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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안 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닫지 않는 한 회원들에게 인사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참 힘들다. 감옥이 따로 없다. 푸념이 아니다. 우리 기자들 참 큰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홈페이지에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30일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과 인사할 때의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홈페이지에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30일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과 인사할 때의 모습.
ⓒ 노무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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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5일 저녁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 회원추천글)에 올린 "연속극 끝났는데…"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하루 전날 밤에 쓴 "정치하지 마라"는 제목의 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본 뒤 부인 권양숙씨와 나눈 대화를 소개해놓았다.

이 글에 따르면, 저녁 식사 도중에 권양숙씨가 "당신 조금 전에 뉴스에 나왔어요. '정치 하지마라.' 이런 글 올린 모양이지요? 정치 재개하나? 이런 말도 나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도 나오던데요?"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현실정치 이야기 한 마디도 안했는데? 정치는 무슨 정치요? 공연히 시비들이야"라고 대답했다는 것. 그랬더니 부인이 "연속극 하나 끝나고 새 연속극 하고 있는데, 자꾸 지난 연속극 주인공이 나오니 사람들이 짜증내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고 소개해 놓았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생각해 보니 나는 연속극에 나간 일이 없다"면서 "사실 그동안에도 글을 여러 개 올렸으나 현실 정치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하지 말란 법도 없지만 정치한다는 소리가 욕처럼 들려서 그랬다. 그런데도 내용에 불구하고 글만 올리면 정치 재개란다. 앞으로 문밖에 나가면 그것도 정치재개라 할 건가?"라며 "감옥이 따로 없다"는 말을 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용은 용서와 다르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관용은 용서와 다릅니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라는 제목의 글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힌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관용은 용서나 자비와 같은 일방적 호의와는 다르고, 지배자의 통치 기술로서 사용되는 은사나 포용과도 다른 것"이라며 "그러므로 제가 말한 관용이라는 말은 누구를 용서하고 안하고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용을 극대화하면 관용의 사상 자체를 부정하는 사상을 방관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절대주의 사상을 용납하여 민주주의 체제가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가 되는 수가 있다. 이것이 '관용의 역설'이다. 그리고 독일의 와이마르 공화국이 나치스에게 무너진 것이 바로 그런 역사의 사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면서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악법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상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생각이나 말만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고, 행동의 경우에 한하여, 그것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있을 때 한하여,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한계에 다시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관련한 이야기를 거론한 노 전 대통령은 "보수적 견해도 그에 대한 비판도 '다름'으로 존중이 되어야 하는 것이 관용의 원리이나, 비판은 논리로 해야지 인격에 대한 공격이어서는 관용의 자세라 할 수 없다"면서 "그분이 국가보안법까지 옹호한 발언을 하셨다는 내용을 보고, 그분마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보면 민주주의라는 것이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 5일 형인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된 뒤 방문객들과 만나지 않고 있으며 한동안 홈페이지에도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귀향 1주년을 전후해 지난 2월 22일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부터 10개의 글과 댓글을 썼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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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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