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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목장에서 백아산 올라가는 길.
 아산목장에서 백아산 올라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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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이 무슨 뜻이게?

"엄마! 백아산이 무슨 뜻을 가진 줄 알아요?"
"하얀 이빨? 백개의 봉우리?"
"흰거위산이래요."
"'아'자가 거위 '鵝'자야?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에서 나와 국도 15호선을 따라 올라가면 하얀 바위들이 능선을 이룬 백아산이 보인다. 애들과 아내에게 오늘 갈 백아산이라고 하니 작은애가 엄마에게 아는 체 한다. 어제 밤 인터넷 보면서 산행계획을 세울 때 옆에서 지켜보더니.

오늘 찾아든 백아산(白鵝山, 810m)은 산에 희끗희끗한 바위가 많이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흰거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흰거위산이란 뜻으로 백아산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후반부로 들어서면 빨치산 투쟁의 중심무대로 떠오른 백아산지구가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화순과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던 좌익과 북으로 후퇴하지 못한 인민군들이 전세가 역전되자 백아산에 자리를 잡고 빨치산 투쟁을 전개하는 내용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빨치산들의 고뇌와 사랑이야기까지….

능선 삼거리까지 가는 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길이다.
 능선 삼거리까지 가는 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길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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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들어서는 산길

산행은 아산목장에서 시작해서 백아산휴양림까지 넘어가기로 했다. 산행 입구는 북면소재지에서 조금 더 가서, 국도 15호선 도로변에서 시작한다. 커다란 표지석과 안내판이 반긴다. 아산목장이래서 큰 목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이름이 그런가?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올라간다. 밭둑으로 성급한 광대나물이 꽃을 피우고 있다. 밭길이 끝나는 곳에서 소나무가 우거진 산길로 들어선다. 따스한 날씨에 소나무 숲길이 한가롭다. 산길을 가다보면 군데군데 소나무에 걸어 놓은 파란 새집이 눈길을 끈다. 저기에 새가 둥지를 틀까?

산길은 완만하고 넓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하늘을 가린 소나무는 물이 올랐는지 더욱 푸르게 보인다. 소나무 숲을 벗어나니 능선길이 이어지고 숲을 가리고 있는 나무들은 벌거벗고 있다. 바로 건너편으로 마당바위가 보인다.

천불봉 방향에서 바라본 마당바위. 깍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쳐 있다.
 천불봉 방향에서 바라본 마당바위. 깍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쳐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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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요새, 마당바위

마당바위를 보면서 조금씩 올라간다. 커다란 바위 암벽을 돌아가니 백아산 큰 줄기를 이루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철쭉단지다. 아주 오래된 철쭉들이 커다란 솔처럼 촘촘한 가지를 펼치고 있다. 철계단을 타고 마당바위에 올라선다. 전망이 좋다. 주변이 빙 둘러 보인다.

천혜의 요새다. 어디로든지 쉽게 올라올 수가 없다. 커다란 바위위에는 평평한 넓은 공간이 있다. 절벽으로 둘러친 바위는 산 아래 어디든지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한국전쟁 당시 백아산에 주둔한 빨치산 전남총사령부와 토벌대간의 뺏고 뺏기는 혈전이 벌어졌다는데…. 마당바위를 빼앗기면 백아산 전체를 잃는다고 했을 정도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철계단을 타고 올라온 마당바위 위에는 평평하고 넓은 광장이 있다.
 철계단을 타고 올라온 마당바위 위에는 평평하고 넓은 광장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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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철쭉단지와 천불봉. 오른쪽 제일 끝 봉이 정상이다.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철쭉단지와 천불봉. 오른쪽 제일 끝 봉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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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바위에는 사방이 낭떠러지다. 칼날같은 바위가 위태롭다.
 마당바위에는 사방이 낭떠러지다. 칼날같은 바위가 위태롭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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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처럼 턱을 만들고 있는 바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당시 빨치산들은 새까맣게 밀고 올라오던 토벌대를 바라본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날의 처절한 기다림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오싹하게 느껴진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철쭉이 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필 때 다시 한 번 와야 할 것 같다.

하얀 거위들이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산

백아산은 아래서 보면 거친 산 같은데, 등산로는 의외로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오르락거린다. 하얀 바위들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천불봉을 지나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잘 다듬어진 표지석이 바위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정상이 매봉(810m)이라는데 매모양 바위가 어디 있을까? 북으로 산들이 물결치며 흘러가고 있다. '참 산이 많다. 이런 산중에서 예전에는 뭐 해먹고 살았을까?'

마당바위에서 정상인 매봉으로 가는 길. 군데군데 파란 소나무가 더욱 싱싱하게 보인다.
 마당바위에서 정상인 매봉으로 가는 길. 군데군데 파란 소나무가 더욱 싱싱하게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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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 매봉. 이게 매바위일까? 바위가 역동적으로 보인다.
 정상인 매봉. 이게 매바위일까? 바위가 역동적으로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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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산 능선들. 산이 엄청 많다. 바로 앞에보이는 봉우리 4개를 넘으면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정상에서 바라본 산 능선들. 산이 엄청 많다. 바로 앞에보이는 봉우리 4개를 넘으면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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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점심을 먹고 내려선다. 문바위 삼거리까지 부드럽게 내려갔다가 봉우리 몇 개를 넘으니 팔각정이 보인다. 이런 곳에 팔각정을 만들어 놓다니. 주변 경치와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전망은 온통 산만 보일뿐이다.

팔각정에서는 백아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두 개가 있다. 능선을 타고 쉽게 내려가는 길과 바위사이로 넘나들면서 내려가는 길. 경치구경 할 겸 바위 능선길로 내려섰다. 바위틈에서 파란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자라고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산 능선에 팔작정이 있고, 하얀 바위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다 보면 휴양림으로 내려선다. 바위들이 하얀 거위같이 보인다.
 산 능선에 팔작정이 있고, 하얀 바위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다 보면 휴양림으로 내려선다. 바위들이 하얀 거위같이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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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능선길을 다 내려설 즈음 뒤를 돌아본다. 팔각정 아래로 하얀 바위들은 거위들이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총산행거리 : 3시간30분/7.8㎞(점심시간 및 휴식시간 제외)

산행내역 : 아산목장-(30분/1.2㎞)-능선삼거리-(40분/1.9㎞)-마당바위-(30분/1㎞)-정상-(30분/1.2㎞)-문바위삼거리-(30분/1㎞)-팔각정-(50분/1.5㎞)-백아산휴양림



태그:#백아산, #마당바위,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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