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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배우 구로다 후쿠미(52·黑田福美)씨 측이 광복회와 사천진보연합의 반대로 건립이 무산돼 한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귀향 기원 위령비'를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귀향 기원 위령비'는 일본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 탁경현(1920년생, 창씨개명 光山博文) 등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비석이다. 당초에는 구로다 후쿠미씨가 위령비 제작․건립비를 대고, 경남 사천시가 터(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를 제공해 세울 예정이었다.

 

지난해 5월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광복회 경남지부와 사천진보연합은 위령비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구로다 후쿠미씨를 비롯한 일본인들은 2008년 5월 10일 제막식을 열기 위해 사천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날 광복회원 등이 외구리체육공원 입구에서 일본인들의 접근을 막았고, 결국 제막식은 무산됐다.

 

며칠 뒤 사천시를 위령비를 철거해 사천 소재 사찰인 용화사에 보관했다. 그 뒤 일본 언론은 몇 차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으며, 한때 일본인측은 재건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본인 측이 위령비를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구로다 후쿠미씨의 대리인격인 홍종필 전 명지대 교수는 지난 5일 사천시청을 방문하고 위령비를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태주 사천시청 문화관광과장은 "사천시의 입장은 위령비를 세울 수 없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면서 "위령비를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조만간 트럭에 실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비는 일본이 아닌 한국의 청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위령비가 당초 제작된 것이 청주이기 때문이다. 위령비는 고승관 홍익대 교수가 디자인했다.

 

김태주 과장은 "당초 위령비를 제작했던 곳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청주로 가져갈 것"이라며 "그곳에서 세울 것인지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위령비는 비문과 삼족오, 기단의 3개 부위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천시가 외구리체육공원에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부 파손을 입었다. 이에 구로다 후쿠미씨 측은 파손된 부분의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주 과장은 "옮기는 과정에서 기단의 한 부분이 조금 파손을 입었는데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향 기원 위령비' 옆면에는 1945년 5월 11일 전투기를 몰고 가고시마 기지에서 출격, 전사한 탁경현(당시 25살)의 약력이 새겨져 있었다. 사천 출신인 탁경현은 일본 입명관(리쓰메이칸)중학교와 교토약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항공대에 입대해 가마카제에 차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회 경남지부는 "어느 나라 사람이건 가미카제는 일본왕에게 충성을 다한 극우였다"면서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일본왕을 위해 맹세했다면 가미카제의 한 조직원이었고, 일본왕을 위해 죽은 사람을 기리는 비석을 세울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것이다.


태그:#탁경현, #가미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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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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