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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당 정치데스크, 정리 : 김지은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윤상 기자

 

 김형오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 ⓒ 남소연

김형오 국회의장은 2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든 것과 관련, "내가 가진 최후의 카드는 그것밖에 없었고 그것이 협상의 극적 반전을 가져온 결정적 계기였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최후의 비상카드로 직권상정, 즉 심사기일 지정 통고를 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에) 최후통첩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면서 "(당시) 심사기일 지정 법안 목록에 미디어 (관련)법 1·2·3항을 맨 위에 올려놨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했다.

 

김 의장은 또 청와대 압력설과 관련해서는 "압력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다"면서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그에 굴한다면 국회의장을 뭐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장은 5일 오후 국회의사당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직권상정이 나로서는 협상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서운해 하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내 심정을 얘기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칼이나 몽둥이 들고 온 것도 아닌데"

 

김 의장은 이른바 '3·2 합의' 전에 한나라당 지도부와 호텔에서 회동한 배경에 대해서는 자신이 당시 호텔을 전전한 사연을 밝히면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칼이나 몽둥이를 들고 온 것도 아니다"며 "전혀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민감한 쟁점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당 최고위원들이 숙소인 호텔에 집단적으로 찾아가 한나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은 총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5공 시절 국회를 압박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건 표현이 좀 지나친 것"이라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또 '청와대 압력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나는 압력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또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그에 굴한다면 국회의장을 뭐하려고 하겠느냐"라면서 "적어도 그것(압력)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사실관계는 잘 모르지만, 소통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당·청 간 소통이 좀 더 원활하면 서로 얘기가 오고 가고 한 것을 압력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회창 총재가 나에 대한 얘기는 오늘부로 그만 하시기 바란다"

 

ⓒ 남소연

이른바 1, 2차 '입법전쟁' 기간은 물론, 입법전쟁이 끝난 뒤에도 국회 운영의 세 축인 원내교섭단체들은 김형오 의장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김 의장 역시 "이번 18대 국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안 되면 국회의장한테 들입다 대는 거다"면서 '입법전쟁'의 장본인들인 세 교섭단체 모두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의장 불신임' 발언까지 한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직 국회의 운영절차나 관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껴갔다. 그러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정치적 흥정을 주도해 의장의 직분을 매우 오욕스럽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것하고는 격이 다르니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이 총재가 나에 대한 얘기는 오늘부로 그만 하시기를 바란다. 내가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로 하자"고 말해 서운함과 함께 은연중에 인내심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국회의장이 중립의 의무와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특위에 의장을 제소키로 한 민주당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그런 우를 범하진 않으리라고 본다"고 일축했으나, 의장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 직후 민주당은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우리 정치가 코미디 수준으로 추락한 것 같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국회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1, 2월 임시국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국회였다"면서도 "마지막 단계에서 타협을 이뤄냈다는 건 우리 국회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우선, 국회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른바 제 1·2차 '입법전쟁'으로 불리는 지난 1·2월 임시국회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해달라.

"한마디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국회였다. 그런 면에서 저를 포함한 우리 국회의 구성원 모두 자성을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 같다. 다행히 3월 한 달은 냉각기랄까, 조금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2월 임시국회는 그나마 지난 연말연시와 같은 소위 1차 '입법전쟁' 같은, 나는 그런 말을 쓰기 싫은데, 그런 파국은 막았다. 아주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한다. 국민의 눈에는 마뜩찮을 것이지만, 그 부분은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타협을 이뤄냈다는 건 우리 국회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 학점이나 점수로 평점을 매긴다면 몇 점인가?

"그건 뭐… (웃음) 내가 (따로 점수를) 매기지는 않겠다."

 

- 이른바 1·2차 '입법전쟁'에서 보여준 의장의 국회 운영·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1월 임시국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는가.

"동의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는가. 평가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가 아무리 혼자 떠들어도 국민이 그렇게 평가하지 않으면 국민이 옳은 거죠. 다만 요즘 언론의 평가 중에 상당히 감정적인 평가가 많다. 언론사별로 (평가가) 다 다르지 않나. 언론이 감정을 표출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언론이 사회적인 공기로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과 함께 사회적인 책무를 생각하면서 평가를 해줬으면 한다. 평가에 대해서는 일일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압력 넣는다고 통하지 않는다는 것 청와대도 알아"

 

ⓒ 남소연

- 야당들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청와대 압력설'을 제기한다. 혹시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 적이 있나?

"(오히려 내가) 언론을 보면 '야, 청와대가 상당히 압력을 많이 넣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어디다 압력을 넣었는지는 모르죠. 나는 압력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또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그에 굴한다면 국회의장을 뭐하려고 하겠나. 또 적어도 그것(압력)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으니까… (압력을 넣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당·청 관계다. 당·청 간 소통이 좀더 원활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소통이 원활하면 서로 얘기가 오고 가고 한 것을 압력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나는 사실관계는 잘 모르지만, 소통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 청와대에서 전화 한통 하면 압력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당·청 간 소통이 더욱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빈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 공교롭게도 3·1절 기념행사장에서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계시던데 혹시 국회상황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나.

