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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대부분 사형제 폐지 주장, 개신교는 입장 나뉘어

연쇄 살인범 강아무개 사건 이후 여당인 한나라당이 사형대기자에 대한 사형집행을 추진하면서 사형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과거 진보당 조봉암 대표, 인혁당 사건 등 사법살인과 사형제가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이라면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종교계도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천주교·불교는 사형제 폐지를 위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역대 대통령을 면담할 때마다 사형제 폐지를 역설했고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조성애 수녀도 사형제 폐지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종교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천주교 인권단체들이 인권주일을 맞아 제작한 포스터
종교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천주교 인권단체들이 인권주일을 맞아 제작한 포스터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공

'사형수의 대부'로 알려진 불교의 박삼중 스님도 40년간  전국 교도소를 돌며 포교활동을 벌여 지금까지 300여명의 사형수를 교화시켰고 그들이 가난과 소외, 차별 등으로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을 책으로 내면서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왔다.

이에 반해 개신교에서는 진보는 폐지, 보수는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진보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는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종단 관계자,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최근 연쇄 살인사건을 빌미로 사형을 집행하려는 것은 형벌제도의 논리에 따라 운용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오용 또는 남용되어 온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협은 또 "세계 120여개 국가가 사형을 법률상 또는 사실상 폐지했고, 지속적으로 폐지국가가 늘어날 정도로 사형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정부·여당의 사형집행 움직임은 사형폐지를 향한 내외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사형은)범죄억제의 효과가 없는 무익한 형벌일 뿐만 아니라 생명존중을 본질로 하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야만적인 형벌로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생명권을 근본적으로 말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보수측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이번 여당의 사형집행 움직임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한기총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사형제 존속을 결의한 성명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기총이 그동안 제출한 성명서는 2005년 8월 19일 한기총 신학위원회가 발표한 '사형제폐지론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당시 한기총이 발표한 네 가지 기본입장과 성경구절은 다음과 같다.(한기총은 성경구절로 개역 개정판을 인용함)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사형이 시행되도록 하나님께서 의도하시고 명령하셨음(롬 9장 6절)
-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음이니라. (창세기 9장 6절)
- 그(통치자)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로마서 13장 4절)

▲ 재판관의 불완전성과 사형제도의 오용이나 남용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므로 입법부에서 사형에 대한 절차상 안전장치를 법제화 시키고 사법부와 정부가 오심에 의한 억울한 사형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

▲ 죄의 값은 사망이라(롬 6:23)는 하나님의 법에 비추어 볼 때, 엄격히 규정된 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에게 그 죄에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은 국가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에 필요함.
-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로마서 6장 23절)

▲ 사형을 '가석방이나 사면이 안 되는 종신형'으로 대치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오히려 사형보다 더 잔인한 형벌로 교화에 어려움을 더하고 범한 죄에 합당한 형벌이 될 수 없으므로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치하자는 의견에 반대함.

따라서 사형제도는 존치되어야 하며, 오심이나 오용이 없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충분히 하여 법과 질서가 유지되는 공의와 공평이 강물같이 흐르는(암 5:24) 사회를 건설하여 억울한 사람이 없는 복지 국가 건설에 함께 힘쓸 것을 촉구한다.
-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장 24절)

한기총 신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윤 목사는 "하나님의 의지가 인간생명의 존엄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성경적 가치관"이라며 "사형제 폐지는 반드시 죽어야 할 죄에 대해 '반드시 죽으리라'고 선언하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거역"이라고 밝혀, 사형제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관계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2008년 1월 2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사형폐지국 선언 감사 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관계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2008년 1월 2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사형폐지국 선언 감사 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이에 대해 교회협은 같은 달 8월 25일 성명을 내고 역시 성서적 근거를 들어 '사형제가 성서적이라는 것은 궤변'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교회협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교회협은 성경구절을 신구교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을 인용함)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에 있어서, 성서적 신앙적 입장에서는 그 누구의 생명도 결코 배제될 수 없다. 소위, 극악무도한 흉악범의 생명이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 즉 생명권은 박탈될 수 없음.

▲<하나님께서도 성경에 사형을 인정하셨기에 사형제도는 성서적이다>는 주장은 성서 문자주의적 그것도 단편적인 이해이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깨닫지 못한 무지의 발로로 신학적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장임.

▲성서에서 사형 즉 죽임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사도바울이 주장하는 '사형'의  핵심은 <하나님을 알지 못한 인간의 타락상>을 고발하는 것임(로마서 1장 29절~32절). 만일 기독교인들이 다음과 같은 '사형에 대한 하나님의 법'을 적용한다면, 모두가 사형선고를 당해야 마땅함
- 인간은 온갖 부정과 부패와 탐욕과 악독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시기와 살의와 분쟁과 사기와 악의에 싸여서 없는 말을 지어내고 서로 헐뜯고 하느님의 미움을 사고 난폭하고 거만하며 제 자랑만 하고 악한 일을 꾀하고 부모를 거역할 뿐더러 분별력도, 신의도, 온정도, 자비도 없습니다. 그런 모양으로 사는 자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하느님의 법을 잘 알면서도 그들은 자기들만 그런 짓들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런 짓들을 행하는 남들을 두둔하기까지 합니다."(로마서 1장 29절~32절)

한기총, '성서 무오류'라는 문자 근본주의 성서 해석 통해 사형제 옹호

이후 한기총과 교회협은 사형제 폐지를 둘러싸고 몇 차례 공방전을 가졌고 위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를 대변한 두 단체의 입장이 나뉘고 있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종교계에서 사형제를 찬성하는 곳은 한기총이 유일하다.

