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가끔 서울대학교의 로스쿨 라이프를 전해드릴 최종연입니다. 오늘은 그 시작으로 3월 2일에 있었던 입학식 풍경부터 적어보려고 합니다.
입학식은 두 시 시작 예정이었는데 저는 한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입학식 장소로 예정된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 주산홀에서는 아직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지은 도서관으로 피난가니까 동기들이 있어서 같이 잠깐 미완공된 도서관 구경도 하고 그랬습니다.
2시부터 시작된 입학식에서 특기할 사항은
-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참석, 축사- 화우,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주요 로펌 대표 변호사들 참석 (알고 보니 15동 5층 신규 열람실 개관식을 위해서 왔었던 것이라고) - 40분만에 빠른 종료 정도였고 제한된 좌석 수 때문에 가족들은 들어오지 못한다는 행정실의 통보가 있었기에 학생들만 차분하게 앉아서 입학식을 치렀습니다.
교무부학장님과 원장님의 말씀 중에 몇 가지 메모한 것이 있습니다. 우선 교무부학장님 말씀 중에는 2007년 9월 1일 설치 인가 후에 1122명이 지원하여 전문석사 150명과 전문박사 8명을 선발하였다는데 전문박사 8명이 있는지는 입학식날 처음 알았습니다,
김건식 원장님은 "지난 정권에서 서울대까지 로스쿨 하려는데 의문을 가져 속상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사법연수원의 대체에 그쳐서도, 과거와 같은 변호사를 배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60년간 변화하지 않은 법조인 선발방식이, 변화된 우리 사회에 맞는 변호사를 양성해야 할 것이라면서 "사회현안 답 내놓는 법정책전문가" 양성에 포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익인권이라는 특성화 분야 때문인지 "금전보상이 없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좇는 졸업생이 나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오바마의 이름도 나왔구요.
총장 축사와 동문회장 축사를 끝으로 입학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서울대학교 로스쿨의 공식 이름은 인터넷상으로는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이라는 점입니다. 이날 총장 축사에서는 이장무 총장이 "법학전문대학원"이라고 말했다가 "법학대학원"이라고 번복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학증명서에는 "법학전문대학원"이라고 적혀나오고, 실제 서울대학교 포탈 "마이스누"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학적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입학식을 마치고는 학생회 구성 논의를 위한 일종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80명의 학우가 남아 자유발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날 학생회의 정체만이라도 논의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를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간담회 자리가 필요하고 구성 방식에 대해 인터넷 투표 등 더욱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결국 구성 논의는 미뤄지고 학생회 필요 여부에 관하여만 표결이 이루어져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시집행부를 자원하는 이들에 의해 구성, 회칙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종료되었고 네 시에 공법1 강의가 있는 학우들을 필두로 하여 모두 총총히 자리를 떴습니다.
입학식 전에 민법1 김재형 교수님 강의를 들은 학우들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의 질문식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개강 3일째 대부분 교수님이 상당한 양의 예습 과제를 내주셨고 그것을 토대로 질문식 수업이 진행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는 윤진수 교수님 같은 경우는 '민법1' 첫시간에서 아직 로스쿨식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뚜렷한 비전은 적다면서도 "왜 사인간의 계약은 지켜져야 하는가?" "왜 계약의 자유는 제한되는가?"를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질문하며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또 '형법1'의 신동운 교수님 같은 경우는 매시간 로스쿨 교재/ 본인의 교과서/ 본인의 판례백선을 읽어올 것을 주문하며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무작위 질문을 던지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학우들은 법률정보조사 교재나 공법 공통교재를 사러 17동과 새 도서관을 분주히 돌아다니기도 하고, 학회 결성이나 수강신청 변경을 논의하며 삼삼오오 토론하기도 하며 새로 생긴 5층 열람실에 아예 자리를 잡고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는 학우도 있습니다. 팩차기를 하는 법대 학부 학우들 옆을 새로 산 교재를 든, 아마 타교에서 왔으면 팩차기를 못 해봤을 로스쿨생들이 지나가는 것은 매우 기묘한 공존인 것 같습니다.
다음 수기에서는 교재와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HY LAW.NET의 [로스쿨 라이프] 코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