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률(15~49세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수)이 1.19명으로 하락했습니다. 출산률 하락은 혼인건수 감소와 맞물려 1.0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을 해도 이젠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요즘처럼 살기도 힘든데 아이들 교육비 대가며 살 만큼 자신이 없어서 아이 낳아 골치 아픈 일 겪기 싫다는 것이 요즘 신세대 부부들의 생각입니다.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이란 말이 생긴 것도 이같은 사회풍속도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면서 아이들 낳지 않고 사는 부부를 딩크족이라 합니다. 결혼해서 아이들 낳지 못해 고심을 하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아예 아이낳기를 포기하는 신혼주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신혼주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결혼 3년차 B씨는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일부러 낳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자녀 출산을 좀 미루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점심을 먹으며 '자녀 교육과 학원비'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제가 B씨에게 물었습니다. "이제 아이 낳을 때도 됐는데, 아직 소식 없어요? 빨리 낳아서 키워야지 더 나이 먹으면 힘들텐데..." 그러자 B씨는 "아이요? 골치 아프게 왜 낳아요. 그냥 살래요" 하는게 아니겠어요?
아이 낳아서 키우는 일이 골치 아픈 일이라고 생각하는 B씨와 더 이상 대화 연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결혼하면 꼭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법에 명시된 것은 없습니다. 또 납세, 교육 등 국민의 필수 의무 사항도 아닙니다. 그러나 B씨처럼 아이들 낳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인류가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의 사명인 종족 본능의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소 자식을 낳아 키워본 주부로서 자식 키우는 재미를 아무리 설명해도 B씨는 관심이 없습니다. 자식 키우며 들어가는 돈으로 남편과 싫컷 여행 다니며 풍족하게 살겠다는 겁니다. 이것은 저와 B씨의 세대차이가 아니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랐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저도 가끔은 '왜 내가 애를 낳아 이 고생이람?' 할 때가 있습니다. 대학등록금이 년 1천만원에 달하고 고등학생 자녀의 학원비 등으로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올때 자식 낳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합니다.
맞벌이 신세대 주부들이 아이낳기를 꺼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장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챙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공무원과 몇몇 대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출산과 육아문제로 휴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안그래도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 신청이 곧 편법적인 부당해고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직장맘들은 임신을 해서 3~4개월이 지나면 회사에서 '배부른데 직장 다니기 힘들지 않아?'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회사 그만 두라는 얘기입니다. 직장내에서 음으로 양으로 눈치 받으며 애를 낳고 직장을 계속 다닌다 해도 육아문제와 교육비 등 산적한 문제들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직장맘으로서 애를 낳고 회사에 계속 다니며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워킹맘은 대부분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직장맘들은 남자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애를 낳으라고 할 때 '자기 먹을 것은 다 갖고 태어나니 염려 말고 낳아라'고 하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부모가 일일이 챙켜줘도 요즘 아이들은 키우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정이 이럴진대 신혼부부라고 해서 '왜 아이 안 낳느냐?'고 묻는 것은 이젠 눈치없는 말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며 아이 낳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분유값도 안되는 돈으로 출산을 장려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신혼주부들이 "골치 아프게 아이를 왜 낳아요?" 라는 말이 "적어도 다섯명을 낳아서 키우려 해요"라는 말로 바뀌게 하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 좀 해야합니다. 출산문제는 정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시적 접근으로 풀기보다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다가는 출산률이 주요 선진국중 사상 최초로 1.0 이하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학교나 군대 보낼 아이가 없어 고민할 날이 멀지 않은 듯 합니다.
아이 낳아 키우면서 교육비 부담 없고 키우기도 힘들지 않은 나라. 그런 나라라면 신혼주부들이 아이 낳기를 꺼려할까요? 지금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