"공식석상이기 때문에 얘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행사 시작 전에 환담 시간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저를 포함해 국가 요인들과 각 당 대표들, 광복회 원로들, 종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눈 얘기는 없었다."

 

- 지난 2일 교섭단체 합의 전에 의장께서 시내 P 호텔에서 한나라당 대표 및 최고위원들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의장께서 직권상정의 칼을 빼들자 청와대와 한나라당 압력에 굴복했다는 의혹을 불러왔다. 의혹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시 회동 배경과 나눴던 대화를 공개할 수 있나. 도대체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인질을 자처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건 처음 공개하는 것인데 실은 내가 (2월 국회 당시) 호텔을 전전했다. 내가 야당 (의원을) 할 때 나도 국회의장 공관을 점거하거나 의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의장 공관에) 갔었다. 그 전 여당 시절에는 또 의장을 보호하러, 야당의 공관 점거를 막기 위해 간 적도 있다.

 

물리력을 동원한다는 건 참 후진적인 양태 아닌가. (그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내가 그 (여야 대치) 시기쯤 되면 공관에서 잠을 자질 않는다. 그래서 주로 호텔을 이용한다. 그것도 한 호텔서 오래 있을 수도 없고 이 호텔, 저 호텔… (전전한다). 공관에 와봤자 헛수고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전후 사정을 자세히 얘기하자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협상을 했는데도 타결이 안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도 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 싶어서 의장실로 세 교섭단체 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불렀다.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의견 접근을 봤다. 하지만 그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그 자리에서 선언을 했지. 합의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가합의안의) 문장은 민주당에서 주로 작성을 했던 것이다. 나는 한나라당 쪽에서 좀 양보를 해서라도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협상이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게 훨씬 낫거든.

 

그런데 홍 대표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니, 거기(가합의안)에 쓰지는 않았지만 모두 있는 자리에서 내가 말했다. 미디어법의 경우 4개월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한 뒤에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조항의) 의미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내가 구두로 확인을 해줬다. 한두 사람이 들은 게 아니다. 내가 이 정도로 강한 입장이면 양당이 수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나라당이 안 받아들이더라.

 

그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되느냐. 야당은 받겠다는데 한나라당은 안 받고…. 회기가 하루 남은 상황인데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는 또다시 공전하는 거다. 법안은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말면 1월 국회보다도 더 못한 결과가 된다.

 

그러니 양당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할 길이 무엇이겠나. 직권상정이다. 직권상정을 하게 되면 엄청난 진통은 있겠지만 쟁점법안은 통과된다. 그러면 민주당은 소탐대실 하는 거다. 한나라당도 후유증이 말로 못할 것이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여당, 다수당에 있다. 그러니 직권상정 이후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게 된다. 한나라당도 직권상정하면 우선은 곶감이 달다고 먹겠지만 그 이후에는 엄청난 정치적 데미지(손상)를 안게 된다. (직권상정하면) 민주당이 4월 또는 6월 국회에 바로 들어오겠나.

 

최후의 비상카드로 직권상정, 즉 심사기일 지정 통고를 하면서 이런(최후통첩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리고 심사기일 지정 법안 목록에 미디어 (관련)법 1·2·3항을 맨 위에 올려놨다.

 

내가 가진 최후의 카드는 그것밖에 없었고 그것이 협상의 극적 반전을 가져온 결정적 계기였다. 나로서는 협상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서운해 한다. 그것에 대해서 내가 일일이 대꾸나 대응을 하기보다 이 기회를 통해서 내 심정을 얘기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다."

 

- 민감한 쟁점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당 최고위원들이 숙소인 호텔에 집단적으로 찾아가 한나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은 총칼만 안 들었을 뿐, 신군부가 5공 시절 국회를 압박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당시 압박을 느끼지 않으셨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건 표현이 좀 지나친 것이다. 내가 한나라당 지도부만 만나서 대화한 게 아니고 민주당 지도부도 만나서 대화했다. 또 중진의원들도 만났다. 그런 만남의 일환이지, (최고위원들이) 칼이나 몽둥이 들고 온 것도 아닌데…."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부터 국회의장이 때가 되면 직권상정을 해주시기로 약속했다는 말을 한 바 있는데 진실이 뭔가.

"거두절미하면, (홍 원내대표 처지에서) 무슨 얘기든 못하겠느냐. 그러나 1월이나 2월 상황을 보면 국회의장이 1월에 직권상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다는 게 다 나타나니까…."

