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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는 매화 향기에 취하는 중
 남도는 매화 향기에 취하는 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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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가볼까요?

남도에는 들녘이 온통 매화꽃 향기로 넘쳐난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봄꽃은 따사로운 햇살에 은근한 속살을 맘껏 뽐내고 있다.

봄 마중을 나갔다. 어디로 가 볼까? 나이 드신 아버지는 지난겨울 내내 나들이를 하지 못했다. 추운 날 밖에 돌아다니시는 게 위험해서다. 작년 홀로 산에 다녀오신 후로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계시다가….

봄이면 생각나는 곳이 있으니, 선암사다. 운치를 느끼며 걷기에 좋은 선암사 운수암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순천 청암대를 지나 이사천을 따라 올라간다. 길은 구불구불. 상사면 소재지를 지나고 천변으로 각종 식당들이 즐비하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상사댐이 커다랗게 시야를 꽉 채운다. 아버지께서 상사댐에 들렀다 가자고 하신다. 좋지요.

상사댐 정상부. 관광객을 위해 개방한단다.
 상사댐 정상부. 관광객을 위해 개방한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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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광장에서 봄을 즐기는 아이들
 댐 광장에서 봄을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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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겠죠

상사댐 휴게소 앞에는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 '댐도 나들이 장소가 되는 구나.' 휴게소 앞 광장에는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과 유모차를 밀고 다니며 햇살을 받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댐 정상부는 개방을 해 놓았다. 관광객들을 위해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고 알려준다. 댐으로 걸어서 들어가다 난간에 서서 상사댐을 바라본다. 물빛은 검푸르다. 가뭄으로 물 수위는 저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저기가 '물막이재'였는데 정말 물을 막는 재가 되었어." 아버지는 댐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말씀하신다. 가끔 지명이 미래를 예측하는 일로 인해 옛사람들의 예지능력에 탄복하는데, 여기도 그런 신통스런 지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저 끝으로 보이는 곳이 '물막이재'라고 한다. 상사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정말 물막이가 되었다.
 저 끝으로 보이는 곳이 '물막이재'라고 한다. 상사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정말 물막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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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너편으로 수몰지역 이주민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
 댐 건너편으로 수몰지역 이주민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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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을 한참 바라보던 아버지는 뒤로 돌아서면서 건너편 산 아래 마을을 가리킨다. "저 마을이 상사댐을 만들면서 멀리 떠나지 못하고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야. 그 때 나갔어야 했어. 농토도 다 물에 다 잠기고 뭐 해먹을게 있어야지." "고향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았겠죠."

본댐보다 조절지댐이 더 웅장하다?

안내판에는 주암다목적댐이라고 적혀있다. "어 상사댐인데?" 주암 다목적댐은 주암본댐과 주암조절지댐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암조절지댐을 일명 '상사댐'이나 '상사호'로 부른다고 한다. 조절지댐은 주암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든 보조댐으로 11.5㎞의 도수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다목적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용수공급은 물론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상사호 표지석
 상사호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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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댐. 왼쪽이 본댐이고 오른쪽이 조절지댐인 상사댐
 주암댐. 왼쪽이 본댐이고 오른쪽이 조절지댐인 상사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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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안내판을 보다보니 무척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두 댐 다 중앙심벽형석괴댐으로, 본댐은 1,010㎢의 유역면적에 457백만㎥의 저수량을 갖는데, 조절지댐은 135㎢의 유역면적에 250백만㎥의 저수량을 가진다고 쓰여 있다. 유역면적은 7.5배 차이가 나지만 저수량은 2배를 못 미친다.

그 이유는 댐의 높이에 있다. 본댐은 길이가 330m에 높이가 58m지만, 조절지댐은 길이가 563m에 높이가 100m에 이른다. 댐 크기로 보면 본댐보다 조절지댐이 더 큰 셈이다. 하지만 이름은 주암댐이라고 부른단다. 시설능력보다는 물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인가 보다.

삶의 흔적과 추억까지도 삼켜버린 곳

댐 비탈로 '주암댐 물 문화관'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갔다 올까? 전시관 내부는 주암댐 건설과정과 시설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애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좋겠다. 큰애와 작은애는 바로 관심을 갖는다.

주암댐 물 문화관
 주암댐 물 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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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에게는 즐거운 학습과 체험 공간이 된다.
 애들에게는 즐거운 학습과 체험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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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댐 수위 조절을 하는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 5개의 수문을 열고 닫아 수위를 조절하는 컴퓨터 게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성공. 모니터에는 '당신을 명예 댐 관리소장으로 임명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다.

2층으로 올라서면 수몰되기 전 마을 사진들이 몇 장 전시되어 있다. 영원히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다. 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지만, 댐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대대로 물려받으며 오랫동안 살아왔던 터전을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 서럽기도 하지만 간직할 추억까지 물에 잠겨버리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댐. 추억이 사라져버린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댐. 추억이 사라져버린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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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순천을 벌교 쪽으로 빠져나오다 청암대에서 상사면소재지를 지나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댐이 나옵니다. 댐도 애들에게는 좋은 학습공간과 놀이공간이 됩니다.



태그:#상사호, #상사댐,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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