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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예비군훈련이 2일 제57사단부터 시작됐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올해부터 예비군훈련을 강화해 시간 때우기식 훈련이 아닌 '훈련 합격제 도입' 등을 통한 실적적인 예비군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올해부터 예비군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휴일에도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 편성했고, 예비군들의 편의를 위해 본래 주민등록상 거주지에서 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던 것을 훈련 실시 3일 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현재 실제로 살고 있는 곳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직장생활을 하면서 예비군훈련을 받아야 했던 예비군들은 그동안 훈련을 받기 위해 주소지로 가야했던 불편함을 덜고 휴일까지 예비군훈련 시간을 편성해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국방부의 배려가 실로 고맙기만 하다.

나의 경우 또한 주소지가 아닌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같은 소식이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난 다른 예비군과는 달리 소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터라 실제 살고 있는 곳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주소지에서 훈련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훈련시간이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직장인은 어떡하라고

설마설마 했지만 저녁 7시부터 새벽1시까지로 되어 있는 훈련시간은 잘못나온게 아니라 맞는 시간이란다. 과연 몇 명이나 나올까?
▲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통지서 설마설마 했지만 저녁 7시부터 새벽1시까지로 되어 있는 훈련시간은 잘못나온게 아니라 맞는 시간이란다. 과연 몇 명이나 나올까?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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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있을 때쯤 나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예비군훈련 일정을 통보해주는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 통지서'였다.

그런데, 매년 받아왔던 통지서였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소집 통지서를 자세하게 읽다보니 훈련시간이 목요일 저녁 19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찍혀있었다.

'잘못 나왔거니' 생각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비군중대에 전화를 걸었다.

"나 ○○소대장인데, 훈련 통지서 받았는데 훈련시간이 저녁 19시부터 새벽1시까지로 나와 있는데 맞냐?"
"맞습니다"
"뭐? 맞다고? 무슨 훈련시간이 이러냐?"
"저희도 당황되는데요. 이번 말고 다음에 하는 훈련시간도 똑같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한건데 훈련시간이 맞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아무 죄(?)없는 행정병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아니, 목요일 저녁 7시부터 새벽까지 훈련을 하면 목요일도 일 못하고 다음날도 일하는데 지장있는데 어떻게 훈련시간을 그렇게 정했지?"
"글쎄요 저희도 처음이라서… 현역과 함께 훈련하는 걸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훈련시간이 그런데 어떤 예비군이 나오겠냐?"
"그것도 걱정입니다. 근데 소대장님이니까 참석하셔야죠."


이번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난 다시 행정병에게 물었다.

"아무리 소대장이라고 해도 나가기 어렵지. 이틀을 빠져야 하는데… 이번 훈련 빠지면 어떻게 되냐?"
"보충교육 받으셔야 합니다. 보충교육은 3월중에 있을 겁니다."
"그 때도 야간훈련하냐?"
"아닐 겁니다. 보충훈련은 주간에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이번 훈련에 누가 나가겠냐? 차라리 보충교육 받고 말지."


국방부는 예비군에게 편의를, 하지만 실상은?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에는 훈련시간을 19:00~01:00(6H)으로 명시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참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것도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새벽까지이니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 예비군훈련 유의사항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에는 훈련시간을 19:00~01:00(6H)으로 명시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참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것도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새벽까지이니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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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는 예비군들의 편의를 위해 주말에 훈련시간을 편성해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데 이번에 날아온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는 예비군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훈련시간을 야간에, 그것도 새벽시간까지 편성해서 하고 더군다나 금요일이라면 다음날 휴일이라서 쉬면 되지만 목요일에 편성을 해 놓으니까 목요일, 금요일 이틀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꼴 아닌가 말이다.

'야간훈련도 한번 받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 아닌가', '예비군이 벌써 군기가 빠져가지고'하면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 하루 일하고 못하고는 생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현실을 예비군훈련 담당자는 헤아려줘야 할 것이다.

현 실정을 고려하지 못한 예비군훈련 소집 통지서 한 통으로 왠지 기분이 씁쓸해지는 하루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예비군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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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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