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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개월째 월급이 50%가량 줄어 90여만 원 받고 있습니다. 이번달 아이 유치원비를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6년째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이 정리해고 불안에 임금 삭감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잔업 특근이 없어지면서 실질 임금이 대폭 줄어든 것. 여기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에쿠스 차종이 단종됨에 따라 115명이 정리해고된 것을 비롯해 경제위기 이후 모두 350여 명의 비정규직이 정리해고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524명은 정리해고 당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생계 위협 받는 비정규직... 실질임금 삭감된 정규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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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아 남은 이들은 실질 임금 삭감에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은 사실상 지난해 10월부터 잔업이 없어지면서 임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시급제 노동자의 비애이기도 하다.

정규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도 생산물량 감소에 따라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면서 손에 쥐는 임금이 30~40%가량 줄었다.

현재 클릭과 투산 차종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현대차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없이 일감이 없어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들은 통상임금 수준의 유급휴가지만 비정규직은 무급이다.

휴가를 보내고 있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체에서 정리해고 안 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알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컨베이어 라인에서 자동차 부품들이 흘러가면 파트별로 노동자들이 자동차 조립 작업을 진행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은 라인에 섞여 일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법의 경계가 모호하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2만5000여 명의 정규직과 6000여 명의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한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 격차는 상당하다. 고용 불안은 말할 것도 없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박종평 부지회장은 "우리가 현재 바랄 수 있는 것은 정몽구 회장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고용 유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전체 6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비정규직지회 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지회는 이처럼 저조한 노조 가입률에 대해 "'노조 활동을 해도 뭐가 되겠나' 하는 불신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기피하는 힘든 일은 비정규직이 주로 맡아 한다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들 사이에는 "더 힘든 일을 하고 불이익은 더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종평 부지회장은 "정규직은 고용 보장을 위해 싸우는데 비정규직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누구를 원망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휴가 받으면 백수와 마찬가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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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일부 공장 노동자들은 현재 생산량 감소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은 "말이 좋아서 휴가지, 휴가=백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현재 증설 중인 변속기공장에 근무하다 휴가를 받은 상당수 비정규직들은 무급으로는 살 수 없다며 생계를 위해 회사를 떠났다. 노조에 가입한 20여 명만이 "유급 휴가를 인정해 달라"며 회사측과 싸우고 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급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나. 그래서 지금 유급으로 인정해 달라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측이 지난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상여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 비정규직은 임단협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다 상여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경기한파에 업체들이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에 이를 고발해 놓은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IMF 당시 정리해고 회오리에 휘말려 노사 갈등을 빚었다. 이후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됐다.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 '완전고용보장합의서 후속 실무협상 노사합의 자료'에 따르면 하청비율(생산공장 생산인원<직영+하청> 중 하청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상한 16.9%(울산공장 13.7%, 아산공장 30.2%, 전주공장 34.2%)로 정했다. 이 안을 두고 노조가 사실상 비정규직을 용인했다는 평가와, 회사가 이를 악용해 정규직 채용을 중단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현대차 1공장 정규직 하부영(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씨는 "현재 정규직 과장급들도 정리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측은 일상적 구조조정이라고 말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이 모두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불경기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인도, 중국 등 해외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손실이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상대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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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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