지난 2월 17일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발표한 '사형집행은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시민·인권 단체 외에 원불교인권위원회, 천주교 인권위원회,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 사형폐지운동연합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한기총의 주장은 일면 성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종교적 관용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교회협이 주장한 것처럼 성서를 문자적이고 근본주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주의적 성서해석은 성서에 대해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다는 무오류 설을 믿고 있으며, 외부 세계와 문화에 대해서는 악으로 규정하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는 섭리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반 생활에 있어서도 엄격하고 철저한 금욕주의적인 도덕생활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치적 입장에서는 무관심하거나 극우적인 태도를 보이고 법질서 준수, 국가의 강력한 법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근본주적 성서해석을 따랐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140여건의 사형집행에 서명했고 현재까지도 텍사스 주는 미국 내에서 사형집행이 가장 많은 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NGO인 사형정보센터(the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에 의하면 미 연방 대법원에서 사형 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후 텍사스 주에서는 1982년부터 2007년말까지 400여 명이 넘게 처형됐다. 텍사스 주 다음으로 사형집행이 많은 버지니아 주가 같은 기간 백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텍사스 주는 미국에서도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많은 주로서 근본주의자들은 개인이 각자 구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서를 근거로 사형을 정당화하고 있고 주로 구약을 근거로 하나님이 허락했다고 믿고 있다.

일부에서는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의 사형집행 건수에서 백인보다 흑인이 월등히 많은 점을 지적하면서 인종 차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텍사스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기결수 가운데 41% 이상이 흑인인데 흑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2%인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연합뉴스 2007년 8월 12일자)

또한 근본주의자들은 성서야말로 신앙과 실천의 문제에서 무오한 권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적, 과학적 진술에 있어서도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모든 말과 이야기의 저자이기 때문에 신앙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믿어야 하며 일상생활도 성서에 있는 것처럼(주로 구약)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음주는 금지된 행위의 으뜸이고, 그밖에도 흡연, 음담패설, 사교춤, 포르노, 록음악 등도 구원받지 못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사망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교회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간음, 강간 등 성추문과 횡령, 탈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서 곳곳에는 간음하는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돌로 쳐죽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 곧 그 이웃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 (레위기 20장 10절)

- 어떤 자가 남의 아내와 한 자리에 들었다가 붙잡혔을 경우에는 같이 자던 그 남자와 여자를 함께 죽여야 한다. 이런 부정한 짓을 이스라엘에서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한다.(신명기 22장 22절)

이외에도 신명기의 순결에 관한 법에는 처녀 강간 등에 대해서도 돌로 쳐 죽일 것을 명하고 있다. 레위기나 신명기 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한국교회 목회자 중 많은 수가 돌로 맞아 죽었을 것이다.

성서에 돌로 쳐죽이라는 목회자 간음, 성폭행 등 범죄 행위 눈감아

실제로 한기총 통일선교대학 이사장인 전광훈 목사는 2005년 2천명이 넘게 모인 목회자 부부 세미나에서 <여신도 빤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뉴스앤조이, 2005년 1월 22일자>

하지만 한기총은 전 목사를 돌로 쳐죽이기는커녕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는 교계원로들의 지원을 받아 기독당 창당을 주도하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아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기독당에는 조용기 목사(명예총재, 순복음교회), 김준곤 목사(명예대표고문, 전 CCC총재), 최성규 목사(명예대표, 전 한기총 회장)등 교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실제 목회자에 의한 교회내 성폭력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여성상담소에 따르면 교회 안 성폭력 사건 가운데 목회자가 신도에게 행한 성폭력 사건이 전체의 90%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목회자 성폭력은 상담과 심방과정에서 종교체험을 빙자해 벌어지며 대부분 사이비 종파보다는 정통교단에서 일어나고 '사명을 받기 위해선 처녀막을 바쳐야 한다', '죄를 씻기 위해서 목회자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등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면 가해 목회자들은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그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은 "주의 종의 잘못은 하나님이 벌하신다", "피해자는 음란 마귀가 씌워 목회자를 모함하고 있다" 등으로 면피하거나 무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목회자들이 간음과 성폭력을 행사해 형사처벌을 받아도 소속 교회나 교단은 선교에 장애가 된다는 핑계로 문제를 회피하면서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다. 만약 한기총이 성서 내용을 그대로 준수한다면 간음과 성폭력을 법조문에 사형죄로 추가해 달라고 청원하고 해당 목회자들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에 사형언도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회법으로라도 돌로 쳐 죽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형제가 성서적이라는 한기총의 주장은 성서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시절 수많은 사법살인 앞에서 침묵했던 보수교회가 관용과 사랑이라는 종교의 본령을 무시하고 사형제를 찬성하는 것은 로마제국의 사형수이자 자신들이 구주로 믿는 예수를 다시 한번 십자가에 못 박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예수가 돌에 맞아 죽을 뻔한 간음한 여인을 용서한 것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사형제에 대한 한기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형#한기총#개신교#사형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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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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