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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재단의 비리를 폭로한 교사에게 학교 측이 파면이라는 중징계로 응수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사립학교인 양천고 측은 지난 일요일(8일) 김형태 교사에게 파면을 통보했다. 2월 26일 제2차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 일주일 남짓 지나서다.

 

9일 아침 김형태 교사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제 교장이 파면이라고 알려줬다. 학교 측에서는 오늘 출근도 막았다. 실랑이 끝에 겨우 교무실에 올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떠나는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징계 내용이 담긴) 봉투를 건네 받았다. 마음이 떨려 아직 못 열어보고 있다"고 심정을 전했다.

 

양천고는 그동안 독서실 운영비, 특정 업체의 급식실 운영, 학생 체육복 비리, 10여 년간 졸업생을 대상으로 유령 동창회비 징수 등의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양천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의혹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을 것을 학교 측에 지시한 바 있다. 그동안 실체가 없던 동창회도 지난해 8월에서야 조직됐다.

 

김형태 교사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으려 적극 나섰고 결국 학교 측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 양천고 비상대책위(아래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나서서 인터넷 서명도 하고, 학교로 항의 전화와 항의 방문까지 하니 다소 주춤하더니, 끝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말았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며 학교 측과 정면 대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형태 교사도 "나의 부당한 징계를 계기로 양천고가 학교다운 학교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부패 비리 사학재단과 서울시교육청의 유착관계도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며 "끝까지 싸워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걸 꼭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에 개설된 카페를 통해 부당징계 철회서명을 받고, 항의 전화와 팩스 보내기 운동도 전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김형태 교사는 학교에서 열린 제2차 징계위에 출석하여 학교 측의 징계사유에 대해 소명했다. 이날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교사 80여 명도 양천고 정문 앞에 모여 "학교 비리 척결을 위해 노력한 교사에게 보복 징계를 하려 한다"며 집회를 열고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 교사의 졸업생 제자들도 10여 명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양천구 내에서 이처럼 비리로 가득 차 있는 학교는 드물다. 지역 분들이 저희 학교 문제에 많이 관심 가져 주기를 바란다"며 김 교사를 응원했다.

 

오는 3월 11일에는 양천고 교문 앞에서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학교 측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부재 중이어서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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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리사학, #파면, #양천고,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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