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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고촌면 신곡리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에 걸려 있는 경인운하 해사부두 설치 반대 현수막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에 걸려 있는 경인운하 해사부두 설치 반대 현수막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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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 현대 힐스테이트 1단지 앞. "바다모래 야적장 우리 집 앞 설치 결사 반대"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이곳에서 900여m 떨어진 농지 4만3천여㎡에 5선석(선박 접안시설) 규모의 바닷모래 야적장(이하 해사부두)을 건설할 계획이다. 해사는 바닷모래를 말한다.

이 해사부두는 오는 3월말 착공에 들어갈 경인운하 사업의 핵심 시설 중 하나다. 그러나 현대 힐스테이트 1·2·3단지 주민들을 포함한 고촌면 주민들은 지난 1월말 '해사부두 설치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해사부두 철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인근 신곡초교에서 주민 3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주민들의 분노는 해사부두 반대 비대위가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비치해놓은 게시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 내년이다, 해사부두 철회하라", "철새들이 숨 막히면 아이들은 죽음이다", "숨 못 쉬는 우리 아이 가슴 아파 못 살겠다" 등의 구호들 옆에 주민들이 붙인 스티커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아파트 900m 앞에 설치될 경인운하 해사부두... "우리가 철새보다 못한가?"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에 세워질 경인운하 해사부두로부터 9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해사부두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구호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에 세워질 경인운하 해사부두로부터 9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해사부두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구호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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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 비대위 총무는 "우리 주민들은 철새보다 못하다는 것인가"라며 "국책사업이 이렇게 주민들의 여론도 검토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사부두는 애초 행주대교 근처에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5km 하류에 있는 철새 서식지가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서울 난지도 부근에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 난지도 근처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도심과 가깝다는 이유로 현재의 위치인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 일대로 재조정됐다.

김 총무는 "아파트 주민들이 처음에는 해사부두가 무언지도 제대로 몰랐다"며 "만약 알았다면 경인운하 사업에 무조건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1월 초에야 실상을 알게 된 뒤 김포시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7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해사부두 설치 1차 반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인운하 시공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 총무는 "해사부두를 이곳에 만들겠다고 계획을 세웠다는 자체가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뜻 아니냐"며 수자원 공사 측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당사자인 고촌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사부두 설명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며 "현재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해사부두가 만들어지면 비산먼지(공사장 등에서 일정한 배출구를 거치지 않고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가 최대 4~5km까지 날린다고 한다. 어린이나 노인 분들도 많이 계신데 그런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피해를 예상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수자원공사 측은 그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조차 내놓지 않았다."

"6~7년 고생해서 우리 집 장만했더니 해사부두 설치되면 이사 가야"

해사부두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신곡초교에서 해사부두 철회를 위한 고촌면 총결의대회를 열었다.
 해사부두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신곡초교에서 해사부두 철회를 위한 고촌면 총결의대회를 열었다.
ⓒ 고촌면 해사부두 설치 반대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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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힐스테이트 2단지 유치원 앞에서 만난 홍아무개(33)씨는 "해사부두가 설치되면 아파트 창문도 못 열고, 애들도 뛰어놀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홍씨는 올해 5살, 2살이 되는 아이들과 함께 작년 4월 이곳에 이사 왔다.

홍씨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방송에 나와 '해사부두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우리로선 황당한 일"이라며 "자기가 사는 지역이었다면 그렇게 말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씨는 "6~7년 고생해서 우리 집을 장만했는데 해사부두가 설치되면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그런데 그때 가선 집이 팔릴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7월에 이 아파트에 입주한 소일휘(77)씨는 "경인운하는 찬성하지만 해사부두가 아파트 앞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씨는 이어 "황사처럼 먼지가 1~2번 정도 바람에 실려 오는 거라면 반대하지 않겠는데 먼지가 매일 같이 온다면 건강도 문제가 생기고 집값도 떨어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아파트 단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대형쇼핑몰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43)씨는 "경인운하가 생기면 이곳이 더 깨끗해지고 살기 좋아질 줄 알았는데 바닷모래 야적장이 생긴다니 더 더러워지게 생겼다"며 "고촌면 주민들만 경인운하로 피해 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S공인중개소의 김남성(64) 사장은 "현재 현대 힐스테이트 34평형이 3억8천만원 선에서 매매되는데 해사부두가 생기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며 "현대 힐스테이트 1단지 옆으로 4천세대가 입주할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데 해사부두가 들어서면 분양도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차폐시설 설치하더라도 완벽하게 못 덮으면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

경인운하 해사부두로부터 9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옆으로는 4천여세대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인운하 해사부두로부터 9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옆으로는 4천여세대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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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자원공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월 27일 강경구 김포시장,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김포), 그리고 비대위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해사부두 이전 및 비산먼지 방지를 위한 차폐시설 설치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용 비대위 총무는 "비대위는 해사부두를 이전하고 해사를 나르는 덤프트럭들이 다닐 48번 국도를 대신할 수 있는 교통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만큼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좋은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비대위의 이런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창식 카톨릭인천환경연대 사무국장은 "경인운하를 통해 수송되는 물동량 중 무게로만 치면 80% 이상이 해사일 정도"라며 "해사부두를 축소할리는 없고, 만약 이전한다면 기존의 편익비용 분석 및 환경영향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사무국장은 또 "차폐시설 설치만으론 주민들의 비산먼지 피해를 100% 막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사부두가 있었던 인천 남항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인천시가 해사부두의 비산먼지를 막기 위한 차폐막을 설치했지만 주민들의 항의를 피하진 못했다. 게다가 당시 지역 주민들은 이를 환경분쟁조정위에 제소해 승소판결까지 받은 바 있다. 차폐시설이 얼마나 완벽한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차폐막이 완전히 해사를 덮지 못한다면 '언 발의 오줌 누기'식의 대책 밖에 되지 않는다."


태그:#경인운하, #해사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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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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