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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공정택 서울교육감의 선고공판이 있습니다.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공 교육감은 직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공정택' 교육감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다루는 내용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의 선거비용 문제이긴 하나, 혐의 내용보다 피고가 주는 무게가 더 큽니다. 아무래도 공정택 교육감이 그동안 한 일들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경쟁교육의 선구자 공정택 교육감

 

공 교육감은 2004년 8월 전임 유인종 교육감에 이어 민선 4기로 취임합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4년 7개월 동안 서울 교육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시작은 시험입니다.

 

"지난 4년간은 민선 2-3기 유인종 교육감 재임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였던 학력 신장 분야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2008년 8월 서울시교육청이 발간한 '민선 4기 서울교육 변화와 전망' 중에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건 서울시교육청은 2005년 1월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을 내놓습니다. ▲ 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 ▲ 초등학교 성적표에서 수우미양가 등 단계형 방식 부활 ▲ 서울의 모든 중1학생 일제고사 실시 ▲ 수준별 이동수업 2배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전임 유인종 교육감이 한 일을 모두 뒤바꾼 겁니다. 각급단위 일제고사와 수우미양가 성적표가 없었는데, 초등학생은 학교 단위에서 중간·기말고사 하는 식으로, 중학생은 서울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청이 낸 문제를 풀게 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성적표는 서술형에서 5단계나 4단계 등 단계형으로 바꿉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늘립니다.

 

시험을 부활시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부채질한 겁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자율 실시'라는 이름의 학교단위 초등학생 일제고사는 2005년 37.7%(209개교)를 필두로, 2006년부터는 거의 모든 모든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집니다. '우열반'으로 인식되는 수준별 이동수업의 경우는 2005년 77.7%의 고등학교(227개교)에서 2008년 90.4%(254개교)로 늘어납니다. 2005년 12월에는 초등학교에서도 실시하려다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공정택 교육감은 경쟁교육의 선구자입니다.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없던 시절, 자기 관할 지역에서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전국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기 3년 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 갔습니다. 물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에서 서울은 왜 꼴등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특목고, 영재교육기관, 국제중...늘어나는 '그들만의 리그'

 

취임한 지 10개월 정도 지난 2005년 6월에는 국제고와 과학고 1개교씩 늘리는 방안이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됩니다. 이들 학교는 각각 서울국제고, 세종과학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2008년에 개교합니다. 이로써 서울의 특목고는 외고 6, 과학고 3, 국제고 1개교 하여 모두 10개교가 되었습니다(1개 과학고는 2009년부터 과학영재학교로 전환).

 

영재교육기관은 2배로 늘어납니다. 2005년 31개였는데, 2008년 63개로 갑절이 늘었습니다.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은 2005년 3178명에서 5624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은평이나 길음 뉴타운 등에 자립형사립고(자사고) 2-3개교를 시범실시하겠다'는 언급을 심심치 않게 합니다. 이 부분은 전임 유인종 교육감과 정반대였지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는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정택 교육감은 자사고 100개 공약에 발맞춰 "서울 시내 25개구에 1개교씩 자사고를 지정하겠다"고 공언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건 국제중입니다. 무려 3차례에 걸쳐 시도하여 성공합니다. 2006년 4월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에 국제중을 안기려고 1차 시도를 하지만, 각계의 반발을 이기지 못해 9월에 한번 좌절됩니다. 작년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된 다음에는 바로 2차 시도를 합니다. 2008년 8월에 국제중 설립계획을 발표하지만, 10월 교육위원회에서 보류됩니다. 하지만 보류 결정이 난지 단 하루만에 3차 시도를 하여 결국 꿈은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재임하면서 특목고, 영재교육기관, 국제중 등 '그들만의 리그'를 늘립니다. 특히, 국제중은 3차례에 걸친 집념어린 시도 끝에 이루어냅니다.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를 100개까지 확대하려고 하는 시도를 공 교육감은 이미 지난 5년 동안 하고 있었던 겁니다.

 

역차별 지원 없애고 서울은 '무늬만 평준화'?

 

올 연말부터 시행될 학교선택제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5년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2006년 12월 모의배정 결과 및 연구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2007년 2월 실시계획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학군조정까지 끝냈습니다. 앞으로 4월의 2차 모의배정과 연말 실시만이 남아있습니다.

 

서울시내 일반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선택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의 넓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선택받기 위한 학교간 경쟁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위 '기피학교'에 대한 지원이 없거나 미흡하면, 선지원 후추첨을 하는 평준화지역처럼 고교서열화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100 정책에 따라 특목고와 자사고는 미리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2부리그 고교들간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서울은 '무늬만 평준화' 지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차별 지원입니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처럼 기울어진 쪽에 집중지원하여 계속해서 균형을 맞춰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이 올라갑니다. 요즘 널리 유행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은 이겁니다. 역차별 지원이 없는 자율이나 선택은 자칫 한 쪽만 물 위에 나와있는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배의 형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택 교육감은 살아남을 자만 살아남는 교육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쟁이 공정한 것도 아닙니다. 경제력과 정보력이 보유하고 있는 가정만이 살아남을 확률이 큽니다.

