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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 200회 산행을 마치며... 지리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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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봄이다. 겨우내 죽은 듯 움츠리고 있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봄꽃들이 예서 제서 피어나면서 봄을 알리고 있다. 봄은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고 봄꽃을 피우면서, 여릿여릿한 연두빛 잎새를 틔우면서,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을 쏟아내면서 자꾸만 손짓한다.

지난주 토요일, 낮 시간에 가까운 오봉산에 올랐다. 한 달만이었다. 뜻밖에도 이 산행이 남편에겐 200회 산행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청년시절부터 쭉 등산을 해 온 남편, 그 200회 산행을 축하하며 인터뷰로 정리해 보았다.

하나, 언제부터 산행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나요?

나의 등산에 대한 사랑은 어린 시절로 올라갑니다. 전남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난 저는 중학교 3학년 중반까지 그 섬에서 자랐습니다. 우린 여름에 마당에서 저녁을 먹곤 했는데,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겨울에는 온 마을이 흰눈으로 쌓이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나는 소의 풀을 먹이며 여름에는 저수지에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밤하늘의 별들과 흰눈은 나의 동심의 세계에 남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왔는데 고교시절엔 학교 소풍으로 부산 범어사, 금정산 동문, 양산 명곡저수지에 갔으나 산행을 하진 않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있었지만 주위에서 산행을 권하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둘,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게 됐나요?

대학시절에 교회 청년 회원 한 분과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첫 산행은 언양 가지산(1240미터)인데 선배와 밀양 천황산(1187미터), 설악산(1708미터), 부산 금정산(801미터) 등을 함께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산행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산악회를 따라, 혹은 단독으로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를 추억하며...
▲ 지리산 천왕봉... 그때를 추억하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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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산행일지는 언제부터 쓰게 됐나요?


처음엔 산행일지를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쓰지 않은 것까지 포함한다면 200회는 훨씬 넘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일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입니다. 김형수의 '222산행기'를 따라 지금까지 산행일지를 쓰고 있지요. 등산에 관심을 갖고 또 등산을 하면서 우리 옛 선비들도 산행을 했던 것을 기록들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최익현은 대원군 탄핵 상소사건으로 제주도 유배를 갔는데 유배가 끝나자 한라산 등반(1875)을 했습니다.

금강산 산행도 했고 평생소원인 지리산 산행은 1902년에 천왕봉을 올랐지요.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최익현은 일생을 통해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을 한 번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조선시대의 교통과 등산여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리산 종주를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회 했고, 지리산 천왕봉까지 3회, 한라산 등반 4회, 설악산 등반 2회 등 산행일지에 기록한 것만 해도 200회 산행을 했습니다. 산행일지는 그날 산행한 산의 지도를 간략하게 직접 그려 넣고 그날의 산행일지를 간략하게 기록하는 그 정도로 합니다.

넷, 주로 누구와 산행을 하나요?

전,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산행을 권하면서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쉬운 산부터 소개했지요. 부산 금정산은 내가 소개해 준 대표적인 산이기도 합니다. 금정산 동문에서 북문 고당봉 범어사 코스를 주로 이용했는데, 부모님, 친척, 교회 학생들, 친구 등 등산을 처음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행한 코스였습니다.

김해 무척산은 교회 청년회원들에게 주로 소개했고, 부산 봉래산, 삼랑진 천태산 등도 초보자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금정산은 넓은 등산로와 암봉과 넓은 억새 평원인 장군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저는 일생의 동반자 아내와 함께 산행하는 것이 아주 기쁩니다. 가끔 시간이 허락될 때면 아내와 함께 등산을 합니다.

생각난다....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보고...그 멋진 운무...
▲ 200회 산행을 마치며... 생각난다....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보고...그 멋진 운무...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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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좋아하는 산, 권하고 싶은 산이 있으시다면?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갔던 한라산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내가 제주도 여행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여행이 즐거웠지만 아내가 기뻐해서 더욱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한라산 등반시 등산 초보자들에게 오름 산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름산행은 제주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용눈이오름, 다랑쇠오름, 따라비오름, 샛별오름 등을 추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산은 정상의 조망이 탁월한 산입니다.

금정산 고당봉, 양산 영축산, 언양 가지산, 지리산 천왕봉 등은 정상이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망이 탁월합니다. 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행 길은 높은 산 위에서의 조망이 좋은 종주 능선길입니다. 특히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의 종주산행을 좋아합니다. 억새로 이루어진 영축 신불산 종주 산행 길은 대자연의 광활함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여섯, 산행의 유익에 대해 한 말씀?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산행을 즐기는 이유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몇 가지를 든다면 등산은 땀을 흘리게 하고, 몸의 노폐물을 분비시키고, 피를 순환시키는 유산소 운동입니다. 등산은 체력과 인내심을 심어주며 특히 등산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심어줍니다.

일곱, 지금까지 산행한 것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이 있다면?

남편의 산행일지...
▲ 200회 산행을 마치며... 남편의 산행일지...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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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대원 동기 몇명과 제일 처음 지리산을 올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땐 아무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지리산 종주를 했는데 정말 식겁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식사같은 것은 가볍게 사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비상식량도 없고, 먹거리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올랐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대피소에서 비싼 라면으로 겨우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그땐 또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지리산에 대해 좋았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지리산에 다시 갔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지요. 그 다음부턴 지리산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그렇고 저도 지리산을 참 좋아합니다. 몇 번이고 가고 또 가고 싶은 산이지요. 아내와 함께 지리산 장터목대피소 밖에서 비박을 했었는데 그때 바라보던 수많은 별들이 생각납니다.

별이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고 있던 그 밤에 찬 이슬이 내려 우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데 무수한 별들이 있어 좋았습니다. 겨울에 찾았던 지리산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리산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흰눈 속을 추위에 떨면서 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결국 지리산이 가장 좋았었노라고 말한 것이 됐네요.

200회째 산해일지를 정리하는 남편은 그동안의 감동이 밀려오는 듯한 얼굴이다. 이제 겨울 지나 봄이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오늘도 내린다. 거친 바람 없이 지면을 적시는 봄비 소리가 듣기 좋은 날이다. 오늘도 이 봄비에 기대어 미처 꽃망울을 다 터뜨리지 못한 봄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나고 있겠다.

봄은 자꾸만 마음을 밖으로 불러내는 계절이다. 봄비 그치고 나면 남편과 함께 점점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자연 속으로 더 가까이 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그 생명의 힘찬 박동소리를 가까이 더 가까이서 느껴봐야겠다. 이 비 그치고 나면.


태그:#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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