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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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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통과의례와 같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없었다. 언론들은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1주년 기자회견은 국민으로부터 1년을 평가받기 위한 오랜 관행인데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금 대통령이나 참모의 마음 상태를 반영한 것 같다. 내세울 만한 거리가 부족해 당분간 침묵을 지키면서 일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뜻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기자회견을 피하는 대통령'의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레이트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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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소장은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그것이 미흡하다는 증거"라며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소통에 정열을 쏟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8년간 9천 통의 자필편지를 보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도자가 매주 10통씩 편지를 썼다. 야당이 법안처리에 반대했을 경우 반대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아침 밤으로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1982년 레이거노믹스와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킬 때도 레이건 대통령은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을 50여 차례 만났고, 700여 차례 전화로 면담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날 밤에도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루스벨트·링컨 등 성공한 대통령은 '그레이트 커뮤니케이터'(great communicator)였다는 것이다. 이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야당, 국민과의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로 '불통령'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경력이 짧은 탓도 있지만,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여의도 정치'를 맡겨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아침에 싸우더라도 밤에 연락해서 만나야 하는 게 여의도 정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여의도 정치를 거부한다. 이는 평생 경제중심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와 관련된 삶을 살아와 정치 중심주의에 거부감이 강하다. 마치 경제인들이 정치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최 소장은 "경제 중심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는 정치개혁이나 사회개혁에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여의도 정치와 단절된 상태에서 개혁을 추진하면 언제나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보다는 '청와대 정치'를 선호하는 듯하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신문·방송법 등 쟁점법안을 속도전으로 처리하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그런 국회가 예나 지금이나 최고지도자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왜곡된 행정부 우월주의 때문이다. 그러다가 임기 중후반에 국회로부터 반격을 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의 위세에 숨을 죽이고 지시를 따르지만 중후반기에는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연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좌충우돌 사르코지 리더십을 경계해야"

2008년 10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유럽연합과의 FTA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2008년 10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유럽연합과의 FTA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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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악순환의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CEO형' 혹은 '불도저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속전속결형이다. CEO 스타일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CEO 스타일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국가를 경영할 때는 그런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국정운영에서는 (성과 못지않게) 절차나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이와 관련된 사례의 하나로 '전봇대 뽑기'를 들었다. 그는 "짧은 기간에 특정 타깃을 선정해 순식간에 결과를 보는 리더십"이라며 "하지만 국가경영은 전봇대 뽑듯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경제 중심주의가 만능주의가 되면 안 된다. 철학이 있는, 영혼이 있는 따뜻한 경제 중심주의로 가야 한다. 루스벨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공공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엄청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루스벨트 모델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로 일관했다면 독재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재선에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드라이브 못지않게 그 이상으로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바퀴로 굴러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한쪽 바퀴만 굴리다가 결국 넘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노명박'(노무현과 이명박을 합성한 신조어)이라는 신조어가 그런 분위기의 일단을  반영한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점에서 흡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을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으로 해서 분란을 일으켰고 이명박 대통령도 즉흥적인 행동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라스웰이 얘기하는 '선동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철저한 준비가 부족한데도 상당히 감정적·공격적·공세적 국정운영을 편다. 그 반대가 '행정가형 기질'이다. 리더십으로만 보면 박정희·김대중·푸틴·후진타오 등은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스타일이다. 반면 노무현·이명박은 사르코지 스타일이다. 사르코지는 좌우를 넘나들면서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는 점에서 많은 박수를 받지만 끊임없이 좌충우돌하고 많은 구설수를 만들어냈다."

최 소장은 "이런 사르코지 리더십을 경계해야 한다"며 "따뜻한 실용주의자로서 대중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후진타오 리더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어의 선물'로 국민의 마음 사로잡아야"

특히 최 소장은 최근 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재산 기부와 관련 호들갑 떨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조차 참모가 쓴 원고를 그대로 읽는다. 말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부시의 말실수는 토씨나 조사에서 실수하거나 숫자를 잘못 읽거나 발음을 잘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들은 정책에 영향을 끼칠 만한 발언을 즉흥적으로 해서 사회가 헛갈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대통령은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통령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단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다양한 고전을 놓고 거기서 주옥같은 단어를 뽑아 국민에게 선물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황폐해진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언어의 선물 말이다." 

