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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롭게 은되한 사람이 많은 곳이라 비싼 요트도 많다.
 여유롭게 은되한 사람이 많은 곳이라 비싼 요트도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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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베이에 들어서자 큰 관광 안내소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본 후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허비베이는 생각보다 큰 동네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퇴직한 노인들이 따뜻한 이곳을 찾아 많이 온다고 한다. 시드니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상점들은 모두 있는 것 같다.

관광지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가 코 앞에 있어서인지 관광객이 많아 보였다. 경치좋은 해변에 있는 캐러밴 파크는 텐트 칠 장소도 없다. 간신히 프레이저 아일랜드를 오가는 항구 옆에 있는 조그만 캐러밴 파크에 텐트 칠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영국에서 온 젊은 남녀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Western Australia)주의 수도인 퍼스(Perth)에서 오래된 봉고차를 사서 호주 한 바퀴 도는 중이란다. 벌써 석 달째 호주 대륙을 누비고 있다.

캐러밴 파크에는 남쪽에 있는 빅토리아(Victoria)주 자동차 번호판을 자동차들이 많이 보인다. 추위를 피해 따듯한 북쪽을 찾아온 노인들이다. 이들은 여러 종류의 캐러밴을 끌고 와서 철새처럼 겨울을 지내다 간다.

저녁을 먹고 초저녁에 바닷가를 나갔더니 조그마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낚시를 부둣가에서 하고 있다. 내가 도착하는데 막 플랫헤드(Flat Head)라는 고기를 잡아올리고 있다. 고기를 올리자마자 막대로 된 자를 가지고 몇 센티가 되는지 알아보고는 아빠에게 양동이에 넣어도 되는지 알아본다. 호주에는 잡을 수 있는 크기와 수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보는 사람도 없는 밤인데 대충 집어넣지…. 꼬마의 양동이에는 벌써 서너 마리의 플랫헤드와 도미가 들어 있다.
 
나도 정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웬만한 법은 안 지켜도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나마 하고 있으니. 한국에서 영어 단어만 열심히 외웠지 전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일까? 쓴웃음이 난다.

 관광지로 발돋음하는 허비베이의 부둣가에는 고래를 잡던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관광지로 발돋음하는 허비베이의 부둣가에는 고래를 잡던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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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낚시를 하러 바닷가로 나가본다. 이곳에는 꽤 긴 선착장이 있다. 바닷바람을 즐기며 산책하거나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말이 선착장이지 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다. 꽤 긴 나무다리가 바다 깊은 곳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적지 않은 관광객이 산책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며 강태공들은 미끼로 쓸 조그만 고기를 한 번에 서너 마리씩 잡아 올리고 있다.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고기다. 매운탕이나 기름에 튀겨 먹기에 좋은 생선이다. 잡은 고기를 미끼로 던지며 대어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옆 사람에게 몇 마리 얻은 생선을 토막 내어 미끼로 쓰며 낚싯대를 물에 담근다. 입질은 계속 있으나 허탕만 치고 있는데 힘을 꽤 쓰는 도미 한 마리가 잡혀 올라온다. 옆에서 낚시하는 사람에게 알아보았더니 퀸즐랜드 주에서 잡을 수 있는 도미의 크기는 23센티미터 이상이라고 한다. 내가 잡은 도미는 기준보다 약간 작은 것 같아 놓아 주었다.

2시간 정도 낚시를 하는 동안 작은 도미만 계속 잡다가 드디어 30센티는 족히 될만한 도미 한 마리를 잡았다. 여행을 떠난 후 처음 잡은 고기라 생선회로 먹고 남은 것은 매운탕을 끓여 냄비에 생선 비린내를 적셨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다음에 오면 도미를 많이 잡을 수 있을 낚시터다. 내일 떠나기로 되어 있으니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아쉽다.

오후가 되면서 바닷바람이 심하게 분다. 숙소 앞에 있는 바다에 나서니, 조금 거세진 파도와 싸우며 갈매기들이 물속에서 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고기가 많기는 많은 곳인가 보다. 바닷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 이곳도 개발이 되고 사람들이 더 많이 붐빌 것이다.

그때에도 갈매기가 잡아 먹을 고기가 남아 있을까?  아니, 저렇게 열심히 고기를 잡으려고 갈매기가 파도 속으로 뛰어들까? 아마도 많은 갈매기는 고기를 잡기보다 사람이 던져 주는 빵 쪼가리에 더 관심이 많으리라, 시드니 바닷가에 살고 있는 갈매기처럼….

덧붙이는 글 | 2004년에 여행한 이야기 입니다. 시드니의 동포 잡지에서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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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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