할 목적이었다. 이에 주민들이 반대했으며, 논란을 빚다가 지난해 6월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이 확정되었다.

환경교통영향평가가 논란이다. 환경단체와 반대주민들은 이곳을 일반산업단지로 하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정일반산업단지계획 및 환경영향평가 관련 합동설명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한 차례 토론회가 열렸는데, 마산시에서 최종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자 환경전문가들이 현장답사·주민간담회를 거친 뒤 다시 토론회를 연 것이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 이 사업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환경청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정일반산업단지 사업은 불가능하게 된다. 환경청이 환경영형평가서에 어떤 조건을 붙여 동의할지, 아니면 부동의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백도명 교수 "일부 평가항목 빠져 있다"

■ 마산 수정일반산업단지 관련 경과
- 1990년 7월 마산시 공유수면 매립면허 승인(경남도고시, 택지 목적)
- 1994년11월 매립공사 시작(두산건설, 98년 여건 변화로 사업 중지)
- 2006년 5월 매립시공권 STX중공업에서 인수(마산시와 약정 체결)
- 2007년 7월 마산시→경남도 매립사업목적변경인가(협의요청)
- 2007년11월 수정지구 마을주민대책위, 건교부 등에 탄원서 제출
- 2007년12월 주민설명회
- 2008년 2월 STX조선소 유치 반대를 위한 문화제.촛불기도회
- 2008년 3월 마산시→경남도 매립목적변경 관련 보완자료 제출
- 2008년 4월 수정지구 매립목적변경승인처분 무효소송 접수
- 2008년 6월 STX중공업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확정 발표
- 2008년 9월 STX 유치 협약서 무효소송 각하 판결(고등법원 항소)
- 2008년10월 매립목적변경승인 무효소송, 집행정지신청소송 기각
- 2008년11월 수정일반산업단지계획 및 환경영향평가 합동설명회
- 2008년12월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교통영향평가 전문가 토론회
- 2009년 2월 백도명 교수, 강기갑 의원 등 수정마을 주민간담회

마산시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최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항목별로 분석했다. 평가항목 등을 분석한 백도명 교수(서울대)는 "인접지역에는 교육·보육시설과 병원 등의 시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수행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배려가 평가과정에서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평가항목의 도출에 있어 생활환경-위생·보건, 사회환경-인구·주거 등의 항목을 비롯하여 실제 제대로 평가되어야 하는 내용들이 다루어지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이 제기한 건강피해와 주거환경에 대한 사항을 전혀 다루지 않았으며,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평가서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백 교수는 "평가가 비현실적인 예측을 하고 있거나, 혹은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저감방안 등에 있어서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비현실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도명 교수는 "환경부 고시에서는 입지, 규모, 토지이용계획, 시기, 공법, 기타 저감방안 등 조건이 다른 모든 합리적인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전혀 사업자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평가서에 제시된 주민의견수렴에 있어, 지난해 11월 26일 개최된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 명부에 47명의 이름이 적혀 있으나, 실제 제시된 명단은 적혀 있는 이름의 필체가 같아서 명단을 2~3명이 일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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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호 교수 "산업단지 유치 자체가 잘못"

대기환경을 분석한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10년간 마산기상대의 기상자료를 분석해 보면, 바다를 접한 지역으로 국소적 해륙풍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질 현황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1곳의 농도가 매우 높다"면서 "실제로 대기질 현황이 높다라면 이 지역에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감방안(비산방진망)과 관련해 양 교수는 "방풍망은 발생원(분진) 가까이에 바로 설치하여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사업지구 경계부에 설치하는 방풍망은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환경·토지환경을 분석한 최경호 서울대 교수는 "토사유출의 최소화를 위해 가배수로와 간이침사지를 설치할 계획을 제시했으나 강우시 비점오염원에 의해 발생하는 수용성 오염물질은 제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사업지구 운영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비점오염원을 통한 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류와 중금속 등 시설 운영에 따른 오염물질의 초기우수에서 어떻게 적정처리될 수 있는지 대책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이어 최 교수는 "환경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해서 '반입토사의 오염유무'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나 매립된 토사의 오염도 평가도 없다"면서 "용접 도장이 예상되어 중금속과 유기물질 오염이 우려되고, 크레인과 선박 등 유류오염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상준 교수 "충격소음이 고려되지 않았다"

