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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난 건 우연이었습니다. 재래시장 귀퉁이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찾아간 게 인연의 시작이었죠.

 

"20년간 이 자리에서만 호떡을 쭉 팔았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장사하던 것까지 합치면 30년 됐어. 두 살이던 막둥이가 올해 서른 한 살이니 맞지?"

 

유경순(66)씨는 9일 오후 여수시 쌍봉시장 한쪽 입구에 세워진 개조된 차량에서 호떡과 어묵을 팔고 있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베테랑인 그녀에게도 무서운 게 있었습니다. 노점상의 비애죠.

 

"지금은 터줏대감이라 어느 정도 괜찮지만 예전에는 단속 많이 피해 다녔지. 단속은 노점상들이 피해 갈 순 없으니까."

 

 

"얘들한테 번 돈 다 털리고 모자랄 때도 많았지"

 

이리 저리 장사를 옮겨다니던 그녀는 이곳에서 1990년 초부터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개당 50원이던 호떡과 어묵이 지금은 천원에 3개니, 개당 330원 꼴입니다. 30년간 280원 오른 셈이네요. 그녀는 세월 흐름을 '허허' 웃음으로 대신합니다.

 

유경순씨는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종일 앉아서 일합니다. 1남 3녀를 가르쳤으니 보람이 넘치고 넘칩니다. 고생한 이야기 해 달랬더니,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옛날에 어쩐 줄 알아? 돈 벌기가 무섭게 쑥쑥 나갔어. 얘들한테 번 돈을 다 털리고 모자랄 때도 많았지. 고생 많이 했지…. 얘들이 이제 다 커서 제 앞가림은 하니, 요즘은 한 푼씩 돈 모으는 재미가 '솔솔'해."

 

하루 수입은 대략 10만원 남짓. 재료 값 빼면 4만원에서 6만원이 순수익으로 남는다 합니다.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노점상을 할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한 자리 지킬 수 있었던 건 착한 판매

 

유경순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옆에서 귀를 쫑긋하며 호떡을 먹던 중년 아저씨 끼어들어 "나는 이 호떡을 17년 동안이나 먹었어"라며 "이 집에는 나 같은 단골 많아"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이집 단골 된 건, 호떡도 그렇고 오뎅도 그렇고, 다른 조미료가 안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라 합니다. 착한 판매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었죠.

 

"오뎅이 안 팔려 퉁퉁 불 때는 정말 처지 곤란했어. 그런데 꼭 퉁퉁 불어 터진 오뎅만 찾는 여자 손님이 있었지. 요즘에 통 안와서 물어봤더니 회사를 다른 데로 옮겼다고 하데. 간다는 말도 없어 가버렸어. 이럴 때 서운하지…."

 

기억나는 단골 이야기였습니다. 이처럼 숨겨진 이야기가 어디 한 두 가지겠습니까. 예순 여섯인 그녀 인생 절반을 차지하는 노점상. 켜켜이 쌓인 재미가 호떡에 들어가는 앙꼬만큼이나 쏙쏙 묻어 있을 테지요.

 

세상사 힘들어도 알콩달콩 힘내며 열심히 사는 재미도 '솔찬' 하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와 SBS U퍼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노점상, #호떡, #어묵, #착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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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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