최 소장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말의 힘 때문이었다"며 "대통령의 말은 대국민 메시지이자 리더십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언어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의 선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다. 

이어 최 소장은 루스벨트와 그의 전임자였던 후버를 예로 들었다.

"루스벨트의 전임자였던 후버는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경제능력도 갖추어서 유럽에서도 '경제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후버는 취임한 이후 과거의 성공신화에 기댄 국정운영을 하다가 실패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후버를 벤치마킹한 루스벨트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전임자와 역대 대통령을 교훈으로 삼으면 성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최 소장은 "왜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집권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과거와 무조건 단절할 게 아니라 언어의 가벼움, 즉흥적 정책 발표 등의 단점을 줄이고 정부혁신 등 장점은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10년을 단절하고 국가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집권 2년차에 대표브랜드 정책 창출해야"

최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지도자들이 얼마나 소통에 정열을 쏟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지도자들이 얼마나 소통에 정열을 쏟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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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 소장은 "이 대통령이 CEO 출신답게 1년 동안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최고 성과가 뭐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며 "그것은 아직도 대표브랜드 정책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못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쏟아진다. '강부자' 내각, 미국산 쇠고기 파동, 경제위기 등 줄줄이 비판의 소리를 쏟아낸다. 한마디로 MB리더십의 장점은 극소화되고 단점만 엄청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집권 초반에는 장점이 극대화되다가 점점 단점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단점이 극대화됐다."

흔히 '집권 2년차'는 권력의지가 극대화되는 시기다.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뿐만 아니라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감이 서로 맞물리기 때문이다. 전자는 '대표브랜드 정책의 창출'로, 후자는 '치명적 사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분석이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박정희), 북방정책(노태우), 세계화정책(김영삼), 햇볕정책(김대중) 등이 집권 2년차에 만들어졌다. 반면 한국전쟁(이승만), 아웅산테러사건(전두환), 옷로비사건(김대중), 대통령탄핵(노무현)도 집권 2년차에 일어났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2년차에는 자신감이 붙기 때문에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많은 성과를 내지만, 독선으로 빠지면 부정적 사건이나 안티현상이 생겨난다."

최 소장은 "다행히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겼었던 징크스를 1년차에 모조리 겪었다"며 "그 1년차의 시행착오를 잘 성찰한다면 집권 2년차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소장은 "집권 2년차에는 정권을 상징하는 대표브랜드를 창출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녹색성장이라는 큰 방향성은 잘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MB리더십의 최대 브랜드인 경제능력이 성과물로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엄청 강할 것이다. 본인이 건설에 관한 한 성공신화의 주역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의 프로젝트가 아닌 국가정책이다.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최 소장은 "집권 초기부터 국회를 보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국회에 관한 한 리더십 못지않게 파트너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슈퍼맨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최 소장은 아울러 "슈퍼맨은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국가지도자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있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슈퍼맨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대학 입학, 학생회장 당선, 현대건설 사장 등 세 가지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신화까지 있다. 그래서 과거의 성공신화에 따른 과도한 확신 때문에 어떤 어려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슈퍼맨 신드롬'은 위험하다. 현대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과거에 성공했다고 미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피터 드러커의 어머니는 프로이트의 제자였다. 그래서인지 피터 드러커는 심리적 기법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끝으로 최 소장은 4대 권력기관의 지역편중 인사를 언급한 뒤 "친위체제를 강화할수록 안티그룹은 훨씬 강화되고 확대되는 것이 권력의 법칙"이라며 "당연히 대통령 본인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인사 때 박근혜계가 전면 배제돼 그 앙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향후 이 대통령 특유의 파격적인 실용인사가 단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최진, #이명박, #대통령리더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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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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