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마이뉴스> 쪽지함에서 한 통의 쪽지를 받았다. 자신을 인터뷰를 해서 취재를 해달라고. 내가 쓴 기사를 보고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전화를 넣었다. 사는 곳이 어디냐고. 사는 곳이 서울이란다. 시골(안성)사는 촌놈이 서울 찾아가려면 차비도 많이 들고 길도 잘 모르는데 어떡하냐고. 그랬더니 자신이 우리 시골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드디어 약속한 오늘(16일), 그가 왔다. 무릇 인터뷰라 하면 기자가 취재원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하여 취재하는 것이 정석(?)이거늘, '예외 없는 법칙이 어디 있으랴'는 맘으로 배짱 취재를 했다.
19세부터 만년필 회사 영업사원으로
그는 흰 와이셔츠 바람과 양복 차림의 남성이었다. 이름은 강성묵. 나이는 32세. 직업은 웨딩 플래너. 아내와 아들을 둔 가장. 현재 장모와 친부모와 함께 각각 1층과 2층을 사는 특이한 대가족의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고교 졸업 취업반(19세)에서 바로 만년필 회사에 취직하면서부터 영업의 길에 뛰어 들었어요. 22세부터는 제가 직접 만년필 노점상을 했지요. 그걸 하면서 다른 노점상에게 쫓겨나보기도 하고 별의별 어려움을 다 당했지요. 그러다가 그 일이 나름 잘 되어 창고가 딸린 도매업까지 갔었는데 그만 아는 선배의 실수로 장물을 취급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모든 것을 날려 버렸죠."
외모는 고생을 별로 하지 않게 생긴 잘 사는 집 남성 같은데 고생한 이야기가 평범찮았다. 카드 발급, 보험, 카드 대출, 미용재료 판매 등의 다양한 영업을 했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운이 따라 주지 않아 소위 실패를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한 때는 세상 탓만 했다고.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어졌을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당장의 이익만을 따라 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돈이 된다면 적당히 양심과 타협하며 살던 지난날의 자신의 영업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이제는 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도 하면서 돈을 버는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단다.
"여기 믿을 만한 웨딩플래너가 있어요"
그러다가 결국 지난 해 4월부터 지인이 경영하는 웨딩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계기가 되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인 '웨딩 파파(www.weddingpapa.com)를 시작하게 된 것.
웨딩 플래너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랑신부를 대신하여 결혼식 스케줄, 결혼비용, 업체선정, 예식장과 웨딩포토업체 선정 등의 계획을 세워주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웨딩설계사 또는 웨딩 기획사인 것이다. 더군다나 강성묵 웨딩플래너가 하는 일은 그러한 웨딩 플래너를 연결하고 지휘하는 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웨딩 플래너 PD까지라고.
그가 내세운 최고의 차별화 정책은 고객이 웨딩플래너를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라고. 기존의 경우 웨딩업체에서 선정해준 웨딩플래너와 함께 결혼 계획을 세웠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했다는 것.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방식은 여러 명의 웨딩플래너를 고객이 직접 면담하여 고객이 웨딩플래너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결혼은 일생에 한 번 있는 것인데 어떤 웨딩플래너를 만나느냐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웨딩플래너를 잘못 만나면 결혼식 추진 과정 내내 속상하더라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등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결혼 추진 과정에서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웨딩플래너 선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누누이 강조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부'에도 많이 동참하세요"
그는 이밖에도 '유니세프'를 통해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부'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결혼식 축의금 중 단돈 1만원이라도 기부하게 하고 강성묵 씨 자신도 기부를 해서 좋은 날의 의미를 더 좋게 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단다. 기존의 돌잔치, 환갑잔치 등에서는 시도되고 있는 일을 결혼식에서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결혼식에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부'에 동참하고 싶다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http://www.unicef.or.kr/ )로 연락할 수 있다고.
그가 앞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한 가지 프로젝트는 '두 자녀 출산을 원하는 결혼부부 300쌍에게 인센티브(가격 할인)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준비하는 것.' 저출산 시대를 돌파하려는 정부정책과도 맞아 떨어지는 이 시스템을 보건복지부에까지 안을 올려서 최대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회에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로서 '어디 믿을 만한 웨딩플래너' 없나?'라고 물을 때, '나 여기 있어요'라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는 웨딩플래너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그의 말에 진정성이 있을까를 인터뷰 내내 고민했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우리 마을 들녘에서 만난 그의 가족들 때문에 이 의심이 한 방에 해소가 되었다. 모처럼 쉬는 날이 서로 맞아떨어져서 강성묵 씨의 아내와 아들, 그의 장모, 처형과 처형남편 등이 함께 한 승용차에 타고 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터뷰 내내 우리 마을 시골들에서 쑥과 냉이를 캐고 있었다고.
오신 가족들과 함께 천년 사찰 석남사를 함께 나들이 했고, 금강호수를 함께 드라이브를 하는 등 따사로운 봄 오후 한때를 재미있게 보냈다. 이렇게 나의 '배짱 취재기'는 흐뭇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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