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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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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동녘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밤마다 스스로의 몸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 그믐달빛은 스산하게 흐렸다. 달빛은 어둠을 제대로 사르지 못했고, 어둠은 달빛을 마음대로 물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달빛과 어둠은 서로를 반반씩 섞어 묽은 안개가 자욱이 퍼진 것 같은 미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들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살아 숨 쉬는 현대사 교과서이고, 어떤 이에게는 유장한 강줄기 같은 대서사시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삶의 물줄기를 바꾸게 한 문학 작품 <태백산맥>.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제1권은 바로 이렇게 시작한다.

"달빛과 어둠은 서로를 반반씩 섞어 묽은 안개가 자욱이 퍼진 것 같은" 남도의 밤 풍경에서 출발해 우리 현대사를 적시며 흘러 온 <태백산맥>이 이 땅에 나온 지 어느덧 26년. 최근 <태백산맥>은 200쇄를 넘었고, 10권 전체를 합치면 모두 1376쇄를 기록했다. 판매부수는 700만부를 넘었다.

태백산맥을 뛰어넘는 장쾌한 기록이자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계속 이어질 역사다. 사실 기록이 이쯤 되면 작품이 지나온 길보다, 작품과 만나고 함께 소통하게 될 미래의 모습에 더욱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원고지 1만 6000매에 <태백산맥> 10권을 새기며 동반자 없이 태백산맥을 넘은 작가 조정래. 그를 <오마이뉴스>가 초대한다. 조 작가는 5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독자와 대화한다. '독자와의 대화'는 <오마이TV >를 통해 생중계된다.

해방 이후 여순사건에서 출발해 질곡의 시대를 몸뚱이 하나로 버텨낸 이들과 어쩔 수 없이 역사의 파도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기록인 <태백산맥>. 그래서 이 책은 쓰러져간 사람들을 위로하는 장송곡이자, 살아남은 이들을 격려하는 작은 안식처였다.

소설가 조정래(자료사진)
 소설가 조정래(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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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태백산맥>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통일민족사에 작은 디딤돌이거나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던 작가 조정래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할까.

아니, 역사니 분단이니 하는 거대 담론은 제쳐두고,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서 '문학'과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보다 범위를 더 좁혀서 "<태백산맥>을 쓸 때 엉덩이에 곰팡이가 폈다"던 조정래 작가는 요즘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문학이 만인에게 열려 있듯, 질문은 누구나 던질 수 있다. 누리꾼들도 <오마이TV> 댓글을 통해 질문을 할 수 있다. 조정래, 그리고 <태백산맥>. 둘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과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양쪽의 소통을 위해 <오마이뉴스>가 "작은 디딤돌이거나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태그:#조정래,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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