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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의 실버밸리댄스 교육장면
 복지관의 실버밸리댄스 교육장면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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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비슷한 내용으로 발표되는 실버문화예술프로그램에 좀 더 새로운 활기를
불어놓고자 시도한 것이 밸리댄스와 오카리나였고, 밸리댄스는 일단 전문공연단을
실버문화축제 오프닝공연으로  감상하였다.

늘씬한 남, 녀의 프로무용수들이 허리와 상반신 및 하반신을 드러내놓고, 현란한 여러색채의 장식들이 달린 풍성한 무용복을 입고 허리를 비롯하여 엉덩이를 이리 저리 돌릴때... 방송에서 보는 것과 육안으로 가까이 보는 것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어르신들마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가까운 곳에 있는 향교에 계신 유학자 어르신은 "이런...세상에...쯧 쯧.." 하면서 그냥
공연장을 나가버렸고, 영감님들은 못 본척하면서도 볼 것은 다 보았다. 할머니들은
신나게 손뼉을 치는 분도 계셨지만, 계속 서로 얼굴을 쳐다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고..정말, 신기해!" " 우샤 우샤! 잘 하는 구만..." 하기도 하고, "너무 야하구만.."하기도 했지만 표정들은 정말 운동회때의 아이들 마냥 신나는 표정이었다.

막상 연중문화교육으로 추진하려니 신청자가 없을까봐 우려했지만 10명이 훨씬 넘는
어르신들이 접수해서 열심히 하신다. 그리고 집에 가면 며느리, 손녀들에게도 따라하라고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어떤 남자 신노인분은 몇 달을 열심히 배워 재미가 붙었는지. 밸리강사가 있는 학원까지 찾아가서 배우다가 나보고도 배우라고 열심히 권하면서 100킬로가 되는 몸으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어찌나 우스운지 실컷 웃었다.

선현의 전통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법고창신의 예술을 하는 입장이라, 도저히 배꼽을
드러내놓고 추는 밸리는 적성에 안맞기도 하고, 허리 디스크도 만만찮아서 사양을 했다.

그러자 어르신은 서운한 듯하면서도 당신은 무척 즐겁기 때문에 계속 배우셨다.
몇 개월 후 ...그 분이 밸리댄스를 그만두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았는데...아무것도 모르고 밸리댄스를 열심히 배우니
몸도 유연해지고 좋았지만, 계속 배우자니 밸리댄스의 시초가 궁금해서 이런 저런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더니 옛날 서구시대에 제사의 한 양식으로 추던 춤이란 것을
알고, 미신으로 단정해 버리신 것이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모르는 지식이 약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냥 건강에 좋고 생활에 활기를 얻으면 되는 것이지 꼭 그렇게 따져서 하면 세상에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해서 생기는 지혜와 차원이 틀린 책에서의 지식적인 관념은 때론 우리들의 자유를 구속한다.

늦가을의 실버문화축제에 발표될 어르신들의 밸리댄스는 아마 지역사회에서 처음
발표되는 것일터니 이슈가 될 것 같다. 아마도 주착이라는 반응도 있겠지만, 주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신나고 즐거운 노후를 위해 신청자가 쇄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태그:#밸리댄스, #실버문화, #사회문화예술, #지식,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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