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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1층 로비에 걸린 '언론장악 MB악법 총파업으로 분쇄하자'는 대형 펼침막이 비장함을 보여줬다면 '언론악법 분쇄하자 비비디 바디디 부'라고 쓰인 피켓은 YTN만의 발랄한 투쟁을 보여주는 듯했다.

 

1층에 전시 중인 모형 카메라맨의 목에는 '언론악법 철회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는 피켓이 걸렸고, 로비를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 머리 위 모니터에서는 비조합원들이 진행하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지부장 노종면)는 2일 오전 10시 1층 로비에서 '언론악법 총력저지 YTN 출정식'을 열었다. YTN 지부 조합원은 2일 오전 9시부로 전면 제작거부를 선언했으며, 이에 따라 필수인력과 '보도투쟁'을 벌이는 일부 정치부 기자 등 최소인원을 제외한 조합원 200여 명이 출정식에 참석했다. 전면 제작거부 투쟁은 YTN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주, 대전, 부산은 물론 물 건너 제주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지난 1일 사측이 "이번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법률과 사규에 따라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조합원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노종면 지부장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두려웠는데 이 자리에 모이신 조합원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면서 "우리는 양심과 상식을 지키려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지부장은 "한나라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YTN은 힘과 자본 앞에 모든 가치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론인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방송을 잠시 끊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MB악법과 구본홍 사장 때문에 눈만 뜨면 마음이 무겁고, 처지가 힘든 사람들이 바로 YTN 노조원들일 것"이라며 "우리가 약속했던 3월에 MB악법을 반드시 끝장내자"고 말했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발언자의 선창에 따라 조합원들이 외치는 구호소리가 1층에 울려퍼졌다. 이들은 '비비디 바비디 부~'를 '비비디 바비디 구(본홍)~'로 바꿔 외치기도 했다.

 

"언론장악 MB악법 투쟁으로 분쇄하자"

"언론악법 철회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국민여론 무시하는 직권상정 어림없다"

 

YTN 지부는 '깃발이 올랐다'는 제목의 투쟁결의문을 통해 "언론악법의 실체는 집권 최대 지원 세력인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 보도'를 선물하는 것"이라며 "만약 언론악법이 힘과 수의 논리로 현실이 되는 날이 온다면 YTN에도 더 이상 미래는 없으며 재벌에 의한 YTN 보도, 조중동에 의한 <돌발영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YTN 지부 조합원들은 간단한 점심식사 후 오후 1시 30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리는 언론노조 결의대회에 집단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오늘 결의대회에 MBC, SBS, CBS, EBS, YTN, 아리랑 국제방송 지본부 조합원과 KBS PD협회, 각 지역 조합원 등 5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C와 CBS는 전면 총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나머지 방송사 지본부 역시 '직권상정 시 즉각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YTN 지부 투쟁결의문] 깃발이 올랐다 ! 

 

2009년 3월 2일, 오늘은 YTN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날이다.

지난 15년 간 우리나라 유일의 전문 보도채널이라는 자부심으로 보도 현장을 지켜온 YTN에 처음으로 제작 거부의 깃발이 내걸렸다.

 

단 한순간도 보도 현장을 떠난 일이 없던 YTN 조합원 중에 어느 누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어느 누가 마이크를 끄고 싶겠는가? 하지만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음험한 의도는 청와대 하수인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언론악법의 날치기 통과를 지시하고 있다.

 

국회의 주인인 국민이 두눈 부릅뜨고 국회를 주시한다. 언론악법이 경제살리기법이고 신방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는 말을 국민이 믿을 것이라 보는가? 정권의 이해를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쏟아내는 것이 정권과 여당이 말하는 국민과의 소통인가?

 

언론악법의 실체는 명확하다. 집권의 최대 지원 세력인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 보도'를 선물하는 것이다. 언론악법이 통과될 경우 신문 권력과 자본 권력이 결탁한 새로운 매체는 정권을 등에 업고 방송 보도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다.

 

정권의 논리, 힘의 논리, 산업의 논리로 언론의 소명을 농락할 것이 자명하다. 언론악법은 신문 권력과 자본 권력을 짝짓기 시키는 불륜법안이며 방송 보도가 견지해야할 공익과 공정의 가치를 권력 앞에 무릎 꿇리는 방송 저질화법안이다.

 

만약 언론악법이 힘과 수의 논리로 현실이 되는 날이 온다면 YTN에도 더이상 미래는 없다.  재벌에 의한 YTN 보도, 조중동에 의한 '돌발영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진실과 비판, 풍자와 해학의 자리는 왜곡과 조작이 차지하고 공익과 공정의 가치는 권력과 자본의 논리로 대체될 것이 자명하다.

 

YTN은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며, 재벌과 족벌신문의 먹잇감은 더더욱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과거 언론 장악을 시도한 역대 정권의 실패를 교훈삼아 하루빨리 상식과 양심의 소리에 복종하라!

 

YTN에 재앙이나 다름없는 언론악법에 무소신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측도 속히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적극 대응에 나서길 촉구한다. 죽을 각오로 똘똘 뭉치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비겁하게 외면하면 역사는 더이상 YTN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목숨처럼 아끼던 마이크와 카메라, 편집기와 방송 장비를 잠시 놓고 YTN과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해 언론악법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한다.

 

 - 언론악법 철회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

 - YTN 총단결로 언론악법 분쇄하자 !

 - 민주주의 말살하는 언론악법 철회하라 !

 - 국민여론 무시하는 직권상정 어림없다 !

 

 2009년 3월 2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태그:#언론노조, #총파업, #노종면, #한나라당, #언론관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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