생활환경분야(소음)를 분석한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소음 발생 작업이 용접과 그라인딩 이외에는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조립공정까지 철판의 이동과 적재시 발생 가능한 소음, 충격소음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보고서에서는 향후 주공정에서 제작되는 블록 높이가 최고 20m로 예상되기에 구운중학교 건물까지 거리가 길어져서 소음이 감소될 것이라는 논리인데, 소음발생원 높이가 높아진다는 것은 발생 소음의 전파 경로를 제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최상준 교수는 "보고서의 소음 등 평가결과는 전반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며, 보고서의 언급대로 지역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통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소음 저감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악취·유해물질 분야를 분석한 김성균 서울대 교수는 "사업자측은 별도 도장시설이 설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악취 유발 물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설 미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단지 저감대책으로 방진망의 다중 설치를 제시했다면 방진망이 VOC(휘발성유기화합물)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E 공정은 주로 소음과 분진, 중금속을 배출하고, 보고서에서는 특정대기유해물질 중 중금속의 예상 배출량을 배출 계수를 사용하여 추정한 결과만으로 노출 기준이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보조 자료로 삼을 수 있겠으나 판단 기준으로서 충분치 않다"며 "유사 사업장과 해당 공장에서 실측한 결과를 이용함이 보다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마산 구산면 수정일반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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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교수 "매출액.지방세수 과장"

조선산업의 미래 등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미래의 눈으로 조망한 수정만 조선소 평가"를 분석한 한면희 전북대 교수는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위험 사회에 대한 안목을 갖고 있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맑고 깨끗한 수정만 매립지에 조선소 공장을 유치하려는 마산시도 그런 범주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조선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오를 범한 마산시가 뒤늦게나마 형식적 절차를 밟고 있고, 그 하나로 환경영향평가서가 최근에 나왔다"면서 "공장 건설과 가동 과정에도 오염과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서류가 작성되어 있고, 얼핏 문건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세세한 것을 보면 분야별 전문가에 따르면 구체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환경영향평가서는 개발 사업자(STX)가 용역을 주어 작성하고, 그것을 허가자인 마산시에 제출하는 형태다"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용역회사는 사업자로부터 비용을 받고 앞으로도 같은 용역을 수주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용역 발주자의 구미에 맞춰 작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도 전반적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할 상황"이라며 "STX도 향후 진퇴양난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을 부풀리고 크기를 늘리는 성장 위주의 전략에서 질적으로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최근 해운 수요의 감소와 운임 하락을 배경으로 조선산업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급과잉과 발주 취소로 200년 48주차 신조선가는 전 선종에 걸쳐 최저가를 갱신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STX의 매출액·지방세수에 대해 장 교수는 "회사측이 설명회 때 제시한 경제 효과는 크게 과장되었으며, STX조선 측은 마산시에 들어가는 지방세만 한 해 191억원이라 했는데,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큰 거제 대우조선해양이 거제시에 납부하는 지방세가 150억원 정도밖에 안되는 것에 비교하면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환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STX와 수정만을 놓고 보면 우리 사회의 개발 관련 모든 병폐가 집약된 현장"이라며 "입지 타당성 검토단계부터 부실하고,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사업 추진이며, 사업추진을 위해 허위 약속을 남발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유치업종의 지속 가능성 등 충분한 검토 없이 단기적 유치 성화에 급급했으며, 환경영향평가는 인근 대조지역(진해)에 대한 사례나 비교평가가 없고 평가항목 누락 등 부실평가다"고 덧붙였다.


태그:#수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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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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