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흔히 나 같은 서양인은 한국에서 친구 만들기 참 쉬울 거로 생각한다. 외국인은 눈에 확 뜨이니까 다들 관심있어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모든 이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관심은 낯선 것에 대한 신기함이 가시면서 금세 사라져 버린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당신을 '진짜' 친구가 될만한 사람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좀 달라 보이기 때문에 흥미있어 한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 당신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라에서 완전히 혼자로서, 여러 가지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며(쓰레기 버릴 때 규격 봉투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게 계산대 밑에 숨겨놓고 달라고 해야만 보여준다고 생각해보라!) 혹은 정말 한국인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한국 친구 주민등록증 없이는 휴대전화 가입이 안 된다고요?)이 수두룩하다.

 

한국인 친구를 사귀려니 '전석 매진'?

 

그러니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는 일! 용기를 다해 친구를 찾아보자. 음…, 그런데 정확히 어디에서 찾아봐야 하지?

 

첫 번째 아이디어,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대부분의 경우엔 학교 친구들). 그러나 여기서 '진짜' 친구들을 만드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 특히 서울에서 나서 자란 한국인이라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 그리고 직장까지 서울에서 다니기 마련이고 그러면 삶은 변화없이 고정적이며 친구 관계 역시 오래 지속된다.

 

내가 아는 많은 한국인들은 어릴 적 학교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을 한다. 그러니 대학교 다닐 나이쯤에 한국에 와서 친구를 만들겠다는 것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시작 5분 전에 표를 사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석 매진'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아이디어, 좀 더 능동적으로 평소의 행동반경 밖으로 나가 친구를 찾아보자. 유럽 몇 개 국가에서 다년간 살아본 경험에서 나온 내 생각은 '바에 가보는 것'이다. 그래서 샤워를 하고 옷을 잘 차려입고 친근한 웃음을 입에 건 채로 첫눈에 보이는 바에 들어가 문을 열면 종업원이 묻는다.

 

"몇 분이세요?"

 

여기서 잠깐! 종업원 단계를 지나쳤다 해도 다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놀러 온, 그러나 나에게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가득한 테이블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안녕, 나만 모르는 사람이네요!' 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공짜 영어 강사'에 더 관심 있는 친구

 

내가 한국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만난 제일 큰 난관은 아래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처음에 다가가기가 힘들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접근하기가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이 단체 위주로 돌아가고,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다가가려면 영어로 말해야 할 거란 생각에 쉽게 겁을 먹는다.

 

이 때문에 때로 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싶을 때, 다가서서 반쯤 소리를 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실례합니다, 길 좀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한국말로, 진짜 질문을 해도 될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둘째, 기대치의 차이. 친구관계는 쌍방이 원하는 것이 비슷할 때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나는 의미있고 오래 지속될 우정을 바랄 때 내 '친구'는 사실 '공짜 영어 강사'에 더 관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셋째, 소원해짐. 좋은 친구를 만든 후 제일 고통스러운 부분은 시간이 가면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얼마 전에 대학원을 졸업한 지금, 내 인생에서 이 기분을 제일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내 한국 친구들은 갑자기 나이가 차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게 되었다. 모두들 큰 회사에 취직을 하고 그중 다수가 결혼을 하며 그들의 생활과 관심은 사회적 지위가 생기면서 변하게 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내 삶은 이 '사회' 경계선 밖에 존재하는 듯 보이며 우리의 공통점은 점점 줄어만 간다.

 

모든 프랑스인이 바람둥이는 아니다

 

그럼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우정을 쌓아나가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

 

외국인에게는, 제일 먼저 고국 밖에 있을 때는 훨씬 적극적인 자세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 주위 사람들은 이미 친구들이 있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찾을 마음이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외국인과 우정 쌓기는 더 어렵기 마련인데 이미 처음부터 언어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정을 쌓을 때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신뢰를 쌓고 그 관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 친구들에게 있어 친구관계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한국에 있는 것이 지겨워져도(외국에 사는 사람 누구에게나 가끔씩 꼭 일어나는 일이다) '지하철 타고 내릴 때 한국사람들 난폭한 거 더 이상 못 참겠어'라는 식으로 일반화해 친구들에게 분풀이하지 말자. 그 친구 역시 한국인이지만, 지하철을 탈 때는 사람들이 내리도록 기다린 후에 타는 사람일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외국 친구가 있거나 만들고 싶은 사람은 그 관계가 더 원만할 수 있도록 다음 사항을 추천한다. '우리 한국인들은 이렇게 해' 같은 어구는 피하도록 하자.

 

'우리 대 너' 같은 표현은 한국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더 외국이란 느낌만 갖게 할 것이다.

 

또한, 편견은 자제하자. 모든 프랑스인이 바람둥이는 아니고, 모든 독일인이 논리적이며 계산적인 것은 아니며, 모든 중국인이 시끄럽고 무례한 것도 아니다. 이런 선입견들이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나라 사람들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이 얼마나 큰지, 또한 얼마나 문화적·인종적으로 천차만별인지 생각해 보면 그런 일반화는 대개 틀리기 마련이고 그런 말로 좋은 인상을 주지도 못할 것이다. 잠깐이라도 그 외국 친구의 처지에서 역지사지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돌아갈 아무런 가족도 친구도 없이 제대로 의사소통도 못 하는 나라에서 혼자라면 어떤 기분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친구 만들기는 참 힘들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은 상당 간의 노력과 헌신을 요구하는 일이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한국 친구를 사귀는 것은 틀림없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점이 나중엔 그 관계를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에서 혼자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랫동안 소중하게 기억되었던 것은 친구들과 나눴던 시간과 경험들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한국, #외국인, #왕따, #인기인, #친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