 

"민주당이 나를 윤리특위에 제소? 우리 정치, 코미디 수준으로 추락"

 

ⓒ 남소연

- 오늘(5일) 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이 중립의 의무를 어기고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특위에 의장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는데.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지 않나. 민주당도 현명한 사람들이니 일단 그래놓고 …(실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제소하지) 못할 것이다."

 

- 제소하게 되면, 의장이 제소되기는 헌정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민주당이 그런 우를 범하진 않으리라고 본다."

 

(의장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 직후 민주당은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우리 정치가 코미디 수준으로 추락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 의해 국회 운영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차 '입법전쟁' 당시 민주노동당이 점거농성을 할 때는 국회 경위를 동원해 해산시킨 반면, 지난 1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을 점거해 2일 오전까지 농성을 벌였을 때는 그런 조치가 없었는데 야당 차별 아닌가.

"내가 차별을 했다 그러면 (그래서 항의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장 앞에) 며칠간 플래카드를 붙여놨었나. 한 보름간 아니었나? 한나라당은 하루 붙여놨다. 또 한나라당은 의원들이었지만 민주당은 수백명의 보좌진·당원들이 로텐더홀에 들어왔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본회의장까지 들어가서… (농성했는데) 그것은 합법인가? 그런데 그걸 가지고 나를 제소하겠다는 건가?"

 

- 한나라당에서도 지난 1차 때는 물론 이번 2월 국회에서 격한 감정 토로가 많이 나왔다. 지난 2일 아침 '의장 중재안'(수정안)을 거부시켰던 의원총회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의장 불신임' 발언까지 나왔다. 서운하지 않았는가.

"비난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죠. 이번 18대국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안 되면 국회의장한테 들입다 대는 거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장 권한이 그렇게 막강한가, (이렇게) 내가 착각할 정도로 모든 걸 의장 탓으로 돌린다. 내가 14대 때부터 의원을 했는데 이런 적이 없었다.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정무비서관 생활을 5년씩 10년을 한 데다 원외 지구당위원장(현재는 당협위원장) 한 것까지 치면 30년 세월을 정치권 상황과 맞부딪히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국회의장에게 권한을 주지는 않고 책임만 지우는 국회는 처음 본다. 덕분에 국회의장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이런 풍토는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

 

여당에서 맹비난 하는 건 서운하지만, (초선 의원들이) 아직 국회의 운영절차나 관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또 여당인데도 하려는 게 매끄럽게 안 돼 분통이 나니까… 또 선배들도 '국회의장은 뭐 하냐'고 하니, '용감하게' 얘기했겠지. 그러나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좀 지나고 나면 공개석상에서 비난하는 행위는 삼가는 게 좋겠다는, 그런 지혜가 생기는 날이 머잖아 올 거다."

 

-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3일 본회의장에서 한 지적은 뜨끔하지 않았나(송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김 의장이 2006년 9월 19일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석 점거농성을 지휘하면서 '직권상정을 해서 통과시킨다는 것은 헌법 파괴 행위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면서 김 의장을 비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것도 좀 장황하게 얘기해야겠다. 한나라당이 야당 10년 하면서 법·의안 처리를 실력으로 저지하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수야당이니까. 물리적 저지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게 내가 원내대표 시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파동 때다. 왜 성공했겠나. 그것은 국민적인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단상을 점거해도 당시 여당에서 우리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그때는 전원이 일치 단결돼서 막아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여론도 한나라당의 행위를 지지했다. 그러니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임명) 취하를 한 거다. 그래서 나는 (송 의원의 지적이) 하나도 뜨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의 내 기억을 반추시켜 주더라."

 

"이회창 총재, 나에 대한 얘기는 오늘부로 그만 하시길"

 

-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지난 4일 당 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흥정을 주도해 의장의 직분을 매우 오욕스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는데.

"……. 그분은 정치적인 원로잖나. ……. 무슨 오해가 있거나 잘못 알고 계시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뿐이 아니고 의원 외유와 관련해서도 "국회 차원의 정풍 운동은 국회의장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인데 내가 하도 답답해서 대신 말씀 드린다"고 했는데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젊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것 하고는 격이 다르니 가슴이 아프다. 비난하고 비판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지만, 지나친 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그분을 10년은 모셨다. 그분과 함께 한나라당이 10년 야당 생활을 했지 않나. 정말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해왔다.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선거 때 내가 그분을 기수로 내세워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주장)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나는 내가 모셨던 분들을, 돌아서서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는 걸 잘 못한다. 우리 가정교육이 그렇고 또 '촌놈' 기질이 아직 남아있어서…. 이제는 (이 총재가) 안 그러시겠지. 앞으로는 안 그러실 거라고 믿는다. 이 총재가 나에 대한 얘기는 오늘부로 그만 하시기를 바란다. 이 정도로만 하자. 내가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로 하자."


#김형오#국회의장#직권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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