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아낸 문학작품 <태백산맥>이 200쇄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마침 얼마 전,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순천, 벌교로 MT를 다녀오면서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을 다녀 온 후에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들으니 더 반갑더군요.
<태백산맥>을 내고 있는 해냄출판사에 따르면 1986년 제1판 1쇄가 나온 태백산맥 1권이 최근 200쇄를 넘어섰으며, 판매부수는 700만부가 넘었다고 합니다. 태백산맥은 1989년 10권으로 완간되어 1997년에 100쇄를 기록하였으며, 2009년 3월에 다시 200쇄를 기록하였다는 것입니다. 한 작품이 여러권으로 되어있는 다권본으로는 처음 200쇄를 넘긴 작품이라고 합니다.
추적추적 봄 비가 내리는 날, 태백산맥 문학관을 둘러보면서 대학시절 태백산맥을 읽던 기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저는 장엄한 지리산 산새와 노고단 일출을 등장인물을 통해 글로 표현한 9권 중 지리산편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10권을 들었을 때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서운함이 싫어서 아껴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두 개의 전시실에 여섯마당으로 나누어진 태백산맥 문학관에는 16,000매의 육필원고와 필사본, 작가의 집필동기 그리고 4년간의 자료조사과정과 그 결과물인 각종 지도와 취재수첩, 메모 등과 영화태백산맥, 번역판 태백산맥,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 등이 나누어 전시되어있습니다. 별도로 문학사랑방과 작가의 방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의 작업과정을 상세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수작업으로 그린 벌교지도와 지리산 지도 뿐만 아니라 촘촘한 글씨로 씌어진 여러가지 작가 수첩과 메모, 지리산 등반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은 수첩 한 권은 때로는 소설 100쪽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200쪽으로 살아나기도 하였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집필 준비 기간 4년동안 벌교와 지리산 그리고 빨치산 활동에 대하여 조사하고 연구하여 기록으로 남겼답니다.
어느새 컴퓨터 워드프로세스에 익숙해진 저에게도 가공할 만한 위압감을 주는 육필원고 입니다. 원고 16,000매는 어른 키만큼 됩니다. 가까이 가서 서보니 제 키와 비슷하더군요. 이런 저런 교정기호가 표시된 맨 첫장 원고가 지난하고 힘들었던 집필과정을 대변해주는 듯 하였습니다.
2층 제 2 전시실에 가장 눈에 띄는 전시품은 필사본 원고입니다. 작가 조정래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태백산맥 독자들이 베껴쓴 육필원고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태백산맥 육필원고가 모두 4벌이 있는 셈입니다. 저는 기독교인들 중에 성경을 필사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소설을 필사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 입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언젠가 신문인가, 잡지에서 조정래 작가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 원고 필사를 시킨 사연을 읽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작가 사후 50년 동안 자식들에게 저작권료가 돌아가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소설을 썼는지 조금이라도 실감해보라는 뜻으로 필사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보았답니다. 아들과 며느리 필사본 옆에 자발적으로 필사한 독자들의 필사본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실 북쪽 벽면에는 높이 8m, 폭81m에 이르는 대형벽화가 있습니다.「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이종상 화백에 의해 시각화 되었으며, 자연석으로 만든 세계 최대․최초의 야외건식 '옹석벽화'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은 2008년 11월 11일에 개관하여 4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은 "동굴과 굿판을 건물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고 절제된 건축양식에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으로 문학관을 시각화" 시켰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태백산맥 문학관을 다녀온 후에 올 해 독서계획에 '태백산맥 다시 읽기'가 추가되었습니다. 태백산맥 문학관과 태백산맥 문학관 본 작가가 직접 그린 벌교 지도와 지리산 지도를 놓고 다시 태백산맥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리라 생각됩니다. 내친김에 지리산 종주도 해볼까 싶습니다.
저는, 1박 2일로 토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해지는 순천만 갈대밭을 구경하고, 다음 날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순천이 가까운 곳에서는 당일 여행으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인데, 순천에서는 짱뚱어탕을 벌교에서는 태백산맥에 자주 나오는 꼬막을 먹어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