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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모씨는 최근 인천에서 대표적인 여성기술교육기관을 찾았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옷 수선과정을 배워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태려는 요량이었다. 결정에 앞서 여러 곳의 자료를 참고하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 똑 같은 교육을 담당하는 두 기관이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박씨는 꼼꼼히 따지며 자료를 비교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A기관의프로그램
▲ 프로그램모집안내문 인천시가 운영하는 A기관의프로그램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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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긴위탁B기관의 프로그램 내용이다.
▲ 민간위탁기관의 프로그램 민긴위탁B기관의 프로그램 내용이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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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수강료 대비 교육시간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한 곳은 인천시가 직영하는 곳(A)이고 다른 곳(B)은 4년 전 시에서 민간위탁한 경우였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전문교육 가운데 도배기능사와 미용기능사 과정을 비교해 봤다. A는 하루 3시간씩 주5회 운영(주당 15시간) 3개월 과정에 수강료가 6만원이었다. A와 똑같이 3개월 과정에 6만원인 B는 하루 3시간씩 월·수·금 주3회(주당 9시간)로 운영됐다.

표면상으로는 총 기간과 수강료가 같아서 대충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한 달로 계산해 보면 A는 총 60시간이고 B는 36시간만 교육하게 된다. 당연히 시간당 단가도 틀린 셈이다. 전에는 둘 다 주5회 15시간으로 편성됐던 과정이다.

교육 시간의 차이는 물론, 교육의 질에서도 차이 나타나

직영과 민간위탁의 운영 차이는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1년째 양재를 배우고 있는 K씨는 "처음엔 별 차이를 몰랐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를 심각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갈수록 시간차가 커지고 교육의 질 또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주5일 수업을 통해 강사와 친하게 지내며 정규과정 이외의 부수적인 것들을 더 많이 배우게 된다. 덤으로 얻어지는 게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B에서는 수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수업 끝나기 무섭게 다음 강의를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하고 심지에 수강생들을 위한 휴게실까지 강의실로 채웠다고 한다. 왠지 강사의 질도 떨어진 것 같고 어떤 때는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강생들은 복습은 고사하고 수업의 질과 양이 처지면서 자격증을 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운영자는 수익에 골몰하는 듯했다. 강의별 단위 수업시간을 줄이며, 강의실을 늘려 단기적인 강좌들로 채웠다. 수강생이 몰리는 과목은 우선 배치하고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전문교육은 점점 줄어들었다. 다양하고 유용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 본래의 목적에서 점차 어긋나는 듯 보였다.

K씨는 "수강생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전 같으면 벌써 교육과정 마치고 자격증을 따겠지만 지금은 강의시간이 줄어 아직도 배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한 것이 억울해 그만두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구요"라고 말했다.

수강생 몇몇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자 교육생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애궂은 강사만 퇴출당하고 말았다. 수강생들이 인천시 홈페이지에 호소도 해보고 주변에 이런 사실을 하소연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질 않았다고 한다. 

공공성 퇴색시킬 우려 있는 민간위탁 재고해야

민간위탁이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를 민간(법인, 단체, 공사, 공단, 개인 등)에 맡겨 그의 책임 하에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인적, 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 주민들의 수준 높은 서비스욕구에 부응하는 사업방식인 것이다.

물론 민간위탁의 효과와 부작용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민간 경험을 활용한 행정업무역량 제고와 전문성, 서비스질의 개선이 민간위탁의 장점이라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추진 및 기관 간 협조체제 미흡, 무문별한 수익사업 추진 및 적자 운영 시 사용료 인상 추진, 주민부담증가, 프로그램 개발노력 저조 등 공공성, 공익성을 퇴색시킬 우려가 공존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반에 걸쳐 민간위탁의 분위기가 대세다. 인천에서는 신설되는 몇몇 공공도서관이 인천문화재단으로 위탁된 데 이어 여성교육 및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과 청소년수련관, 박물관 등도 민간위탁을 예고하고 있다. 시는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시민이 직접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 운영에서부터 문제가 쌓여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운영기관이나 운영권자의 선정 과정과 운영에서 각종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공공기관의 민간위탁이 이제라도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인천시인네넷신문.유포터 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교육, #민간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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