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사복을 입었다. 그 때는 '교복을 입었으면'하는 생각을 했다. 옷도 별로 없었고, 어떤 옷을 입고 다닐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다시 교복을 입으면 어떨까?'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남고 하나, 여고 하나가 '교복시범학교'로 정해졌다. 해서, 다른 학교보다 1~2년 정도 일찍 교복을 입게 되었다.

교복을 입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름 좋았다. 옷 입는 것만 봐도 빈부차가 확연하던 그 시절,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더구나, 교복을 입는 것을 외부에서는 좋게 봤다. 사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 때, 단정치 못한 옷차림의 학생들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지, 시범학교로 교복을 입는 모습에 버스를 타면, 아줌마들이, "아이고, 어디 핵교 다니노. 요래 교복 입고 다니니꺼 보니까 참말로 보기 좋네" 하셨다.

'교복을 입는 것이 뭐가 그리 보기 좋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어느덧 내 나이 마흔. 그 당시 아줌마의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참하게 교복 입은 모습이 지금 내 눈에도 예뻐보인다.

물론, 다른 학교들은 교복 안 입는데, 우리 학교만 교복을 입어서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되었다. 어느 학교 학생인지 알기에. 토요일 같은 경우는 문방구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시내로 나가기도 했다.

치마와 바지 중 택할 수 있게 해야

교복은 회색계통이라 때도 덜 타고, 치마는 무릎 밑에까지 내려오는 A자형 플레어스커트였다. 치마치고는 편한 편이었지만, 치마라는 자체가 주는 불편함이 있었다. 아침방송수업부터 저녁 자율학습까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헌데, 치마는 수업시간에 바지에 비해서 다리를 편안하게 하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선생님들 역시 가끔은 시선처리 하기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특히, 남자 선생님들은 가끔은 민망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곤욕스러웠던 것은 바로 '스타킹' 이었다. 바지와 달리 치마는 스타킹을 요구했다. 오랜 시간 그것도 거의 매일 스타킹을 신다보면 통풍이 잘 안  되어서 발가락이 간질간질했다. '아, 이러다 무좀이 생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학교에서도 각양각색의 스타킹을 신는 것이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았는지 학생주임선생님이 방송을 하셨다.

"스타킹 색깔은 가급적 '비둘기색'으로 하고, 갈색, 검은 색 정도까지 허용합니다. 튀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을 바랍니다."

항의의 수단이었는지 가끔은 아이들이 옅은 빨간색처럼 튀는 스타킹을 신는 경우도 있었기에.

시간이 흐르자 교복에 대해 나름 융통성이 생겼다. 학교에 등교한 후, 하의인 치마 대신 체육복 하의를 입는 것이다. 그럼, 속치마나 스타킹 등을 벗을 수 있고, 수업하는 데도 편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그 정도는 학교에서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당시에도, '여학생 교복은 왜 꼭 치마만 입어야 하나?'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결론은 여학생이기에 '치마' 였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20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다. 헌데도 여전히 여학생 교복은 '치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학생 스스로 '치마'를 원한다면 치마의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불편함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여학생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치마'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오늘 조카 두 명이 중학생이 된다. 며칠 전 딸아이와 대화했다.

"지현이도 이제 3년 있으면 00이 오빠, 00이 언니처럼 중학생이 되겠다."
"헉! 중학생이 되면 교복을 입어야 하잖아. 난 치마입기 싫은데."

늘 바지만 입고 다니는 딸이다. 바지가 활동하기 편하다고 한다. 편한 바지 놔두고 왜 똑같이 치마를 입어야 하는지 불만이다.

"엄마 학교 다닐 때도 치마를 입었는데, 학교에서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해서 괜찮았어."
"그럼, 다행이고."

난 그 정도 위로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유심히 본 여학생들의 교복. 아슬아슬하다. 치마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짧아지고, 몸에 짝 달라붙고. 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수업을 한다? 더구나 요즘은 남녀공학이 대세가 아닌가? 또, 요즘 아이들의 발육상태가 좀 좋은가? 또한, 짝 달라붙는 옷이 여학생들의 건강에는 얼마나 해로울까?

치마만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남녀차별 요소이다. 치마는 자유로운 행동과 태도에 규제를 가한다. 여학생들에게 치마와 바지 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당연히 주어야 한다. 학교장 재량에 의해, 다수결에 의해 '치마'를 원치 않는 여학생에게 '치마'만 입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본다.


태그:#교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