 

2007년 5월에는 학원의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11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해 7월 서울시 교육위원회를 통과합니다. 하지만 각계의 반발과 들끊는 여론으로 인해 9월 마지막 관문인 서울시 의회에서는 '유보' 결정이 내려집니다.

 

그러나 일제고사 부활, 특목고 확대 등으로 이미 학원계에 충분한 선물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선사합니다. 2007년 4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낸 '2006년도 학교보건연보'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 4명 중 1명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적대적 반항장애 등 행동장애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조사가 2005년에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취임한 시기가 2004년 8월이니 공정택 교육감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원살리기 또한 이명박 정부보다 앞섭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는데, 이러한 학원 경기 부양을 공정택 교육감은 이미 진행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3년 연속 전국 공공기관 중 청렴도 꼴찌

 

2006년 11월 서울시교육청 고위 간부가 교육감상을 돈 받고 판매하여 서울의 주요 사립대 부정 입학에 이용된 사실이 보도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교사와 학원강사 30여명이 참고서 판매업자로부터 책값의 20%를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기사도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시교육청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330여개 공공기관 전체에서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합니다. 3년 연속 부패지수 1위를 달성합니다.

 

더구나 국가청렴위원회가 조사한 청렴도 측정에서 2005년 8.31, 2006년 7.43, 2007년 6.72 등 해가 거듭될수록 기관청렴도는 더욱 낮아집니다. 특히, 2007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맑은 서울교육운동'을 전개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하긴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현직 교장, 학원장, 학교급식업체, 학교공사업체,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 등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지만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이 맑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모범'을 보이고, 그 중 일부 혐의를 가지고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구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일제고사 자기결정권을 준 선생님들은 '파면 및 해임' 징계를 내린 반면, 급식업체로부터 돈 받은 교장은 정직 1개월,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폭행한 교장은 정직 3개월 등의 '선처'하는 징계를 서울시교육청이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상당히 나쁩니다. 가장 기본적인 환경인 학급당 학생부는 35명 선으로, OECD 평균인 20여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수도권은 심각합니다.

 

서울만 놓고 보면, 학급당 학생수 35명이 넘는 '과밀학급 비율'은 2005년 23.2%에서 2006년 20.3%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2007년 23.0%, 2008년 24.1%로 다시 늘어납니다. 2008년 현재는 4개 학급 중 1개 학급이 35명 이상입니다.

 

물론 공정택 교육감이 재임하면서 학교 신설이 꾸준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저출산 기조가 여전하다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과밀학급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수 35명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를 목표로 하여 장차 교육환경 만큼은 어디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수준을 자랑하고자 한다면 학교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정택 교육감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학교신설과 관련하여 서울시로부터 받아야 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과 공 교육감의 재임기간이 교차하는 2004-2006년 3년 동안에는 1047억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도청 등 지자체가 학교용지부담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2005년에는 관련법 개정으로 추가로 받아야 하는 2650억원이 뒤늦게 연말 가까이 되어서야 해결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서울지방의 신설학교수는 2005년 14개교, 2006년 11개교, 2007년 9개교, 2008년 8개교 하여 평균 10여개입니다. 이게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8년 현재 서울의 과밀학급 비율은 초등학교 11.2%(2,339개), 중학교 42.6%(4,490개), 일반고 63.3%(5,277개), 전문고 0.6%(13개)입니다.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감이 그립습니다

 

작년 8월 공정택 교육감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사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서울교육은 시민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으로 다가설 것입니다. …학생의 미래를 밝히는 교육,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교육, 교원이 보람을 느끼는 교육, 시민이 감동하는 서울교육을 반드시 이루어내겠습니다."

 

하지만 취임 3개월 전인 2008년 5월에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중고등학생과 청소년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교육청의 장학사와 일선 학교 생활지도교사 수백명을 동원하라고 지시를 내립니다. 한창 교육감 선거가 치열할 때에는 "초등학생도 경쟁해야 한다"고 발언합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바로 국제중을 만들고, 11월에는 고등학교 교장들을 모아놓고 근현대사 교과서를 바꿀 것을 사실상 지시합니다. 그리고 12월에는 일제고사 때문에 교사들을 해직합니다.

 

서울교육이 시민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으로 다가올 날이 언제일지,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 자뭇 궁금합니다. 참교육과 선진교육의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감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태그:#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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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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